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화든 소설이든 '진짜'인 것. 세상에 몇 안 된다. 꼭 피눈물 나는 내용이어야 진짜가 되는 것은 아니지만 이 세상 숱한 동화들이 가벼운 마음으로 끄적거려진 것들, 철학도 없이 교훈만 지닌 것들이 얼마나 많은가. 그러나 권정생 선생님의 동화들은 쉽게 쓰이지 않았을 뿐 아니라 쉽게 읽히지도 않는다. 읽기에 가슴 아프고 무거운 것들이 많다. 반드시 어느 대목에서인가 눈물을 찔끔거려야 하는 것들.'강아지 똥'은 아주 예쁜 책이지만 나의 아들이 6살 무렵 이 책을 읽어줄 때 강아지똥이 스스로 아무 쓸모도 없다고 하소연하는 대목에서 울먹거리던 기억이 난다. 강아지똥은 엄마도 없지, 그렇게 혼자 중얼거리던 기억도 난다. 버림받았다 하기엔 아기 몸처럼 너무 예쁘게 그려진 강아지똥. 그 표정이 너무 고와 이 그림책이 원본의 글맛을 버려놓았다는 누군가의 호된 비평에 대해 팔벌려 이 책을 감싸주고 싶을 정도이다. 정승각 선생의 그림 역시 따뜻한 것을 사랑하는 사람의 그림임이 보인다.이 책이, 그 내용이 너무나 과학적이면서도 교육적이면서도 철학적이고 그림마저 고와 중학교 아이들에게도 수업에서 보여주고 싶었다. 그런데 아니나 다를까 중1 국어책에 실렸다. 이 것을 읽을 때 몽실언니를 쓴 바로 그 권정생 선생님의 작품이라고 꼭 덧붙인다. 특히, 어리버리 글씨도 많이 틀리는 공부 잘 못하는 작은 중학교 1학년 짜리들을 붙들고 이 작품을 꼼꼼히 읽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