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아지똥 민들레 그림책 1
권정생 글, 정승각 그림 / 길벗어린이 / 1996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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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화든 소설이든 '진짜'인 것. 세상에 몇 안 된다. 꼭 피눈물 나는 내용이어야 진짜가 되는 것은 아니지만 이 세상 숱한 동화들이 가벼운 마음으로 끄적거려진 것들, 철학도 없이 교훈만 지닌 것들이 얼마나 많은가. 그러나 권정생 선생님의 동화들은 쉽게 쓰이지 않았을 뿐 아니라 쉽게 읽히지도 않는다. 읽기에 가슴 아프고 무거운 것들이 많다. 반드시 어느 대목에서인가 눈물을 찔끔거려야 하는 것들.

'강아지 똥'은 아주 예쁜 책이지만 나의 아들이 6살 무렵 이 책을 읽어줄 때 강아지똥이 스스로 아무 쓸모도 없다고 하소연하는 대목에서 울먹거리던 기억이 난다. 강아지똥은 엄마도 없지, 그렇게 혼자 중얼거리던 기억도 난다. 버림받았다 하기엔 아기 몸처럼 너무 예쁘게 그려진 강아지똥. 그 표정이 너무 고와 이 그림책이 원본의 글맛을 버려놓았다는 누군가의 호된 비평에 대해 팔벌려 이 책을 감싸주고 싶을 정도이다. 정승각 선생의 그림 역시 따뜻한 것을 사랑하는 사람의 그림임이 보인다.

이 책이, 그 내용이 너무나 과학적이면서도 교육적이면서도 철학적이고 그림마저 고와 중학교 아이들에게도 수업에서 보여주고 싶었다. 그런데 아니나 다를까 중1 국어책에 실렸다. 이 것을 읽을 때 몽실언니를 쓴 바로 그 권정생 선생님의 작품이라고 꼭 덧붙인다. 특히, 어리버리 글씨도 많이 틀리는 공부 잘 못하는 작은 중학교 1학년 짜리들을 붙들고 이 작품을 꼼꼼히 읽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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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가 내 머리에 똥 쌌어? 사계절 그림책
울프 에를브루흐 그림, 베르너 홀츠바르트 글 / 사계절 / 2002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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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들이 이 책을 좋아하는 것은 유아기에 '응아'에 대한 관심 때문에 그렇다는 이야기는 교육학에서 들었다. 뿐 아니라 말배우기 단계에서 '똥'이란 말에 대해 보이는 즐거운 관심은(어른이 되어도 '똥' 이야기는 사람들을 즐겁게 한다) 내가 키우던 아이들과 조카들까지 일관되는 것이다. 그래서 이 책은 아이들마다 대물림해서 인기 최고의 책이 되었다.

무엇보다 이 책의 가장 큰 미덕은 그림에 묘사된 동물의 모습과 표정들이 실감날 뿐 아니라 바로 그 똥!, 그것의 모습이 참으로 진실되게 그려졌다는 것이다. 얼마나 많은 그림책들이 거짓 그림을 그려 아이들을 현혹시키는가. 예쁘게 보이기 위해서. 심지어는 과학그림책임을 전면에 내세우는 것조차 조악한 그림 솜씨, 불성실한 관찰과 묘사로 엉터리 그림들을 그냥 내다 팔지 않는가. 지금은 조카가 보고 있는 이 책은 7개월 짜리 그 밑에 아이도 읽을 수 있도록 잘 보관을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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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 먼나라 이웃나라 (유럽편) - 전6권 세트 먼나라 이웃나라
이원복 지음 / 김영사 / 1998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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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맡는 반 학급문고에는 반드시 이 책을 구비해 두고 읽혔다. 그러기를 어언 10여 년. 그리고 10살이 된 아들을 위해서도 한 질을 마련했지만 정작 나 자신은 꼼꼼히 그것을 들여다 보진 않았다. 그러다가 지난 여름 유럽 여행을 위해 내가 들러야 할 나라들의 것을 찾아 읽었다. 가히 '읽었다'고 해야 할 만큼 시간이 오래 걸렸고 틈새틈새 예전에 읽었던 서양역사서나 문학사 들 따위를 찾아 가며 공부하듯 읽었다. 읽고, 여행을 떠나면서 아들에게 엄마 아빠가 여행하는 곳의 책을 찾아 읽으라고 했다. 10살 짜리가 다 읽기에는 벅찼는지 다 읽었노라는 소리는 못 들었지만, 이 책은 한꺼번에 다 읽어도, 필요할 때 필요한 부분만 찾아 읽어도, 어떤 계기가 있어 읽어도, 그냥 유럽사가 궁금해서 읽어도 확실한 학습효과를 볼 수 있는 좋은 책이다.

아쉬운 것이 있다면 개략적인 역사일 뿐이고 기존의 왕조, 권력다툼, 전쟁을 중심으로 한 사관에서 자유롭지 못하다는 것, 그래서 개인적으로는 내가 관심있는 문화적인 측면이나 문화상대주의적인 시각이 부족한 것도 사실이다. 그러나 우리에게 이만큼 효과적인 수단과 알찬 내용으로 제공되는 학습만화가 또 있는가? 그 모든 단점이 단점이라기보다 꼬투리처럼 느껴질 정도이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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헬렌 니어링의 소박한 밥상 접시 위에 놓인 이야기 5
헬렌 니어링 지음, 공경희 옮김 / 디자인하우스 / 2001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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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 그래도 원래 채식을 즐겨 했었다. 어렸을 때부터 날야채를 좋아했고. 그러다 결혼을 해 남편 식성을 닮다보니 삼겹살을 일주일에 한 번씩 '즐기는' 사람이 되었다.

