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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페라 읽어주는 남자 - 오페라 속에 숨어 있는 7가지 색깔의 사랑 이야기 ㅣ 명진 읽어주는 시리즈 2
김학민 지음 / 명진출판사 / 2001년 12월
평점 :
품절
사실은 뮤지컬을 더 좋아하지만, 그래서 무대 위의 오페라를 본 기억이 많진 않지만 언젠가 충분히 오페라도 즐기게 될 날이 오리라 믿으며 이 책을 펼쳐들었다.(사실은 글샘의 서평을 읽고 찜~)
비록 1만원 짜리, 예술의 전당 오페라 하우스 4층 꼭대기에서지만 라보엠의 기억이 오래도록 가시질 않는데 오페라 하우스가 아니라면, 내가 보고 싶은 작품이라면, 시간만 맞는다면, 남편이 같이 가주기만 한다면 가서 오페라를 보고 싶은 마음이 굴뚝같다. 하지만 그 기회는 자주 오지 않는다. 오페라 자체가 자주 열리지도 않거니와 다른 조건들을 다 충족시키지 못하니까.
그래서 대신 유명한 아리아들만을 녹음해 듣기도 하고 아이들을 데리고 가서 볼 수 있는 가벼운 작품을 찾아 다니기도 하는데 역시 뭐랄까, 뮤지컬 같은 재미는 없다. 뮤지컬에서 주인공이 절규하듯 내지르는 열창에 소름끼치는 감동을 얻기에 오페라는 너무 점잖은 면이 있다. 가끔은 너무 늙은 아이다한테 실망하여 그 노래솜씨에 차마 감탄하지 못하는 일도 생긴다. 외모는 그렇다치고 노래와 연기까지 삼박자를 맞출 수 있는 캐스팅이 어려워서인지 무표정한 얼굴로 사랑의 아리아를 부르는 배우, 아니 오페라 가수를 보면 역시 뮤지컬을 보고 싶어지곤 했던 게 사실이다. 그러니 더더군다 뮤지컬을 매우매우 좋아하는 남편을 꼬시기는 더욱 어렵고 '나 혼자 보러간다~' 했다가도 그 돈 있으면 뮤지컬을 보자!고 윽박지름을 당하기도 해야 했던 것이다.
8년 전쯤, 귀수술을 해야 했을 때 동료가, 청력이 좋아지면 들으라고 '노르마'라는 오페라 녹음테잎을 선물한 일이 있었다. 나의 귀는 수술을 해도 청력이 회복되지 않는 심각한 상태였지만 나는 수술실에 들어가기 전에 그 테잎을 열심히 들었다. 우리 나라에서 거의(전혀?) 공연되지 않는다는 그 오페라는 언젠가 보고 싶다, 언젠가. 선율이 귀에 익으니 줄거리나 연기와 상관없이, 노르마가 뚱뚱한 할머니라 할지라도 열심히 '들을 수' 있을 것만 같다.
이 책, 편하게 읽을 수 있었다. 무대미술의 초안인 듯 싶은 그림들도 좋았다. 보통은 공연사진을 실을 법도 한테 지은이는 무대미술을 살펴볼 수 있는 자료를 보여준다. 그런 센스가 마음에 든다. 글은, 특별한 연출 비하인드 스토리나 조금은 전문적인 평이나 작곡가와 관련된 에피소드 등 다른 책들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이야기도 없이 그저 오페라의 줄거리만 쉽게 소개하는 정도이다. 거기에 대한 감상도 대단히 감각적이거나 독특하진 않다. 그래도 오페라를 쉽게 이해하게 해준다는 게 미덕인 듯 싶다.
음악하는 사람에게도 얼핏 이야기한 적도 있지만, 오페라의 줄거리만 추려보라. 3류 소설이 아닌가. 그런데 화려한 의상과 음폭이 넓은 가수들의 노래로 고급예술 취급을 받고 있다. 문학성 즉 '메시지'라는 면에서 오페라를 살피면 그런 기분이 들기도 하는 것이다. 그러니까 노래면 노래, 혹은 무대미술 등 무언가 오페라가 가지고 있는 긍정적 요소들 무엇인가를 위하여 기꺼이 다른 비판적 감각을 잠재우고 갈 일이다. 그런 경험이 쌓이면 눈도 귀와 함께 마음 더불어 함께 틔일 날이 오리라.아직 나는 오페라 초보 감상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