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십시일反- 10인의 만화가가 꿈꾸는 차별 없는 세상
박재동 외 지음 / 창비 / 2003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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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름다운 혁명가 체 게바라
박영욱 지음 / 자음과모음(이룸) / 2003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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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당을 나온 암탉 (양장)
황선미 지음, 김환영 그림 / 사계절 / 2000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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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야기 파라독스
마틴 가드너 지음, 이충호 옮김 / 사계절 / 2003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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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람이 우리를 데려다 주겠지! - 터키편, End of Pacific Series
오소희 지음 / 에이지21 / 2007년 6월
평점 :
절판


이렇게 맡겨도 될 것 같다.

"이제 어디로 가야 하지? 그리고 어떻게 가야 하나..."

".. 바람이 데려다 주겠지."

어쩐지 인도 여행을 다녀온 사람들의 해탈한 듯한 목소리로 말해야 할 것 같은 표현이지만 터키도, 어쩌면 우리들의 잃어버린 사람냄새 같은 것이 남아있던 따뜻하고 뜨겁던 그곳의 사람들도, 어쩌지 어쩌지 할 때, 괜찮아 괜찮아 바람이 데려다 줄 거야, 라고 말할 것만 같다.

작년, 터키를 다녀왔다. 오소희 씨처럼 '제대로' 다녀오진 못했어도 그만하면 나의 상황과 체력에 걸맞게 알차게 잘 다녀왔다. 나는 파묵칼레의 하늘과 물을 꼭 보고 싶었고 거기서 정말 아름다운 일몰을 가족과 함께 봤다. 비를 잔뜩 머금은 블루 모스크의 푸르스름한 지붕과 하늘도 보았다. 지나온 여행지는 다 좋은 것인지 몰라도, 좋았다. 그래서 일생에 다시 간다는 보장도 없는 (그러므로 정보와 실용성이란 면에서 별 쓸모가 없는) 터키 여행기를 덥썩 사들였는지도 모른다. 이 사람은 내가 갔던 그곳을 거쳐 갔을까? 어떤 기분으로 이스탄불의 뒷골목을 걸었을까, 다시 말하면 복습용이다.

저자는 생각이 많은 사람인 듯하다. 젊은 여자같지 않게 자연의 향기를 맡을 줄 알고 안달복달하지 않고 놓아줄 줄도 아는 정신연령을 가진. 게다가 용기까지..

그리고, 아마도 처음부터 누군가에게 읽힐 것을 염두에 두고 쓴 글일 터인데도 비교적 자기과시, 위선 혹은 위악도 그다지 심하지 않다. 앞으로 잘나가는 책의 저자가 되어도 그 모습이 변하지 않았으면 하는 바람도 있고 아예 영원히 아마추어로 남는 게 이 사람 인생관에 걸맞을 것 같기도 하다. 일기장에 쓴 글 같은 겸손을 잃지 않고 쓴 것이 이 정도라면, 이 사람, 글도 제법 쓴다.

그런데, 사람의 오만은, 가령 좀 어른스러운이라면 내가 세속인들이 아파트를 취할 때 마당있는 집을 원하오, 하더라도 그걸 잘난 체하지 않고 말할 수 있는 경지는 갈 수 있을지 몰라도 자식에 대해서만은 아닌 듯하다. 뭐 이 정도면 아이에 대해 뭘 그리 자랑을 했단 말이냐 할지 모르지만, 36개월 된 아이를 데리고 여행을 한다는(따라 다닐 수 있는 아이라는) 그 증명도 그렇고 이 아이의 이러저러한 행동을 있는 그대로 옮긴다고는 하나(또래 아이들보다 퍽 성숙하고 똘똘한 아이다) 아이 자체가 자랑거리인 아이다. 한국말도 놀라울 만큼 어른스럽게 잘하고 영어도 꽤 잘한다. 이 정도 언어를 구사할 아이라면 엄마가 꽤 공들여 수다를 떨어주었거나 아이가 타고 났거나이다. 아이는 좋은(?) 엄마를 만나서 세상을 살아가는 영어라는 무기 하나를 일찌감치 얻게 되었다. 부럽다.

