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지막 거인
프랑수아 플라스 글 그림, 윤정임 옮김 / 디자인하우스 / 2002년 2월
평점 :
구판절판


서평을 보고 일곱 살 짜리를 위해 산 책을 내가 먼저 읽고 12살 짜리 아들에게 읽혔다. 그림과 서체와 디자인의 그 뛰어난 감각으로 하여 읽고 난 후 자신의 품격이 높아짐을 느낀다.

그러나 이 책은 단지 아름다운 그림으로 우아를 떨기나 하는 책이 아니다. 거인의 모습은 동양의 가난한 거리성자들의 외모를 닮았다. 그림으로 그들의 그윽한 눈빛과 밝은 표정을 조화시킨 것도 놀랍다. 그들에게는 '인간'이 이해하기 어려운 우주의 질서와 별빛의 목소리가 있고 그럼에도 불구하고 함께 뒹굴고 놀며 작은 것에게 따뜻할 줄 아는 넉넉하고 여유있는 유머감각이 있다. 도대체 그 거인은 누구인가?

이 책에 매료된 나는 '들은 이야기 전달하기'라는 단원에 이 이야기를 들려주었다. 나에게 들은 이야기를 다음 사람, 또 다음 사람에게 전달하여 가장 정확하게 전하는 분단에게 사탕을 주는 그 수업에서 아이들은 이 이야기의 아름다움과 메시지에 자극 받은 듯 하였다. 그 다음 시간에는 이 원본을 읽고 그림을 볼 기회를 함께 가졌다. 그리고 이런 질문을 던진다. 거인은 무언가의 비유요 상징입니다. 그것이 무엇일까, 과연... 그 답을 생각해 보기 바랍니다. 그리고 '침묵을 지킬 수는 없었니?라는 말이 던지는 메시지가 있습니다. 그것을 알아낼 수 있어야 이 책을 잘 읽었다 할 수 있겠죠? 아이들은 그 답을 알아냈을까? 난 말해주지 않았다.

댓글(1) 먼댓글(0) 좋아요(2)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풀꽃선생 2005-03-05 09:3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맞아요 맑고 코가 시린 겨울날과 함께 눈도 참 좋아해요. 강원도에 근무하던 90년대 언젠가 강릉에 2미터의 눈이 온 적도 있었는데...
그런데 하얀별님의 국어샘이 어떤 분인지 궁금하네요. 이 책을 좋아하고 수업시간에 이야기해준 분이라면 저랑 통할 것 같아서... ^^
 
내가 떠보고 싶은 포근한 손뜨개
송영예 지음 / 시공사 / 2001년 10월
평점 :
구판절판


두번째 구입한 송영예씨 책이다. 요즘 사이가 좋지 않은 아들에게, 그 애가 좀더 크기 전에 엄마가 널 많이 사랑한다는 것을 보여주고 싶어서, 좀더 커서 내가 떠준 옷은 아예 입지 않게 되는 날이 오기 전에 한 번 더 입히고 싶어서, 스웨터를 떠주마 했다. 그래서 이 책을 샀다.

내가 원하는 디자인은 눈에 띄지 않는 대신 이 책에서 '데님사'라는 것을 발견했다. 내가 좋아하는 아이비 블루, 베이지, 따위가 면사의 느낌으로 살아있는 실이다. 비록 이번엔 아들녀석이 카키색을 원하는 바람에 굵은 모사로 스웨터를 뜨고 있지만 다음번엔 진느낌이 나는 세련된 데님사 폴라 스웨터를 떠주리라...

데님사 뿐 아니라 그것으로 뜰 수 있는 생각도 못했던 아이템들이 많다. 실이 무척 비싸긴 하지만 실력이 늘면 담요나 베개커버를 떠볼 생각이다. 아쉬운 건, 인형옷으로 장식한 가디건이 너무나 예쁜데 그걸 뜰 수 있는 실력이 되면 내 딸이 너무 커버리지나 않을까 하는 것이다. 아이들이 더 어렸을 때, 진작 예쁜 옷 많이 떠줄 것을...

