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목 - 개정판, 서울대 교수진이 추천하는 통합 논술 휴이넘 교과서 한국문학
박완서 지음, 노성빈 그림, 방민호, 조남현 감수 / 휴이넘 / 2007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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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박완서의 소설들을 모아 읽다보니 인간 박완서를 왠지 많이 알고 있는 듯한 느낌이다. 소설이 소설가 개인의 경험을 어느 정도 반영하는지는 소설에 따라 다를수 있겠으나 박완서는 아마도 많은 부분 자신이 투영되는 소설을 썼을 듯 싶다.

 옥희도가 박수근이라면 정말 미군부대 다닐 때 박완서가 박수근을 좋아했었나? 하는 의심도 살짝 든다. 하여간 실존 인물을 그린 소설이니 실존 인물들의 실제 감정이 어떠했는지 급 궁금해 진다. 쓸데없는 호기심이겠지만.

 경은 과거와 미래 그 어디 쯤을 헤메는 인물인 듯 하다. 현재에 눈뜨지 못한 채 과거에 끄달린 채 현재를 부정하고 미래를 향해 내달리는 듯한 그런 인물이다. 그것이 모두 두 오빠의 죽음 때문이다. 경의 집, 행랑채가 무너진 으스스한 고가. 그 고가를 감싸는 회색 기운. 그것이 경의 마음이다. 그런 경은 기갈을 가진 누구든 사랑하고 싶어한다. 그림에 대한 기갈을 가진 옥희도씨, 낯선 타국에서 자신의 존재감에 대한 기갈을 눈 속 깊이 간직한 조, 그러나 그들에 대한 끌림은 그것 역시 기갈이다. 경은 무엇에 대한 기갈을 가지는가? 죄책감, 그리고 어머니로 부터 벗어나고 싶은 욕망.

 다른 작품들에 비해 좀 거친 듯 하나, 인간 박완서를 보다 내밀하게 엿볼 수 있을 것 같은 묘한 기분을 불러 일으키는 작품이었다.

 어떻게 하면 현재를 살 수 있는가? 과거로부터 자유로울 수 있을까? 어떻게 하면 미래를 담담히 받아들일 수 있을까? 미래에 대한 터무니없는 욕망으로부터 벗어날 수 있을까?

 인정하고, 이해하고, 해석하고, 그리고 나를 전폭적으로 알아주고 지지하는 누군가가 있다면??

 경은 옥희도의 나무를 고목이 아닌 나목이라 했다. 나목의 의미, 헐벗은 나무는 어떤 의미인가? 새로운 희망을 간직한 것이다. 지금 비록 헐벗었으나 앞으로 잎싹을 피우고, 꽃을 피우고, 열매 맺을 날이 있으리라. 나목은 미래에 대한 희망, 고목은 절망, 희망이 있다면 현재의 아픔 또한 지나가리라? 미래에 대한 희망을 갖기 위해서는 과거를 인정하고 과거로부터 자유롭고 현재에 충실하여야 가능한 것 아닌가? 이 또한 지나가리라. 현재는 늘 지나가는 거니까. 모든 건 지나간다. 모든 게 지나간다면 남는 것은 무엇인가? 지금을 산다는 의미는 무엇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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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남자네 집
박완서 지음 / 현대문학 / 2008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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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야기는 후배가 새로 이사간 동네가 자신이 예전에 살던 동네였고, 그 동네에서 그 남자네 집을 찾는 것으로 시작한다. 이야기는 거슬러  전쟁이 막 끝난 다음, 동네에서 남자를 만났고, 그 남자와 부푼 시간을 보냈고, 다른 남자를 만나 결혼을 했다. 어디 까지가 작가가 직접 겪은 일인지는 알 수 없으나, 그 산이 정말 거기에 있었을까, 가 자전적 이야기라면 그 남자네 집도 많은 부분 자전적인 이야기에 기초하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춘희와 함께 낙태 수술을 하러 간 그 병원에서 '그 가을의 사흘동안'이 나왔을 테고, '해산바가지'의 그 시어머니와 작가의 시어머니와 그 남자네 집의 시어머니가 닮아 있고, 작가의 남편은 '나의 조그만 체험기'의 그 남편과 무척 닮았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춘희의 전화는 '나의 가장 나종 지니인 것'을 연상시킨다. 그리고 이 소설에서 가장 슬픈 대목이다. 춘희의 전화.

 하여간 이렇게 한 작가의 작품을 연이어 읽다보니 이 작품 저 작품 저절로 비교하게 되고 마치 퍼즐을 맞추듯 이얘기, 저얘기를 끌어내어 작가의 삶을 다시 보게 된다.

 참, 꼼꼼하고, 섬세하고, 여리고, 가족 안에서 사랑을 많이 나누고 받고 한 사람이었으며, 그 자신이 중산층이었으며 그 자신이 자신의 이중성에 몹시 민감했으며 동시에 그 자신이 세속적인 이중성을 많이 가지고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

 그가 글을 썼던 건 어쩌면 자신을 성찰하는, 자신을 견디는 방식이었으리라.

