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해 겨울은 따뜻했네 1 박완서 소설전집 결정판 12
박완서 지음 / 세계사 / 2012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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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을 읽는내내 묘한 긴장감과 불안감에 가슴을 졸였다.

이기적이고 영악하고 인정머리 없는 수지에게 정말 난 순결한 채 돌을 던질 수 있는가, 라는 질문이 머리속에서 떠나지 않았던 탓이다.

누구나 한번쯤 가져봄직한, 누구나 지금도 여전히 지님직한 그런 욕망과 이기심을 적나라하게 파헤치고 드러내는 것이 박완서의 장점이자 매력이다. 하지만 한편으론 마냥 빠져들기에는 껄쩍지근한 나 역시 나쁜 편들의 공범인양 전전긍긍하게 만드는 뭔가가 있다. 그 뭔가 때문에 가슴 졸이며 책장을 넘겼다. 어서 빨리 모든 걸 고백하고 동생을 불행의 구렁텅이에서 끌어내 주었으면, 네가 가진 것이 온전히 다 네것이 아님을 공표하고 불행과 아픔을 서로 도닥이며 행복한 결말로 이르렀으면 하는 바램과 동시에 그 모든 게 어서 빨리 이루어졌더라면 소설이 또 얼마나 헤프게 보였을까, 삶이 또 얼마나 단순하게 여겨졌을까.

좀 헤프고, 단순하면 안되나? 속고 속이고 미워하고 원망하고 외롭게 사는 것보다는 낫지 않은가?

이건 그 누구의 탓도 아니다.

전쟁때문에, 가난했고, 자기 것을 뺏기며 아귀같은 동생을 먹여야 했던 언니는 동생이 사라지길 마음 속 깊이 염원했고, 피난통에 사라진 동생을 찾기에는 너무 버거웠고, 돌아와서 안정을 찾고 살 때는 또 안정되었기에 동생을 찾기가 힘들었다.

어려울 때는 어려울 때대로, 안정되어 잘 살 때는 잘 살 때 대로, 지금 없는, 그러나 사랑해야 할, 보살펴야 할 누군가를 찾고 보살피기가 쉽지 않다. 그렇지만 그건 겉으로의 사정이다. 어렵거나 안정되거나 마음 속 깊이 있는 그래, 양심이라고 하자, 걸리는 그 무언가를 해결하지 않는다면 영원한 평화와 안식은 오지 않는다는 걸 보여주고 있다.

그럼 어떡해야 하나. 수지와 수철이가 해야 했던 건 자기와의 직면이다. 자기 안의 욕망과 이기심의 실체를 스스로 두 눈 크게 뜨고 바라보아야 했던 것이다. 자신에게 솔직하기 위해서, 자기 자신의 모습과 직면하기 위해서는 용기가 필요하다. 부끄러움을 부끄럽다고 인정할, 그래도 무너지지 않을, 넘어져서 쪽팔려도 다시 일어설 수 있는 용기, 용기는 어디서 오는가? 용기는 어디서 오지? 어떻게 하면 용기가 생길까? 아마도 사랑 아닐까. 수지가 오목이의 아이들을 보았을 때 느꼈던 애정과 관심, 어린아이들이었기에 조금 더 쉽게 사랑을 느낄 수 있었던 것 같다. 아이들이란 그렇게 쉽게 사랑을 불러 일으킨다. 그래야 아이들도 살고, 그래야 인류가 종속된다.

아, 내가 수지를 보며 내내 생각했던 것, 난, 내 자신에게 솔직한 채, 살아가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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