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딱정벌레 살인사건 ㅣ 동서 미스터리 북스 139
S.S. 반 다인 지음, 신상웅 옮김 / 동서문화동판(동서문화사) / 2004년 5월
평점 :
<딱정벌레 살인사건>은 반 다인의 전반기 6편의 장편중 다섯번째에 해당한다. "추리 소설은 장편이어야 하고, 살인 사건을 다뤄야 하며, 한 작가는 6편의 작품을 쓰는게 한계이다"라는 반 다인의 지론은 세번째 언급한 작품수 한계설에 있어서는 본인 조차 지켜내지 못했지만 후반기 6작품의 수준이 떨어진다는 평단과 독자들의 의견으로 미루어 일견 일리가 있는 말이다. 그리고, 그런 의미에서 볼 때 6편중 다섯번째라면, '원숙기의 절정' 정도로 받아 들일 수 있지 않을까?
반 다인의 작품은 이상하게 나에게는 궁합이 잘 맞는 편이다. 많은 사람들이 질려하는 각주와 주석들은 물론 보기 편한건 아니지만, 그리고, 파이로 번스의 잘난체와 너무나 무기력한 매컴과 히스 형사부장의 모습은 눈에 거슬리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반 다인의 소설은 잘 읽힌다. 그렇지 않은 사람도 많은 걸 보면 '궁합문제'라고 생각할 수 밖에.
<딱정벌레 살인사건>은 사건의 전개가 워낙에 기존의 반 다인과 비교해서도 스피드하기 때문에 더욱 술술 읽을 수 있었다. 추리소설에 닳고 닳은 독자들이라면 범인의 정체는 어렵지 않게 간파할 수 있겠지만, 범인과 번스가 벌이는 치열한 심리전의 한판 승부가 속도감 있게 펼쳐지는 대가의 원숙미 넘치는 작품이다.
경찰을 완전히 무시하고 제쳐놓은 채 관련인들을 심문하고 취조하는 번스의 월권행위와 번스를 그저 바라만 보고 있는 옆집의 푸들만도 못한 경찰들의 능력은 허무맹랑을 넘어서 기가 차고, 역시나 번스다운 사건의 마무리와 범인 처리도 찝찝하고 탐탁치 않다. 갖은 불평이 많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반 다인의 추리 소설은 계속 찾아 읽게 되는, 읽으면서 흥미진진해 하는 불가해한 매력을 갖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