어른들은 관광지와 유적지를 보고 다니지만 아이들은 어디 그런가. JB(왜 중빈이라 하지 않는지 못마땅하긴 하다. 이름은 세상 하나가 아닌가? 미국에 가면 영어 이름, 스페인에 가면 스페인어로 이름을 부르진 않을텐데)는 가는 곳마다 개나 고양이, 아이들, 모래 들과 친구가 된다. 우리 아이들도(물론 훨씬 큰 아이들이었지만) 히에나폴리스 언덕에서 고대 유적보다는 기둥 밑을 휘감아 도망가는 뱀꼬리를 쫓아다녔고 저녁 노을에 넋을 뺐다. 이스탄불이 얼마나 복잡한 역사를 가진 도시인가에는 중학생 아들조차 관심이 없다. 거리에서 만난 꼬마들과 국적불명의 짬뽕 3개 국어로 어른들만 못알아듣는 대화를 한참 나누곤 했다. 보는 나는, 왜 굳이 터키까지 와서 고양이랑 노는 걸까 하는 생각이 들었지만 그래도, 그래서, 아이들은 그 여행이 좋았다 한다. 난 중빈이라는 이 꼬마가 가는 곳마다 터키의 개들과 놀 때 작년의 그 생각이 나서 좋았다.

여행은 가는 사람마다 다른 이름이다. 그래서 그 추억의 무게를 달아 비교할 수 없다. 자기가 힘들고 싫었다 하면 모를까. 그래서, 남들이 보기에 무모해 보이고 돈 아까와 보이는(사실 서너 살 된 아이들이 여행의 기억을 얼마나 간직할 것이며 여행을 통해 만난 사람들로부터 얻은 사회성이나 삶의 지혜가 크면 얼마나 크겠는가, 라고) 이 모자의 여행이 여러가지 의미에서 무게를 갖는다.  또한 삶의 방식은 참으로 다양하구나 하는, 그런 깨달음도 준다. 아껴 읽었다. 터키 생각하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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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로그인 2007-08-07 10:1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래도요 풀꽃선생님 아이들은 볼것은 다 보는 듯 해요. 건강한 상태들이라서 어른들보다 더 보고 느끼고 딴짓하더라도 볼건 다 보는 능력을 가지고 있는 듯 합니다..저는 아직 결혼도 안해서 그렇긴 하지만 주위의 아이들 보면 그래도 볼거 느낄것을 잊지 않고 눈에 담는 듯하였어요.. 음... 아마 자녀분들도 그랬을껏 같습니다..
여름이 지나면 저는 여행을 다녀올까해요.. 풀꽃선생님께선 이번여름 여행다녀오셨지요?!

프레이야 2007-08-07 12:2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어맛, 수경님 반가워요^^
풀꽃선생님 리뷰는 언제나 멋지지요!
터키를 이미 다녀오셨다니 더없이 부러워요. 여행은 가는사람에 따라 다른 이름을
다는 것, 공감되는 말입니다.^^

풀꽃선생 2007-08-16 00:2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수경님, 혜경님 서재에 항상 손님이 북적이는 걸 보면 부러웠는데(물론 저는 게을러서 그렇게 손님들 잘 대접도 못한답니다. ^^;) 두 분 여기 들러주시니 잠시나마 저도 님들과 함께 둘러앉아 수다떠는 듯 푸근해집니다.
 
내 입에 들어온 설탕 같은 키스들
김선우 지음 / 미루나무 / 2007년 3월
평점 :
품절


멋진 여성에게 끌린다고, 시인이 고백했는데, 동감한다. 한때는, 세상엔 왜 이리 멋진 여자들이 많은 거야, 라고 생각한 적도 있다. 그건 뭐랄까, 영적인 면에서 그렇다는 뜻일 것이다. 상대적으로 남자들이 좀더 기능적이고 실용적인 삶을 살고 음악이나 바람이나 별이 주는 메시지에 둔감하다는 면에서 그렇다는 것이다(다 그렇다는 건 아니고 대체로 ^^).

이 책 속의 글들은 그냥 그랬다. 그런데 나는 마치 사랑하는 친구의 삶의 흔적을 보려고 그의 편지를 열심히 읽는 여고생이 된 기분으로 책을 읽었다. 문장력에 감탄하고 진정성에 공감하기로는 김선우가 한겨레 신문에 실었던 칼럼들이 더 강했다. 사랑에 대한 편지라니, 최근 들어 그녀의 새 시집을 놓고 관능의 시인 김선우의 새 시집이라고 선전하는 것을 보고 아, 그런가? 그랬나? 싶었던 나라 오히려 그녀가 '사랑의 편지'를 썼다는 게 의외다. 이 책이 그런 내용이었으면 사지 않았을지도 모른다. 나는 김선우, 라는 이름만 보고 샀다.

