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는 것 고행이다.대한민국에서 사는 것은 더욱,하물며 여자라면...죄가 많아 여자로 태어났다는 말이 혹 여성을 스스로 옥죄는 자조적인 말로 들리는가? 그러나 아무리 당당하고 능력있는 여성이라 할지라도 결혼하고 애 낳고 이 땅에서 살다 보면 정말 하루에도 골백 번 그 말이 실감난다. 나의 어린 딸이 아장아장 걸을 때 시엄마께서는 그 녀석을 보고 이렇게 말씀하셨다. 넌, 공부 많이 해서 네 직업 갖고 당당하게 멋지게 살아라... 초등학교만 나오신 시엄마는 그러나 지금 그리 큰 어려움 없이 주위사람들로부터 존중과 존경을 받으며 노후를 보내고 계신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진정한 자존을 위해서는 남편이라는 그늘이 아니라 당신 스스로 서는 그 무엇이 있었어야 했음을 뼈저리게 느끼시는 것이다.딸과 함께 머리를 맞대고 이 그림책을 통쾌하게 읽으며 말괄량이 우리 딸이 이 공주랑 닮았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즐겁기도 했지만, 아, 그렇게 당당한 여자로 사는 일은 또 얼마나 힘겹고 피곤한 일이랴, 이 대한민국에서... 그리하여 난 또 입 밖에 내지도 못하고 딸의 검디 검은 눈동자를 바라보며 너, 너도 전생에 죄가 많아 이렇고 곱고도 슬픈 여자로 태어난 거니? 그렇게 마음으로 물어보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