지금 뜨고 있는 것은 풀색에 가까운 밝은 카키색인데 4.5mm 굵은 바늘을 뜨고 있노라니 안데르센이었나, 마법에 걸린 오빠들을 위해 가시풀로 옷을 떠서 입혔던 막내동생공주 이야기가 떠오른다. 손가락을 찔려 가며 오빠들 생각으로 간절히 뜨게질을 하는 여동생, 그 옷을 받아입고 백조에서 다시 아름다운 왕자로 돌아오는 오빠들...

나는 스웨터를 뜨면서 툴툴거리고 무뚝뚝하여 별 사랑을 받지 못하던 내 아들에게 미안해, 사랑해, 라고 기도하듯 왼다. 더 크기 전에 엄마가 널 얼마나 사랑하는지 알아주렴, 이 스웨터를 입으며 마법에서 풀리는 왕자님처럼 우리 사이에 좀더 따스한 날들이 다가왔으면...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송영예의 너무 쉽고 예쁜 손뜨개 - DongAilbo Living Mook 행복한 우리집 만들기 1
송영예 지음 / 동아일보사 / 1999년 9월
평점 :
품절


뜨게질을 참 좋아하지만 목도리나 장갑 양말 외엔 늘 엄두가 나지 않던 내가 이 책으로 아들 아이의 조끼를 떴고 다음 해엔 응용해서 딸의 봄 스웨터를 떴다.

어느 스승의 날, 졸업한 제자가 카네이션도 아닌 노란 면사 네 타래를 가져왔다. 너무 특이하고 따뜻한 그 선물이 고마워서 이것으로 옷을 떠서 네가 다음에 찾아왔을 때 보여주마 약속했다. 그리고는 내가 좋아하는 끝단을 고무단처리 하지 않은 채 살짝 말려올라가는 반폴라 타입의 면사 스웨터를 뜨다가 생각보다 짧은 소매끝단을 위해 코바늘로 마무리하는 생각지도 않은 응용까지, 난생처음 팔까지 달린 멋진 옷 한 벌을 만들지 않았는가! 물론 그 다음해 겨울에 찾아온 대학생이 된 그 제자에게 옷을 보여주었다.

이 책에 나온 갓난 아기용 덧신은 정말 뜨기 쉬운데 그 모양을 그대로 이용해 연두색 면사로 가터뜨기를 하여 남편과 아들의 덧신도 떠주었다. 모양은 마치 로빈후드의 신발 같고 가터뜨기를 한데다 면사의 가칠한 느낌이 살아 지압효과까지 있는 그 양말은 훈훈해서 맨발로 다녀도 될 집안을 두 남자가 가을겨울마다 신고 다닌다.

무늬뜨기 같은 것은 보고도 어찌해야 할지 막막하지만 일단 예쁜 사진이 의욕을 돋군다는 사실. 그리고 그 전에는 제대로 된 뜨게질 책이 없어서 일본판 책을 베껴 설명이 충분하지 않았던 어설픈 뜨게책으로 마르고 닳도록 들여다 보았던 기억을 되살린다면 이렇게 자기 손으로 떠보고 개발한 뜨게질 책이 나와 있다는 사실만으로도 고맙다.

댓글(2) 먼댓글(0) 좋아요(2)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webzzang 2004-04-11 15:1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 책으로만으로도 초보자도 쉽게 손뜨개를 할 수 있는지요? 전, 엄마가 손뜨개를 잘 하시는데 저에겐 영 꽝이거든요. 제 여동생도 이 책보고 조끼하나 떴다고 자랑했는데 책을 가지고 와서 보니..뜰 엄두가 안되더라고요^^;; 제 인내심이 부족한가봐요..

풀꽃선생 2004-04-12 08:3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안녕하세요 ^^
기본 뜨기(코잡기, 겉뜨기, 안뜨기)를 할 줄 알고 목도리 정도를 뜰 줄 안다면 책을 봐가면서 조금씩 할 수 있지 않을까요? 저도 목도리 - 장갑 - 양말 -조끼 - 스웨터 2장 - 가디건 순으로 발전해 갔는데요, 거의 한 개 뜰 때 세 벌어치만큼 떴다 풀렀다... 했답니다. 쉬운 일은 아니지요. 그래도 이전의 일본서 번역한 것보단 쉽지 않나 싶어요. 옆에 뜨게질 좀 잘 하는 사람이 있어야 아무래도.... 저는 조끼 뜨기 전에 양말 많이 떴어요. 앞쪽에 있는 아기 양말 응용해서...
꼭 예쁜 뜨개질 성공하시기 바랍니다.
 