고기든 생선이든, 도마 위에 올려놓고 그것을 만지면서, 이것은 가족을 위해 누군가 해야하는 일이라고 끊임없이 자신을 위로하지만 한때 살았던 그것들의 몸을 토막내고 내장을 끄집어내고 눈알을 파내는 일이 참으로 괴롭기 짝이 없었다. 사람이 고기를 먹지 않아도 된다면 이런 일을 하지 않아도 될테지만 나의 아이들이 다른 아이들보다 발육이 덜 되는 일은 어찌해야 할지 답이 안 나왔다.

그러다가 내 주변에 채식을 하는 사람이 하나 나타났다. 그는 '채식주의자'는 아니었고 다만 싫어서 고기를 안 먹는다고 하는데 생활에 전혀 지장이 없어 보인다. 게다가 새로 바뀐 중학교 1학년 국어책에는 법정 스님의 '먹어서 죽는다'라는 수필이 실렸다. 그 수업을 진행하기 위해 채식 관련 사이트들을 뒤져보고 이제는 몸의 요구를 버릴 수 있을지에 대해 진지하게 생각할 무렵, 이 책을 보게 되었다.

헬렌 니어링은 이미 오래 전에 책을 통해 만났었다. 그의 삶의 방식이 내가 살고 싶은 것과 매우 비슷하기에 관심을 갖고 있던 사람이다. '소박한 밥상'을 읽으면서 채식에 대한 신념이 생긴다. 나와 우리 아이들은 저녁 식사를 준비하는 동안 날당근을 한뿌리씩 들고 먹곤 한다. 요즘 내가 즐기는 것은 간장, 식초, 참기름(올리브유), 물을 1:1:1:1를 섞은 것에 마늘 다진 것을 넣은 소스에 양상치나 부추를 찍어 먹는 것이다. 저녁 때 이것을 여러 접시 먹고 약간의 밥을 먹는다. 혹은 좋아하는 술을 마실 때 안주 삼아 먹기도 한다. 아주 산뜻하고 좋은 기분이다.

아직도 나는 고기를 먹는다. 해물과 생선회를 무지 좋아하는데 고기는 어쩌면 언젠가 (조만간) 버릴 수 있을지라도 물고기를 안 먹고 살 수 있을지 자신이 없다. 그러나 최소한 조금이라도 덜 먹으려고 애쓸 수 있다. 나의 건강을 위해서라기보다는 남의 살과 생명을 능욕하는 그 일을 피하기 위해서라도. 물론 아직도 풀지 못하는 답은 많지만.

최근 읽은 책 중에서 내게 확신을 주고 실천으로 이끈 강력한 힘을 가진 책이 바로 '소박한 밥상'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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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로우니까 사람이다
정호승 / 열림원 / 1998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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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호승의 시를 거의 다 좋아한다. 그야말로 시인이란 생각이 든다.말 몇 마디 짧게 줄여놓은 것 한 80편쯤 모아 책 한 권 내놓고 자족하는 어떤 시인들과는 다르다. 어쩌면 이 사람이 내뱉는 말들이 다 시가 될 것만 같은, 앞과 뒤가 다 시일것만 같은, 그런 시인이라고 생각한다.

이 시집 속의 '내가 사랑하는 사람'이란 시를 읽으며 그의 시인다운 운율적 감각보다 그의 통찰력에 가슴이 멍했다. 무지하게 공감했다는 말이다. 사람들은 밝고 행복하게 살자 하고 어린 아이들을 가르칠 때도 잘 웃고 사교적이고 밝고 명랑하라고 한다. 물론 그래야 대체로 행복하더라는 것이겠지만 난 늘 묻고 싶다. 대체로 명랑하기보다 가라앉아 있는 편이지만 늘 행복하게 사는 나는? 그리고 대체로 활기차게 잘 웃는 사람보다 내리깐 눈동자 속에 그늘이 아름다운 사람을 사랑하는 나는? 말없고 더러 어둡지만 정말 맑게 사는 사람을 많이 알고 사는 나의 '사람 판단의 기준'은 틀렸단 말인가?

내가 가르치는 아이들에게도 나는 너희들의 아픔을 소중히 하라고 말해준다. 구김살없는 아이보다 자기도 모르는 자기 세계를 무거워하며 쩔쩔매는 아이들을 사랑한다. 나는 그늘이 없는 사람을 사랑하지 않는다. 그 사람의 그늘을 발견했기 때문에 더더욱 그 사람을 사랑한다. 그가 노래를 잘 하기 때문도 아니요, 그가 아름답기 때문도 아니요, 그가 잘 웃기 때문만도 아니요, 그가 상처를 가지고 있기 때문에. 그리고 또, 그는 자기 그늘만이 아니라 다른 이의 것까지, 그늘을 사랑할 줄 아는 사람이다. 그래서 더욱 사랑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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