그 여자네 집 - 개정판, 서울대 교수진이 추천하는 통합 논술 휴이넘 교과서 한국문학
박완서 지음, 윤덕환 그림, 방민호, 조남현 감수 / 휴이넘 / 2007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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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 여자네 집

 

 참 안타까운 이야기다. 생각할 수록 우리의 현대사는 이토록 가슴 아픈 사랑과 이별과 그리고 오랜 증오와 한을 만들어냈다. 인류의 역사가 그러하지만.... 누군가의 마음을 안다는 것, 그리고 자신의 마음을 안다는 것, 참 쉽지 않은 일이다.

지렁이 울음소리

 

 다 좋은데 왜 심드렁한거냐고. 다 좋은데 그럴 수 있다. 그러니까, 좋다는게 무얼 보고 누가 이야기 하느냐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 너무 좋아도 심드렁할 수 있다. 좋은 게 더 이상 좋은 게 아닐 수 있다. 돈 많고, 돈만 많고, 특별한 걱정 거리 없으면 그게 좋은 거라고, 사람들은 말하지만 난 아닐 수 있다. 잔잔한 일상의 순간에 스멀거리며 퍼지는 일탈과 파괴에 대한 욕망들. 그 욕망은 아마도 자아찾기로 승화되어야 할 듯.

 

그 가을의 사흘동안

 

 평생낙태수술만 해왔던 산부인과 의사. 그에게 의자는 의술이 인술이라고 이야기 했던 아버지가 앉아 있던 그 곳이며, 의자를 버리지 못하는 이유는 의술을 인술로 펴지 못하는 자신에 대한 마지막 양심의 저항이었다. 원하는 것, 의미있는 것을 찾아 살지 못하고, 그저 과거의 아픔, 슬픔, 그리고 분노에 휩쓸려 자신의 현재와 미래를 저당잡혀 사는 삶이 얼마나 허망한지....

 

나의 가장 나종 지니인 것

 

 형님에게 하는 전화로 하는 긴 하소연이다. 제삿날을 미리 챙기지 못한 동서가 형님에게 전화를 하여 그간의 사정을 이야기 한다. 그 동서란 민주화 운동을 하다 죽은 아들을 두고 있는 사람이다. 자식을 먼저 보내는 것이 삶을 송두리째 흔들수있는 이토록 아픈 일인데. 그 슬픔을, 어떻게해야 살아있는 자들의 삶이 왜곡되지 않고 저마다 각자의 삶으로 완성될 수 있을 것인지 모르겠다. 그런데, 작가가 말한 가장 나종 지니인 것이 뭐였지? 자신의 껍데기. 만들어왔던 나. 

 

 이 네 작품. 삶의 긴 여정 속에서 진정한 자기 모습을 찾는 다는 것, 그저 내가 나인 채로 살 수 있다는 것이 얼마나 큰 행복인지를 껍데기 뿐인 삶을 살면서 허망함에 몸부림치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통해 항변하고 있는 듯 하다.

 나의 가장 나종 지니인 것은 나이어야 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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