'나의 나무' 아래서
오에 겐자부로 지음, 송현아 옮김, 오에 유카리 그림 / 까치 / 2001년 10월
평점 :
구판절판


나는 오에 겐자부로가 쓴 소설을 읽은 것이 없어서 그가 얼마나 노벨상을 받을 만한 재능있는 사람인가를 잘 모른다. 그런데 하필 소설이 아닌 수필집을 처음으로 접한 게 잘한 일인지 어떤 건지 잘 모르겠다. 그러나 이 책을 계기로 언젠가는 그의 소설을 읽게 되겠지.

어린 시절, 오에가 고무공 당첨권을 들고 기뻐 집에 왔을 때 아버지가 그래, 좋겠구나, 이런 심상한 반응을 보였더라면, 단풍나무 위에 자기만의 공간을 만들어 놓고 어려운 책을 읽는 아들이 위험하니 야단치라는 옆집 사람의 말을 한귀로 흘려버리고 그만의 세계를 인정해 주는 어머니가 없었더라면 오에 겐자부로의 모습은 지금과 달랐으리라. 그가 탱크 탱크로라는 만화이야기를 하기에 뜬금없이 무슨 소리인가 했었다. 그는 그 재미난 만화에서 적으로 그려진 중국인의 얼굴을 아무 문제의식 없이 즐겼던 어린 자신을 반성한다.

나는 그의 문학성을 차차 확인할 것이다. 그가 뛰어난 소설가임에도 불구하고 자신이 몸담았던 세상에 대해 올곧은 사고방식을 지니지 못하고 아주 어렸을 때, 세상의 중심이 곧 일본이라는 교육에 젖은 그 시절 그대로 평생을 살았더라면, 그가 노벨상을 받았을 리도 없겠지만 그런 상을 받았다 해서 그의 작품을 읽고 싶어지지도 않았으리라. 아니 어쩌면, 그의 이름 앞에 '노벨문학상 수상작가'라고 붙여주는 찬사는 찬사가 아닐지도 모른다. 빛나는 것은 그의 수상경력이 아니고 어린 날부터 자신을 갈고닦아 50대 후반부터도 다시 공부를 꼼꼼히 해나갔던 그 자세와 끊임없는 문제제기와 자신의 몸담은 세상에 대해 치우침 없이 사랑하기, 아닌 것, 잘못된 것, 편견에 대해 분명히 옳은 입장을 취한 것. 이것이야말로 진정한 지식인의 자세일 것이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모아이 블루 - 꿈꾸는 거인들의 나라
이해선 지음 / 그림같은세상 / 2002년 11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아름다운 열대라서가 아니다. 그 섬이 아름다운 까닭은. 이런 책을 보고, 사진에 비해 글이 심심하다고 해야 할까, 아니면 정말 사진이 훌륭한 책이라고 해야 할까. 어쨌든, 갖고 싶은 사진이 있으면 글의 내용에 상관 않고 책을 사는 버릇이 있는지라 표지만 보고도 이 책을 샀다. 그렇게 들인 돈을 아까워 하지 않았고 많은 사람들, 바다를 좋아하는 사람들, 바닷가에 사진을 좋아하는 사람들에게 선물했다. 책을 읽기도 전에.

그리고 역시 책을 읽기 전에 그 안의 석상을 그림으로 그려보았다. 그림으로 그리다 보니 처음엔 그저 하루방과 닮아 보였던 석상의 얼굴에서 남미와 열대의 냄새가 강하게 풍김을 알 수 있다. 글은... 둘 중에 하나이리라, 지은이의 정서가 나와는 좀 다른 것이거나, 가슴 속에 생각을 글로 표현하는 방식이 다른 것이거나...

석상들이 바라보고 있는 저 먼곳의 신비에 대해 꿈꾸던 것들을 이야기해주기를, 아니면 이 섬의 신비를 과학적으로 이러저러하게 더듬어주기를 조금 바랐는지 모르겠다. 그래도 좋았던 것은, 그녀가 그 석상들과 나란히 앉아서 오래 바다를 보았다고 해서...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