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바람계곡의 나우시카 7 - 완결
미야자키 하야오 지음, 서현아 옮김 / 학산문화사(만화) / 2004년 10월
평점 :
품절
미야자키 하야오의 애니매이션 한 편 보지 못한 사람은 드물것이다.
<미래소년 코난>을 끝으로 TV를 탈출한 하야오 감독의 작품 행적은 일본의 문화 콘텐츠들이 국내에 정식으로 수입되기 훨씬 이전부터 본국인 일본 뿐 아니라 국내에서도 음성적인 경로를 통해 수많은 매니아들을 양산해왔다.
이렇듯 애니매이션에서는 세계적으로도 크게 인정을 받을만큼 일가를 이룬 미야자키 하야오가 직접 그린 유일한 출판만화가 본 작품 <바람계곡의 나우시카>이다. 미야자키 하야오가 TV 만화를 그만둔 후 지브리 스튜디오를 설립하고 1984년 처음으로 발표한 극장판 애니매이션이 <바람계곡의 나우시카>였던걸로 미루어 "나우시카"는 작가에게 아주 각별한 의미를 갖는 존재이리라 짐작할 수 있겠다.
그리고 애니와 만화, 두 작품은 동일하지만 서로 다른 작품이다.
애니매이션 <바람계곡의 나우시카>는 미야자키 하야오의 작품 목록에서 초기작에 해당하며, 그의 초기 작품 경향을 대표하는 작품이지만, 인물의 설정과 모든 시놉시스들이 동일한 만화 <나우시카>는 10년이 넘는 연재기간이 말해 주듯 미야자키 하야오의 작품 행로가 오롯이 담겨 있는 연대기적 작품인 것이다.
애니매이션은 모두 7권으로 구성된 만화 <바람계곡의 나우시카>의 초반 20% 정도의 내용을 담고 있을 뿐이다. 작가는 애니매이션에서 못다한 이야기를 인쇄매체를 통해서 하고 싶었던 것 같다. 이 책은 오랜 기간 연재를 하면서(중단과 연재를 무수히 반복했다고 한다) 변해가는 작가의 자연관과 미래관 등이 선명하게 녹아들어 있다. 그래서 만화 <나우시카>는 극장판 <바람 계곡의 나우시카>에서 보여주었던 순수한 낙관주의보다 <원령공주>의 체념적이고 다소 비관적인 운명론적 세계관과 맞닿아 있다. 만화영화에서 신인류의 희망이자 구원자로서의 영웅이었던 나우시카는 비극적 신화의 구원받지 못할 불우한 영웅으로 그려진다.
애니매이션에서 아름답고 정갈한 색채로 덧입혀져있던 바람계곡은 거칠고 뭉툭한 연필화에 의해 전혀 다른 모습으로 다가온다. 만화 <나우시카>는 결코 아름답고 행복한 이야기가 아니다. 인류의 절망과 좌절, 끝없는 전쟁의 참혹함과 덧없는 인간의 욕망, 그리고 이에 대비되는 자연의 위대한 능력에 대한 진지한 묵시록이다.
그럼 인간은?
도태와 소멸만이 구원이고, 죽음과 희생만이 미래일 뿐인, 결코 아무런 희망이 보이지 않는 세상에서.
그래도 살아가야 하는 존재이다.
p.s. 불의의 사고로 책을 분실하고 나서 절판 상태의 이 책을 두고 시름시름 앓다가 재판이 나온김에 눈 딱감고 다시 샀더니, 이런!! 책값이 권당 1000원이나 올랐다. 바뀐것도 없는데. 소중한 책은 잘 간수하고 볼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