 작가가 그 남자에 대해 가졌던 사랑은 뭘까. 자신이 가지지 못한 예술적 감수성, 섬세함, 자유로움에 대한 동경이었나? 아무것도 가지지 않은 남자가 당장의 먹거리와 잠잘 곳을 해결할 돈으로 빵과 여인숙 대신 시집을 사서 길거리에서 잠들었다면, 그 남자와 한번 쯤은 만나 보고 싶겠지만, 그 남자와 지내는 그 시간이 자유롭고, 때로는 감미로울 수 있겠지만, 그것이 영원히 지속되어야 한다면 당연히 도망가고 싶은 늪이 될 것이다. 이렇게 생각하는 사람이 세속적인 사람들이다. 그러나 세속적인 사람들은 대부분 예술적인 것에 대한 연연함 같은 것이 있다. 가지지 못했으니까 더 좋아보인다.

 작가는 기억력이 좋고, 양심적이며, 꼼꼼하다. 자신의 경험에 근거하여, 자신의 생각과 느낌에 기초하여, 조근조근 풀어내는 그 말들이 세속적으로 살아가나 자유롭고 예술적인 영혼과 만나 잠깐 불타는 듯 짜릿짜릿 연애를 해 보고 싶어하는 나같은 대중의 마음 속으로 파고든다. 그래봤자 결국 텔레비전 드라마를 보면서 마음 설레어하는 걸로 끝나는 평범한 아줌마. 갑자기 작가하고 무척 잘 아는 사이인 듯 한 묘한 착각이 생긴다. 그 남자네집을 시작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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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산이 정말 거기 있었을까 (양장) - 성년의 나날들 소설로 그린 자화상 2
박완서 지음 / 웅진지식하우스 / 2005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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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완서의 소설들을 읽고 있다. 여기저기 정말 겪지 않고서는 이리 생생하고 절절하게 묘사할 수 없었으리라 그렇게 짐작되는 대목을 읽으면서 정말 이 모든 것이 작가의 상상력이라면 그야말로 인간 심리의 이중성에 대해 철저하게 고민해 왔던 사람이라고 생각했다. 참, 살기가 힘들었으리라 그렇게 짐작이 된다.

 <그 산이 정말 거기게 있었을까>는 정말 그 힘든 삶이 실제로 어떠했는지를 실제 경험에 바탕을 두고 서술하고 있다. 그에게는 어찌보면 가족의 울타리가 참으로 든든했었다는 생각이 든다. 어렸을 때는 할머니, 할아버지가, 초등학교 입학해서는 강하고, 현명한 어머니와 든든한 오빠가, 그리고 커서는 올케가 그리고 전쟁이 모두 끝난 뒤에는 남편이....

 전쟁이라는 시대적 비극 때문에 벌어지는 고통이었지 인간 관계에서 오는 갈등은 아니었음을 성년의 나날들에서 확인해서 오히려 그 전의 다른 소설들에서 느꼈던 작가의 고통에 대한 연민으로부터 벗어날 수 있게 되었다.

 그에게는 고통을, 인간의 이중성을, 참혹함을 직면할 수 있는 힘이 있었던 것이다. 그래서 그냥 읽기만 해도 가슴 절절하고, 뒷목이 뜨끈거리는 그 내면들을 세세히 낱낱이 파헤쳤던 것이다.

 다행이다. 안심이다. 무엇보다 제대로 보는 것, 맞닥뜨리는 것, 직면하는 것, 그래서 보이는 것 그 이면을 본질을 알게 되는 것, 그것이 중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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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해 겨울은 따뜻했네 1 박완서 소설전집 결정판 12
박완서 지음 / 세계사 / 2012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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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을 읽는내내 묘한 긴장감과 불안감에 가슴을 졸였다.

이기적이고 영악하고 인정머리 없는 수지에게 정말 난 순결한 채 돌을 던질 수 있는가, 라는 질문이 머리속에서 떠나지 않았던 탓이다.

누구나 한번쯤 가져봄직한, 누구나 지금도 여전히 지님직한 그런 욕망과 이기심을 적나라하게 파헤치고 드러내는 것이 박완서의 장점이자 매력이다. 하지만 한편으론 마냥 빠져들기에는 껄쩍지근한 나 역시 나쁜 편들의 공범인양 전전긍긍하게 만드는 뭔가가 있다. 그 뭔가 때문에 가슴 졸이며 책장을 넘겼다. 어서 빨리 모든 걸 고백하고 동생을 불행의 구렁텅이에서 끌어내 주었으면, 네가 가진 것이 온전히 다 네것이 아님을 공표하고 불행과 아픔을 서로 도닥이며 행복한 결말로 이르렀으면 하는 바램과 동시에 그 모든 게 어서 빨리 이루어졌더라면 소설이 또 얼마나 헤프게 보였을까, 삶이 또 얼마나 단순하게 여겨졌을까.

좀 헤프고, 단순하면 안되나? 속고 속이고 미워하고 원망하고 외롭게 사는 것보다는 낫지 않은가?

