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토너
존 윌리엄스 지음, 김승욱 옮김 / 알에이치코리아(RHK) / 2015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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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릴 적 너무 좋아하던 TV를 커서는 잘 보지 않는다. 억지로 지어낸 행복과 불행, 슬픔, 웃음 등이 불편해서이다. 생각없이 사는 것처럼 컨셉을 정했지만, 누구보다 강하게 잘 살아내고 있는 홍진경의 집에 어느 날 김영철이 와서 바닥에 쌓여있는 책 한 권을 꺼내들며.

"어?"

"이거 내가 제일 좋아하는 책이야!" 라며 호들갑을 아주 잠깐 떨었던 적이 있다.

바보라는 컨셉까지 들고 있는 홍여사가 ?? 강하게 궁금증이 들어서 장바구니에 넣어두었는데.. 어느 날부터 베스트셀러에 오르는 걸 보고, PPL이었나?라는 배신감도 들고... 

양가감정 속에서 드디어 접해볼 수 있게 되었다. 


책의 내용은 가난한 시골 마을의 농부의 아들인 스토너가 군청에서 다녀간 사람의 권유로 컬럼비아의 새로운 대학교 농과대학을 보내기로 결정한 아버지말씀에 남의 집에서 살며 농장일 해주는 조건으로 4년간 떠나있게 된다.

그러나 일과 공부를 병행하기는 참 힘든 일이다. 스토너는 그 힘든 일을 해낸다. 묵묵히 해내는 그는 2학년이 되었을때는 캠퍼스에서 친숙한 인물이 되어 있다. 계절과 상관없이 언제나 똑같은 차림때문? 때는 우리나라의 일제 강점기 시절이니... 상사이 되려나? 건조한 목소리와 굽은 등의 아론 슬론 교수의 수업을 들으며 오묘한 감정을 느끼며, 성취감과 함께 그는 농과대학이 아닌 다른 문학사로 전공을 바꾸게 된다. 

4년이 지나 졸업을 하게 되면서, 아버지와 어머니가 그 사실을 알게 되고 조금의 미안함을 느끼지만 그는 그렇게 그 대학에서 석사학위,박사학위등을 따내며 교수의 자리를 얻게 된다. 시대의 격동기인지라 함께 공부하던 두 친구는 참전을 결정하지만, 그들과는 다르게 대학에 남는 선택을 하게 된다. 

전쟁이 끝나면서 한 친구는 돌아오고, 한 친구는 세상을 떠나게 된다.

어느날 초대된 파티에서 한 여자의 모습에 사랑을 느끼고, 결혼을 결심하게 되고 그 과정이 조금은 이상한 듯 하지만, 언제나처럼 인내하며 결혼이라는 세계에 입문하게 된다. 그런데.. 그가 선택한 이디스 또한 인내하는 삶이 편하고 표현하는 삶이 어려웠다. 그렇게 아닌듯 하면서도 아슬아슬하게 결혼생활을 유지하고, 어느날 아이를 갖고 싶다는 이디스의 말에 그레이스를 낳게 되지만, 그 이후의 책임은 스토너가 도맡듯이 한다. 교수의 힘든 삶을 살면서, 육아까지 해내는 그의 모습에서 존경스럽기도 하고.. 이디스가 원망스럽기도 했다. 그렇게 잘 살아내고 있다가 이디스가 엄마의 자리로 돌아오면서 스토너의 자리를 자꾸 밀쳐내지만, 그는 그 또한 반항하지 않고 받아들인다. 섬세하기 그지없는 그레이스가 깨어지고 있는 것도 그렇게 바라보며...대학생활에서도 부딪히는 찰스 워커와의 만남 또한 답답하고 화가 났다. 그러던 그에게도 캐서린이라는 참 사랑이 찾아오지만, 그가 잘하는 그 방향으로 끝맺음을 하게 된다. 무언가 잘못된 게 있고 불편하면 그걸 해소하고 다시 반복되지 않도록 하고 억울한 게 있으면 말이라도 하고 싶은게 나인데.... 스토너도 그랬으면 참 좋았을 껀데.. 해낼 수 있는데도 왜 -_-

