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드스톡행 마지막 버스 동서 미스터리 북스 100
콜린 덱스터 지음, 문영호 옮김 / 동서문화동판(동서문화사) / 2003년 6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경찰이 탐정으로 등장하는 추리 소설은 크게 두 종류로 나눌 수 있다. 물론 내 나름대로의 분류이다.

첫번째는, 말 그대로 경찰 소설. 특정한 한 사람의 명탐정을 내세우는 것이 아니라 조직으로서의 경찰의 수사 과정과 그 해결을 묘사하는 추리소설이다. 물적 증거의 과학적 분석, 팀에 의한 협력 수사, 광범위한 탐문 수사의 과정이 실감나게 전개된다. 에드 멕베인의 87분서 시리즈나, 펠 바르, 마이 슈발 부부의 마르틴 베크 시리즈가 대표적이다. 그리고 일본의 세이초나 세이이치의 사회파 추리 소설도 이 부류에 포함시킬수 있겠다.

두번째는, 사건을 추리해가는 독보적인 탐정이 있는데 그 탐정의 신분이 경찰인 경우. 메그레 경감이나, 프렌치 경감, 찰리 챈 경감, 도버 경감 등이 등장하는 일련의 시리즈들이 여기 속한다. 탐정의 직업이 경찰이기 때문에 경찰의 조직적인 수사 협력이 뒷받침 되고, 상부의 명령에 따라야 하는 등, 이들의 수사 방식과 사건 처리는 여타 아마츄어 탐정들의 독불 장군 식 수사 방식과는 다소 차이가 있다. 물론 파일로 번스나 엘러리 퀸처럼 공식적이고 대대적인 경찰 병력의 전폭적인 지원이 있는 경우는 다소 예외라 할 수 있겠지만, 취미나 흥미 측면에서 사건을 대하는 아마추어들에 비해 이들의 태도에는 깊은 직업적 의식과 고민이 반영된다.

<우드스톡행 마지막 버스>는 위의 분류 방식에 따르면 두번째 부류에 속한다고 할 수 있다. 탐정은 옥스포드 지역의 경찰인 모스 경감, 그리고 조수는 루이스 형사 부장. 현대의 추리소설에 등장하는 탐정중 가장 인기 높은 캐릭터라는 모스 경감이 등장하는 첫번째 작품이자 작가인 콜린 덱스터의 처녀작이기도 한 <우드스톡행 마지막 버스>는 그만큼 주인공의 캐릭터에 생기를 불어 넣기 위한 작가의 노력이 베어 있는것 같다. 그래서, 처음으로 읽은 모스 경감 시리즈 임에도 불구하고 (동 작가의 다른 작품과의 비교는 할 수 없겠지만) 이 책 하나만으로도 모스 경감의 독특한 매력을 충분히 느낄 수 있었다.

40대 중반쯤으로 짐작되는 나이의 독신 남성인 모스 경감은 괴짜라는 평가를 받을 만큼 엉뚱한 소리를 자주 하며, 작가인 콜린 덱스터 처럼 십자말 풀이를 좋아한다. 여타 경찰들의 수사 방식과는 다른 직관적인 탐정법을 신봉하고, 자신의 기분을 여과없이 밖으로 표출하는 솔직하고 다혈질적인 성품을 갖고 있다. (발을 다쳤던 상황을 귀찮아 하고 창피해 하면서도 만나는 사람마다 일일히 설명해 주는 귀여운 모습이라니!) 이 작품에서 처음 만난 루이스 형사부장과의 절묘한 콤비는, 도버 경감 시리즈의 도버 경감과 맥그리거 경사의 그 독특한 콤비네이션과 견주어 전혀 손색이 없는 절묘하고 멋진 모습을 보여 준다.(루이스 형사부장이 모스 경감 보다 나이가 많다는게 너무나 놀라울 뿐이다. 역시 나이를 중시하지 않는 서양의 문화 탓일까.) <우드스톡행 마지막 버스>는 70년대에 쓰여졌다는게 믿기지 않을 만큼 충실한 본격 미스테리의 형태를 띄고 있으면서도 고전 추리 소설이 갖지 못한 풍부한 위트와 선정적 스토리를 담고 있다. 괴팍하기 짝이 없다가도 사랑하는 여인 앞에서는 한없이 부드러워지는 모스 경감의 애절한 로맨스 또 한 놓칠수 없는 재미.

p.s. 모스 경감의 퍼스트 네임이 시리즈 12번째에 가서야 밝혀진다고 하는데 루이스 형사부장의 대화마다 자주 등장하는 그의 아내가 후속 시리즈에는 직접 출연하기도 하는 지 궁금하다. (나머지 시리즈들도 보고 싶다는 얘기이기도 하다.)


댓글(9) 먼댓글(0) 좋아요(15)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물만두 2004-07-23 17:1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동감입니다. 그리고 <사라진 소녀>가 이 작품보다 더 재미있는데 나올 생각을 안하는 군요.

oldhand 2004-07-23 18:1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역시나 결론은 시리즈의 완역이죠. 추리소설의 모든 시리즈가 완역되길 바라는 건 너무 큰 꿈이기도 하지만요. 동서의 나머지 리스트라도 무사히 나오기를 바랄 뿐 입니다.

물만두 2004-07-23 19:3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요, 읽고 싶은 책 두권이 빠져 아쉽기는 하지만요...

마태우스 2004-08-03 12:1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주의 리뷰 축하드려요. 님과 전 이주의 마이리뷰 동기가 되었군요^^

마태우스 2004-08-03 12:1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리고 님 서재소개에 쓰인 이름들 중 상당수가 반가운 이름들이네요.

oldhand 2004-08-03 13:3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앗 마태님이 오셨군요. 누추한 곳인데... ^_^
마태님도 이주의 리뷰 당선 축하드립니다. 저는 완전 운빨이었어요. 마태님과 동기라니 황송합니다.

oldhand 2004-08-04 10:0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박학다식이라니요. 당치도 않습니다. 薄學多食 이라면 모를까. -_-a 조만간 실력이고 밑천이고 다 뽀록날듯 싶습니다.

밥헬퍼 2004-08-05 14:4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추리소설를 다시 접하고 싶군요. 왠지 잊어버리고 있었던 것을 다시 찾게 된 기쁨이 있습니다. 리뷰가 참 깔끔합니다. 이렇게 뵙게 되어 반갑습니다.

oldhand 2004-08-05 14:5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baphelper님 반갑습니다. 추리소설을 다시 접하고 싶으시다니 쌍수를 들어 환영합니다. 원래 이런 비주류 매니아들은 동지들이 느는걸 좋아한답니다. ^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