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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진 1
신경숙 지음 / 문학동네 / 2007년 5월
평점 :
제목을 쓰면서, 명성황후의 이름을 알고 싶어졌다.
자아를 가장 잘 표현할 수 있는 자신의 이름은 무엇일까. 여러가지 직책과 또 다른 이름과 별칭들 중에서. 아니 그 모두를 떠나 가장 아깃적 자기 이름만으로도 우리는 나 자신의 본연으로 조금 더 가까이 갈 수 있지 않을까.
신경숙의 이름이 본명인지 아닌지 모르지만 세 여인 중 가장 자기에게서 멀어지지 않은 이름을 가진 사람은 아무래도 신경숙이 아닐까 하는는 생각을 해본다. 우리 살고 있는 세상이 여자가 자기로 살아가기에 아직도 팍팍한 세상이지만 리진이나 명성황후만 하랴. 그들은 떨쳐 몸밖으로 제대로 나와보고 싶던 자기 자신을 황후라는 명목에, 궁녀라는 신분에 가둘 수밖에 없었다.
리진의 이야기이지만 끊임없이 명성황후가 나오는 것은, 그녀가 리진의 후원자이고 어머니나 다름없었기 때문일 수도 있지만 어쩌면 리진과 명성황후의 자아를 동일시하는 작가의 의도일 수도 있다는 생각을 해 보았다. 리진 이야기를 하면서 끊임없이 신경숙은 명성황후를 세상에 나오시라, 나오시라 하고 싶었던 것이다. 리진이 돌아다닌 세상은 명성황후가 겪어보고 싶었던 궁밖의 너른 세상이다. 리진이 들여다 볼 수 있던 프랑스의 책들은 이지적이고 학구적인 명성황후가 너무가 간절히 원하던 지식 세계의 것들인 것이다.
신경숙은 탁월하다. 이 소설은 어려운 구석이 없다. 그렇다고 이야기의 구조가 단순하고 유치하지도 않다. 문장은 간결하면서도 아름답고 적확한데도 가볍지 않다. 진정한 글쟁이다. 묵직하고 복잡한 구조를 즐기는 이들은 어떻게 말할지 모르겠으나, 아름답고 지적이지만, 자기 무게를 지닌 리진의 모습처럼, 이 작품은 다 읽고 나서도 다 알 수는 없는 그 무엇을 좀더 품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