나에게 김선우는 굉장히 깊은 어떤 사람이다. 아마 곁에 만날 수 있는 친구라면 말이 참 없을 것 같은. 문인들 모인 자리에서 당돌하게 수상을 거부하고 여행을 떠났다거나 정치적 발언도 거칠 것이 없는 그녀, 관능적인 시를 얼굴 붉히지 않고 쓸 수 있는 그녀이지만 그 모든 것들이 거칠지 않고 야하지 않은 이유는 그 사람이 깊은 사람이라서, 여기서, 혹은 자기의 영혼을 멀리 띄워놓고 지구별(그 사람의 표현으로는)을 고즈넉히 바라보는 영적 거리를 지닐 수 있는 사람이라서 그런 것 같다.

나는 그런 친구를 하나 알고, 그 속이 궁금해서 자꾸 그의 글을 (말은 별로 하지 않으니까) 찾아 읽는 사람의 심정이 된다. 여고시절 새벽같이 학교에 오면 서랍 속에 낯선 아이의 편지가 들어 있었다. 누군지 모르나 참한 영혼을 지닌 그녀가 간밤의 끓어오르는 성숙을 어딘가에 토하고 싶어서 나를 택해 밤새 편지를 썼다. 나에 대한 애정과 학교생활, 고민, 이런 것도 있었겠지만 대개는 알 수 없이 자기를 흔드는 음악, 자기를 이끌어대는 달의 기운, 자기가 자기를 바라보는 자아의 분열과 합일 따위, 사춘기 소녀들만이 겪을 수 있는 신비한 정신적 흔들림의 고백들이었다.

책에서 나는, 김선우가 찾아 읽는 시, 음악, 그의 집 베란다. 찾아가는 곳 들을 따라 읽었다. 이렇게 혼자 고즈넉하게... 그런데 외로워 보이진 않으며... 강원도에 살 때 이렇게 혼자 잘 자기를 여물게 하던 많은 여자들을 만났었다. 방 벽 하나를 온통 시집으로 채웠으되 월세를 옮겨 다니던 그녀들은 책장도 없이 벽돌과 송판으로 책들을 괴었고 가진 것 중 가장 비싼 것은 고작해야 공들여 산 레코드 플레이어였던. 물론 세월이 흘러 그들은 대부분 누군가의 아내, 엄마들이 되었을 것이고 여전히 혼자 살아도 그 동안 모은 월급으로 쾌적한 아파트 한 채와 경차 한 대를 가진 멋스러운 싱글로 살아갈 것이겠지만 아무튼, 자기 세계가 아름다웠던 사람들이었다. 그 영혼에 고인 물이 김선우처럼 글이 되고 시가 되진 않았지만 혼자서는 그렇게 음악을 듣고 홀로 그림을 그리고, 학교로 돌아가 아이들을 활짝 두 팔 벌려 안아주곤 하던 그녀들, 그녀들에 대한 그리움으로, 김선우는, 얼굴도 본 적 없는 그녀, 나보다 몇 살 어린 그녀는 참으로 살갑고 친근하다. 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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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로그인 2007-07-31 16:0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어제 오늘 배달된 책들이 너무 많아서 풀꽃선생님의 추천으로 이 책 한권만 배달시킬까 하다가 배달하시는 분의 고생이 생각나 얼른 보관함에만 넣었어요..
그렇군요.. 풀꽃선생님의 리뷰로 마치 책 한권의 향이 읽지 않았음에도 느껴지는 듯해요..
저도 읽어보겠습니다.. !!
 
희망을 짓는 건축가 이야기 - 사무엘 막비와 루럴스튜디오
안드레아 오펜하이머 딘 지음, 티머시 허슬리 사진, 이상림 옮김 / 공간사 / 2005년 12월
평점 :
절판


그런데 도대체 나는 왜 나의 전공과, 나의 삶과 아무 관계도 없는 '건축'이라는 분야에 자꾸 관심을 두는 것일까. 조금의 희망을 걸고 아들에게, 건축을 공부해 보면 어떻겠니, 라고 말해 보았지만 한동안 장래 희망에 '건축가'라고 적곤 하던 녀석이 엄마, 수학을 잘해야 건축가가 된대, 그래서 안 할래, 라는 말로 싱겁게 그 꿈을 접어 버렸다.  나도 고등학교 시절 영락없이 적성검사마다 문과가 나와 버리는 고로 건축학은 꿈도 못 꾸었던 기억이 새삼 났다. 아마 그 때도 나는 건축가가 되고 싶긴 했나 보다.

