곽재구의 포구기행 - MBC 느낌표 선정도서, 해뜨는 마을 해지는 마을의 여행자
곽재구 글.사진 / 열림원 / 2002년 10월
평점 :
구판절판


이런 의문이 든다. 처절한 삶을 살고 명징한 정신을 지녔던 사람이 아름답고 고요한 것들을 찾아 헤매면 그는 변절한 것일까, 초탈한 것일까? 글에는 삶이 반영되어 있는데, 아프고 가난한 삶을 갖고도 고운 글을 쓸 수 있는 사람은 뜬구름을 잡는 낭만주의자일까 아니면 걸러진 영혼으로 삶의 누추를 승화시킨 사람일까?

그가 부자이고 문화권력을 누리는 자이고 호사한 여행을 했다면, 그러면서 갯벌에 발 담그고 아낙들과 소주를 나누었다면, 그런 취재 끝에 깨끗한 호텔에서 뻘흙을 씻어내며 우아하게 잠들었다면... 그런 사람이라면 이런 재생지에 저 스산하기 짝이없는 낡은 나룻배들의 사진을 싣진 않았으리라고 믿는다면 나는 순진한 독자일까 아닐까?

느낌표는 정직하게, 내용이 쉽고도 문장이 아름다우면서 땅과 삶에 뿌리내린 책들을 족집게처럼 잘도 골라내어 그에게 베스트셀러의 영예를 내리는 트레이드 마크라 믿어 의심하지 않아도 되는 걸까? 곽재구는 어이하여 그의 역마살을 그토록 서해안 포구들에 부려놓은 걸까, 어떤 사연으로 하여... 단지 출판사에서 포구로 한 번 돌아보세, 한 건 아닐까..

그런 의문에도 불구하고, 나 그가 아직 교단에 섰던 80년대의 곽재구의 '시'를 더 사랑한다 할지라도, 그의 이 책이 글보다 사진이 더 아름답더라, 라고 말하여 그를 좀 서운케 할지 모를지라도, 그의 책에 나오는 이러저러한 지명들이 다 거기가 거기 같았다 할지라도, 감정의 과잉으로 너무나 따스한 그의 눈길로 인해 그의 연민은 땅의 것이 아닌 듯이 느껴졌다 하더라도, 그렇더라도,

바다를 따라 떠났던 그의 글을 읽는 동안 휴일 초저녁 꿈에 아지 못할 곳을 헤매고 난 후처럼 행복했노라고 감사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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