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도 풀들이 궁금했어요

야생초 편지 - MBC 느낌표 선정도서 ㅣ 야생초 편지 2
황대권 지음 / 도솔 / 2002년 10월

황대권 선생은 그들을 '야생초'라 불렀고 나는 풀꽃이라 부르고 또 어떤이는 들풀이라 부르고 또 많은 이들은 잡초라 부른다.느낌표 선정 도서라고 해서 안 읽으려고 버팅기다가(느낌표 책들이 별볼 일 없다는 뜻은 아니다. 가끔, 아니 초창기에 내가 그가 꼭 느낌표에 선정되었어야 했는지 의문을 가진 소설가의 작품이 하나 들어 있던 걸 보고 좀 실망했던 기억 때문이었거나 뭐 그런 이유 때문이 아니었을까) 옆 사람이 읽고 있는 책 속에서 시퍼렇게 펼쳐져 있던 고들빼기(?) 비슷한 그 잎,(충청도에서는 반개미라고 부른다더라,) 그 초록에 혹해서, 내가 알고 싶은 풀들이 이름만 나와도 얼굴만 나와도 반가울 터인데 그것들이 일년초인지 다년초인지, 키가 얼마고 무슨 약재로 쓰이는지, 분포하는 곳이 어딘지, 따위가 아닌 그 풀들을 만난, 게다가 감옥살이 하면서 만난 애틋한 이야기가 실렸다기에 반가워서 얼른 샀다.

아쉬운 건 내가 알고 싶은 풀들은 별로 많지 않았다는 것이다. 그리고 풀에 대한 황선생의 이야기도 내가 원하는 감성적인 것보다는 조금 억셌는지도 모른다. 그건 취향의 문제이고, 느낌표의 후광을 입었든 어쨌든 사람들은 두 가지, 그들이 뒷꿈치로 밟고 지나가며 저건 이름없는 풀이야, 라고 불렀던 '풀'들에 대해 고개를 조금이나마 숙이게 되었다는 거, 그리고 감옥에서 사상범으로 세월을 보낸 이들의 노고와 거기서 마치 도 닦듯이 얻어낸 삶에 대한 자세에 대해 (아픔에 대해서라기보다) 역시 조금이나마 이해하게 되었다는 거, 이 책으로 하여 세상에 대해 고마워할 만한 일이지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