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남자네 집
박완서 지음 / 현대문학 / 2008년 12월
평점 :
구판절판


이야기는 후배가 새로 이사간 동네가 자신이 예전에 살던 동네였고, 그 동네에서 그 남자네 집을 찾는 것으로 시작한다. 이야기는 거슬러  전쟁이 막 끝난 다음, 동네에서 남자를 만났고, 그 남자와 부푼 시간을 보냈고, 다른 남자를 만나 결혼을 했다. 어디 까지가 작가가 직접 겪은 일인지는 알 수 없으나, 그 산이 정말 거기에 있었을까, 가 자전적 이야기라면 그 남자네 집도 많은 부분 자전적인 이야기에 기초하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춘희와 함께 낙태 수술을 하러 간 그 병원에서 '그 가을의 사흘동안'이 나왔을 테고, '해산바가지'의 그 시어머니와 작가의 시어머니와 그 남자네 집의 시어머니가 닮아 있고, 작가의 남편은 '나의 조그만 체험기'의 그 남편과 무척 닮았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춘희의 전화는 '나의 가장 나종 지니인 것'을 연상시킨다. 그리고 이 소설에서 가장 슬픈 대목이다. 춘희의 전화.

 하여간 이렇게 한 작가의 작품을 연이어 읽다보니 이 작품 저 작품 저절로 비교하게 되고 마치 퍼즐을 맞추듯 이얘기, 저얘기를 끌어내어 작가의 삶을 다시 보게 된다.

 참, 꼼꼼하고, 섬세하고, 여리고, 가족 안에서 사랑을 많이 나누고 받고 한 사람이었으며, 그 자신이 중산층이었으며 그 자신이 자신의 이중성에 몹시 민감했으며 동시에 그 자신이 세속적인 이중성을 많이 가지고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

 그가 글을 썼던 건 어쩌면 자신을 성찰하는, 자신을 견디는 방식이었으리라.

 작가가 그 남자에 대해 가졌던 사랑은 뭘까. 자신이 가지지 못한 예술적 감수성, 섬세함, 자유로움에 대한 동경이었나? 아무것도 가지지 않은 남자가 당장의 먹거리와 잠잘 곳을 해결할 돈으로 빵과 여인숙 대신 시집을 사서 길거리에서 잠들었다면, 그 남자와 한번 쯤은 만나 보고 싶겠지만, 그 남자와 지내는 그 시간이 자유롭고, 때로는 감미로울 수 있겠지만, 그것이 영원히 지속되어야 한다면 당연히 도망가고 싶은 늪이 될 것이다. 이렇게 생각하는 사람이 세속적인 사람들이다. 그러나 세속적인 사람들은 대부분 예술적인 것에 대한 연연함 같은 것이 있다. 가지지 못했으니까 더 좋아보인다.

 작가는 기억력이 좋고, 양심적이며, 꼼꼼하다. 자신의 경험에 근거하여, 자신의 생각과 느낌에 기초하여, 조근조근 풀어내는 그 말들이 세속적으로 살아가나 자유롭고 예술적인 영혼과 만나 잠깐 불타는 듯 짜릿짜릿 연애를 해 보고 싶어하는 나같은 대중의 마음 속으로 파고든다. 그래봤자 결국 텔레비전 드라마를 보면서 마음 설레어하는 걸로 끝나는 평범한 아줌마. 갑자기 작가하고 무척 잘 아는 사이인 듯 한 묘한 착각이 생긴다. 그 남자네집을 시작으로.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