집 꿈을 자주 꾼다. 꿈 속의 집은 매우 복잡하지만 아름답고 구조적이고 기능적이다. 지금도 아파트의 삶을 조금도 좋아하지 않는다. 좀더 복잡하고 좀더 아름다운 어떤 '집'의 형태가 분명 가능할 것만 같아서, 월간지의 잘 지은 집 사진을 꼼꼼 들여다 본다. 그러나 거기에 '돈'은 있고 '실험'은 있고 '세련미'는 있을지언정 국적도 인간미도 찾아보기 어렵다. 고등학교 시절 찾아뵌 은사님(강요배 화백)의, 가구도 없이 한지로 벽을 바르고 커다란 통나무로 그림책상을 짜고 머리 위로 드리우는 커다란 등갓으로 노란 불을 밝히던 작업실의 미감과 같은 집, 그런 것을 아마 자꾸 찾고 있는 것이리라. 그러니까 내가 건축에 관한 책을 자꾸 찾아 읽는 것은 내 맘에 꼭 맞는 집을 찾으려는 노력이다. 가끔 나는 미술관들에서 그런 공간적 친밀감을 자주 느낀다.

사무엘의 건축은 정서적으로 너무나 미국적이고(뭐랄까 초기 미국의 청교도 정신과 사회주의 정신이 결합된 느낌이니까 지금의 헐리웃적인 미국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 미감에서도 나의 것과 거리가 있다. 그러나 나는 이 책을 읽으면서 많이 흥분했었다. 우리나라에서 누가 이 책을 읽을까 싶게 별로 우리 삶과 관련성도 없는 이 책에서 나는 많은 힌트를 얻었다.

싼 재료로 아름답게 집을 짓는다, 이것은 참 중요한 과제라고 생각한다. 나는 여태껏 우리나라 농촌의 집들이 싸구려같이 보이는 이유는 슬레이트, 시멘트, 양철 따위가 주는 싸구려 질감 때문이라고만 생각했다. 그러나 거기에 디자인의 문제를 결합해 생각해 보면, 재료들이 싸구려라고 아름답지 말란 법은 없다 싶다. 물론 한계는 있겠지만 말이다.

사무엘이란 사람, 버려질 것 같은 재료들 속에서 아름다움을 구축한다는 점에서, 어쩌면 명품족들 눈에는 초라해 보일 수도 있는 건축물에 당당할 수 있다는 점에서 나랑  비슷한 사람이다. 기본적으로 고급스럽고 세련된 건축물, 구조물을 모든 사람이 공유하는 세상이 오길 바라지만 개개인이 누리는 공간은 좀더 겸손해져야 한다고 개인적으로 생각한다. 패션도 그렇다. 비싼 옷이 아니라 자연스럽고 참신하게 자기와 어울리는, 디자인으로서 멋스러운 그런 패션이 진정 값지다고, 압구정 거리에는 진정한 멋쟁이는 없다고 나는 생각한다.

물론, 어차피 땅넓은 미국에서나 가능한 널찍한 마당의 집, 높은 천장과 잡풀이 우거진 마당이 정서적으로 와닿지는 않는다. 사무엘과 그의 제자들의 실험정신과 진정성이 담긴 집들에 그다지 감사해 하지 않는 듯 보이는 미국의 빈민들도 불편하다. 그래도 나는 사진 속 집들의 살림살이 어우러진 노란 불빛의 집들이 고마웠다. 건축학은 비싼 학문이라 생각하는데 누구보다 낮은 곳으로 내려가서 '예술적으로','실천적으로' 건축을 하고 있는 사무엘 막비에게 존경을 보낸다.