 열심히 사는 이에게는 반드시 보람이 있고, 아름다운 길이 열린다고 믿고 살고 있는 나인데, 스토너를 보면서 답답하고 화나고 슬펐다. 악이라고 말할 수 있는 이들은 저렇게 잘 살아내는데 매번 참기만 하고 극적으로 이겨내지 못하고 악에게 잠식당하는 스토너의 삶. 그리고 허망한 마지막..은 쓸쓸했다. 그런 스토너와 함께하면서도 행복해질 방법을 찾지 않은 아니 못찾은 이디스도, 그리고 그 이디스의 감정을 받아내고 틀어져버린 그레이스도...


조금만 생채기나면 참지 못하고 악다구니를 써대는 세상 속에서 100년전에 가까운 스토너의 삶을 보고 있자니 너무 답답하면서도 한편으로는 그렇게 인내하고 버텨내며 묵묵히 삶을 살아내주고 있는 이들이 지키고 있는 이 삶이 부모님들과도 오버랩되어... 스토너를 덮는 순간까지 "Less is more:라는 말을 좋아하는 나로서는 ?와 ...이렇게 적게 바라고도 마음의 행복이 이정도밖에 못 가진다고? 하는 분함과 짠함이 교차하게 되었다. 이 책은 나에게 무엇을 주고 싶었을까?


옮긴이의 말과 '슬픔과 고독을 견디며 오늘도 자신만의 길을 걷는 당신을 위한 이야기. 사는 모습은 달라도, 우리는 누구나 스토너다.'라는 뒷날개의 홍보글을 읽으며 같은 마음을 느꼈다는 것이 반갑고 그래도 잘 읽어낸 것 같긴했다. 아.. 나는 이 삶에서 무엇을 기대하며 살고 있을까? 잘 살고 있는 걸까?


홍진경과 김영철이 추천했던 것이 PPL이 아닌 진짜 나와 같은 느낌으로 소장하고 있는 것 같다. 오래된 책인데, 갑자기 다시 들추어 내어 베스트셀러가 될 수 밖에 없었던 이유가...

그는 대학공부도 농장 일을 도울 때처럼 즐거움도 괴로움도 없이 철저하게, 양심적으로 했다. - P16

그와 그의 부모는 벌써 낯선 타인들처럼 변해가고 있었다. 그는 이런 상실감 때문에 사랑이 더 커졌음을 느꼈다. - P39

열심히 노력하는 사람이 보게 마련인 가능성들을 보았다. - P40

스토너는 대학을 커다란 저수지처럼 생각하고 있을 걸. 사람들이 자유롭게 드나드련서 자신을 완성해줄 물건들을 고를 수 있는 곳, 모두가 같은 벌집의 작은 일벌들처럼 힘을 합쳐 일하는 곳. - P43

그에게는 지금까지 내면을 성찰하는 버릇이 없었기 때문에 자신의 의도와 동기를 찾아 헤매는 일이 힘들 뿐만 아니라 살짝 싫다는 생각도 들었다. - P55

두 사람의 공동생활을 가능하게 해주는 섬세한 균형이 깨어질까 두렵기 때문이었다. - P169

가끔은 자신이 식물같다는 생각도 들었다. 그는 자신을 찔러 활기를 되찾아줄 뭔가를 갈망했다. 고통이라도 좋았다. - P251

자신에 대해 더 많은 것을 알기 위해서는 사랑에 빠져보아야 해요. - P276

옛날에 데이브 매스터스가 말하기를, 자네는 개자식이 덜돼서 진짜로 출세하기 힘들 거라고 했지. - P293

그의 마음 속 깊은 곳, 기억 밑에 고생과 굶주림과 인내와 고통에 대한 지식이 있었다. - P309

아이가 워낙 섬세한 도덕적 본성을 타고났기 때문에 계속 그 본성을 보살피고 키워주어야 하는 드물고 사랑스러운 인간에 속한다는 것을 그는 알고 있었다. - P332

그레이스가 술을 마실 수 있다는 사실이 고마웠다. - P3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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