이건 그 누구의 탓도 아니다.

전쟁때문에, 가난했고, 자기 것을 뺏기며 아귀같은 동생을 먹여야 했던 언니는 동생이 사라지길 마음 속 깊이 염원했고, 피난통에 사라진 동생을 찾기에는 너무 버거웠고, 돌아와서 안정을 찾고 살 때는 또 안정되었기에 동생을 찾기가 힘들었다.

어려울 때는 어려울 때대로, 안정되어 잘 살 때는 잘 살 때 대로, 지금 없는, 그러나 사랑해야 할, 보살펴야 할 누군가를 찾고 보살피기가 쉽지 않다. 그렇지만 그건 겉으로의 사정이다. 어렵거나 안정되거나 마음 속 깊이 있는 그래, 양심이라고 하자, 걸리는 그 무언가를 해결하지 않는다면 영원한 평화와 안식은 오지 않는다는 걸 보여주고 있다.

그럼 어떡해야 하나. 수지와 수철이가 해야 했던 건 자기와의 직면이다. 자기 안의 욕망과 이기심의 실체를 스스로 두 눈 크게 뜨고 바라보아야 했던 것이다. 자신에게 솔직하기 위해서, 자기 자신의 모습과 직면하기 위해서는 용기가 필요하다. 부끄러움을 부끄럽다고 인정할, 그래도 무너지지 않을, 넘어져서 쪽팔려도 다시 일어설 수 있는 용기, 용기는 어디서 오는가? 용기는 어디서 오지? 어떻게 하면 용기가 생길까? 아마도 사랑 아닐까. 수지가 오목이의 아이들을 보았을 때 느꼈던 애정과 관심, 어린아이들이었기에 조금 더 쉽게 사랑을 느낄 수 있었던 것 같다. 아이들이란 그렇게 쉽게 사랑을 불러 일으킨다. 그래야 아이들도 살고, 그래야 인류가 종속된다.

아, 내가 수지를 보며 내내 생각했던 것, 난, 내 자신에게 솔직한 채, 살아가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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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여자네 집 - 개정판, 서울대 교수진이 추천하는 통합 논술 휴이넘 교과서 한국문학
박완서 지음, 윤덕환 그림, 방민호, 조남현 감수 / 휴이넘 / 2007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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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 여자네 집

 

 참 안타까운 이야기다. 생각할 수록 우리의 현대사는 이토록 가슴 아픈 사랑과 이별과 그리고 오랜 증오와 한을 만들어냈다. 인류의 역사가 그러하지만.... 누군가의 마음을 안다는 것, 그리고 자신의 마음을 안다는 것, 참 쉽지 않은 일이다.

지렁이 울음소리

 

 다 좋은데 왜 심드렁한거냐고. 다 좋은데 그럴 수 있다. 그러니까, 좋다는게 무얼 보고 누가 이야기 하느냐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 너무 좋아도 심드렁할 수 있다. 좋은 게 더 이상 좋은 게 아닐 수 있다. 돈 많고, 돈만 많고, 특별한 걱정 거리 없으면 그게 좋은 거라고, 사람들은 말하지만 난 아닐 수 있다. 잔잔한 일상의 순간에 스멀거리며 퍼지는 일탈과 파괴에 대한 욕망들. 그 욕망은 아마도 자아찾기로 승화되어야 할 듯.

 

그 가을의 사흘동안

 

 평생낙태수술만 해왔던 산부인과 의사. 그에게 의자는 의술이 인술이라고 이야기 했던 아버지가 앉아 있던 그 곳이며, 의자를 버리지 못하는 이유는 의술을 인술로 펴지 못하는 자신에 대한 마지막 양심의 저항이었다. 원하는 것, 의미있는 것을 찾아 살지 못하고, 그저 과거의 아픔, 슬픔, 그리고 분노에 휩쓸려 자신의 현재와 미래를 저당잡혀 사는 삶이 얼마나 허망한지....

 

나의 가장 나종 지니인 것

 

 형님에게 하는 전화로 하는 긴 하소연이다. 제삿날을 미리 챙기지 못한 동서가 형님에게 전화를 하여 그간의 사정을 이야기 한다. 그 동서란 민주화 운동을 하다 죽은 아들을 두고 있는 사람이다. 자식을 먼저 보내는 것이 삶을 송두리째 흔들수있는 이토록 아픈 일인데. 그 슬픔을, 어떻게해야 살아있는 자들의 삶이 왜곡되지 않고 저마다 각자의 삶으로 완성될 수 있을 것인지 모르겠다. 그런데, 작가가 말한 가장 나종 지니인 것이 뭐였지? 자신의 껍데기. 만들어왔던 나. 

 

 이 네 작품. 삶의 긴 여정 속에서 진정한 자기 모습을 찾는 다는 것, 그저 내가 나인 채로 살 수 있다는 것이 얼마나 큰 행복인지를 껍데기 뿐인 삶을 살면서 허망함에 몸부림치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통해 항변하고 있는 듯 하다.

 나의 가장 나종 지니인 것은 나이어야 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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