이 책을 읽으며 얻은 힌트들

- 아들 방에 벽화 그리기

-회벽으로 무언가를 해 보기

-청소년 문화센터 구상하기

-부직포 그림을 그리는 나의 노년의 작업실

이 중 하나는 완성이 되었다. 아들 방에는 쉘 실버스타인의 '아낌없이 주는 나무'가 커다랗게 침대 머리 위로 나뭇가지를 드리우고 있다. 중3 짜리 아들은 일주일에 걸쳐 180cm 넘는 자기 키보다 더 큰 초록 나무를 아크릴로 열심히 그렸다. 지금 나뭇가지가 살랑 그의 잠든 머리칼을 쓰다듬고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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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로그인 2007-07-31 15:5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풀꽃선생님 안녕하셨지요? 더위에 어찌 지내시는지 모르겠어요. 제가 사실 아는 여자분께서도 건축쪽에 너무 관심이 많으셔서요. 그분도 책도 시도 너무 좋아하시는 분인데.. 풀꽃선생님 글을 읽으면서 그분이 생각났어요.. 뜬금없이 시와 건축이 통하는게 있지 않을까..아름다움 균형..그런 단어들도 떠올랐습니다..

싼재료로 아름다운 집을 지울 수 있는 사람에게는 그 정신이 있어서 가능한 것일 듯 싶어요..옷도 싸지만 아름답게 입을 수 있는 사람은 그 내면이 그것들을 추구해서일꺼라 저도 믿습니다..
더운 여름 ..태양의 위력을 절감하고 있는 요즘 .. 건강하시길..빌어요.. 풀꽃선생님!!!


강병국 2013-04-11 10:22   좋아요 0 | 댓글달기 | 수정 | 삭제 | URL
안녕하세요... 저는 건축가입니다
6년전 글에 덧글을 다는 저도 참....
그동안 전 세상 자본주의 논리속에서 무감각하게 건축을 해온거 같군요...
부디 생각하시는 소망이 이루어지시길...
저도 좀 다른 건축을 생각해 봐야할 때인것 같군요... 덕분에...!!

풀꽃선생 2013-04-12 18:42   좋아요 0 | URL
제가 동경하던 일을 하고 계시다니...
또, 6년 지난 글에 답을 달아주시는 걸 보면 결코 돈의 노예가 되는 집을 지을 분은 아니라는 생각도 드는군요. 덕분에, 이 봄날이 환합니다..
 
내 이름은 빨강 1
오르한 파묵 지음, 이난아 옮김 / 민음사 / 2004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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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를 맞고) 다시는 화원으로 돌아가지 않겠다고 집에서 울던 어느 날 밤, 어머니는 이 세상에는 두 부류의 사람들이 있다고 말씀하셨어. 첫 번째는 어린 시절 맞은 매의 영향으로 항상 억눌려 있는 사람들, 그런 사람들은 언제까지나 억눌려 있을 거라고.. 왜냐하면 매는 그 목적대로 인간 내부의 악마를 죽이기 때문이야. 두 번째 부류는 매로 인해 내부의 악마를 죽이지 않고, 오히려 그를 위협하고 잘 길들인 운 좋은 사람들이지. 물론 그들도 어린 시절의 나쁜 기억을 절대로 잊지는 못한다네... 두 번째 부류에 속하는 사람들은 악마와 잘 지내는 것을 배웠기 때문에 교활하고, 모르는 것을 통찰하고, 친구를 만들고, 적을 식별하고, 등 뒤에서 돌아가는 음모를 제때 감지한다고 하셨네. -281쪽

그림에 그려진 시인의 눈을 보면 다른 얼굴들처럼 평범한 얼굴이라는 걸 알 수 있네. 죽은 압둘라 하피티가 지금 이곳에 잇어도 이 그림의 얼굴로는 그를 전혀 알아볼 수 없을 것일세. 하지만 우리는 완전히 이 그림을 신뢰할 수 있어. 그림의 분위기, 하피티의 자세, 색, 금박, 그리고 비흐자드가 그린 이 아름다운 손에는 너무나 멋진 뭔가가 있으므로 이것이 어떤 시인의 초상이라는 게 확실해지지. 왜냐하면 우리 세계의 그림은 의미가 형식보다 우선하기 때문이라네. 술탄이 죽은 자네의 에니시테에게 주문한 책처럼 유럽인과 베네치아인 화가들을 모방해 그림을 그리기 시작하면 의미의 세계가 끝나고 형식의 세계가 시작될 걸세. -190쪽

그 그림에서는 유럽인들의 그림에서처럼 사물이 신의 마음 속의 중요성을 따르지 않고 우리 눈에 보이는 것처럼 그려졌다고 하더군. 그건 아주 커다란 죄라는 거야.-30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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