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리골드 마음 세탁소
윤정은 지음 / 북로망스 / 2023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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플롯에 신선함도 없고 예상 외의 사건도 없다. 주인공 지은은 읽는 내내 드라마 <도깨비>의 저승사자의 연인이자 도깨비의 누이였던 배우 유인나가 떠오르는 캐릭터였다. 특히 맨 앞, 지은이 이생에서 마음세탁소를 열게 되기까지의 과정을 요약해놓은 장면은 차라리 없었으면 싶다. 중학생 독서용 도서로 이 책을 검토하려 읽어본 바로는, 1이 읽는다면 나쁘지 않으리라, 싶은 정도지만 이야기 자체는 어린 학생들보다 30대 젊은이들(아마도 작가 또래일 듯한)과 그 부모 세대 이야기에 가깝다. 내용물에 비해 큰 명성을 걸치면 부담스러울 수 있으리라는 걱정이 앞선다. 책 속 에피소드 중 하나인 인플루언서 이야기처럼...

 

다만, 개인적으로 한없이 마음이 약하고 우울한 시기에 이 책을 읽다 보니 본의 아니게 마음의 위로를 받은 점은 고맙게 여긴다. 나는 그놈의 마음이란 게 객관적 상황을 받아들이는 데 엄청난 영향을 끼친다는 걸 머리로 잘 아는 사람이다. 그걸 안다고 해서 내 상황이나 마음이 잘 다스려지느냐, 그렇지는 않다. 마음을 다스리는 방법들을 여럿 알고는 있지만 힘이 드는 건 힘이 드는 것이다. 그 와중에 이 뻔한 이야기는 울고 있는 엄마나 할머니를 토닥이는 어린 아기의 손길처럼 어설프고 귀여웠다. 그래, 누군가에게는 치밀한 구성과 뛰어난 대사로서가 아니라도 이렇게 위안이 되는 이야기가 필요할 수도 있겠지. 그리고 적어도 작가는, 이 이야기를 쓰면서 행복했을 것 같다. 그리고, 드라마로 다시 태어난다면 멋진 장면들과 사랑스러운 캐릭터들로 12회만큼 정도의 행복을 시청자들에게도 선사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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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하게 살아도 안 이상해지던데? - 인간 네온사인 이명석의 개성 촉구 에세이
이명석 지음 / 궁리 / 2022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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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녀들의 취업 준비 기간이 길어지면서 지친 와중에 만나는 온갖 끔찍한 뉴스들, 정치적인 불안, 개인적으로 아픈 몸, 그리고 퇴직을 고민하게 하는 학교의 금쪽이, 교권 추락 뉴스... 이런 것들을 안고 신경안정제 처방이라도 받아야 하나, 힘들어하면서 여름방학을 보내고 있었다. 동시에 읽는 7, 8권의 책들 중에는 1년 가까운 시간에 걸쳐 천천히 읽는 철학책도, 과학책도 있지만 이렇게 마음이 힘든 날에는 문학작품들도 잠들기 직전의 독서를 마무리했다. 조금 슬플지라도 아름다운 마음으로 잠들려고. 그리고 그마저도 힘든 날에 그나마 날 행복하게 했던 책 두 권 중 하나가 바로 이 <이상하게 살아도 안 이상해지던데?>였다. 한겨레 신문에서 빠트리지 않고 읽던 이명석의 글, 일단 읽을 때마다 느끼는 거지만 참 재미있다. 그냥 허접한 일상의 이야기들을 늘어놓는 것 같지만 그 안에 고갱이가 있다. 그렇다고 엄청 어깨에 힘을 준 거대 담론도 아니다. 삶의 지혜랄지 성찰이랄지, 그런 게 있다. 나는 이런 글쓰기를 좋아한다. 적절한 유머감각, 힘빼고 말하기, 잘난 척하지 않기.

 

특히 이명석의 글은, 흔히 글 좀 쓴다는 이들이 다 하는 남의 말 인용하기가 없다. 이 사람은 남에게 보여주려고 이상하게 사는 사람이 아니다. 머리를 기르고 재미있는 일을 좇고, 장난감을 들고 다니지만 그는 이상하게 사는 사람이 아니라 재미나게 사는 사람이다. 그리고 이렇게 겁내지 않고 욕심부리지 않는 사람이 세상에서 제일 무서운 사람이라고 누가 그랬다. 카잔차키스였던가, 무서운 것도 갖고 싶은 것도 없는 사람, 중세에도 없었고 에리히 프롬이 고민했던 근대인의 소명이었으나 갖기 어려웠던 그 자유. 나도 그렇게 살고 싶다, 진짜. 욕심도 없고 두려움도 없고 부러움도 없고 그렇다고 거침없이 용감하고 싶지도 않은, 그런 삶은, 불가능하겠지. 그런 꿈조차 애써 꾸지 않는 이명석의 글은 한없이 울적한 내 마음을 조금이나마 편하게 해준다. 마지막 한 챕터를 남기고 아쉬웠다. 그리고 한 가지 더, 이렇게 좋은 글인데 이 사람 책은 왜 이리 잘 안 팔리는 걸까. 하긴 책이 좋은 것과 잘 팔리는 것은 아무 상관관계가 없는 일이긴 하더라. .

그의 생각과 마음을 알 수 있는 몇 구절을 소개해 본다.

 

명심하자, 내 안의 어떤 자아가 저지른 일은, 나의 다른 자아들이 함께 책임져야 한다. 그러니 더러운 자아를 역겨워하고 부끄러운 자아를 교정할 수 있는 자아를 키워야 한다.

 

우리는 가끔 집을 뛰쳐나가고 길을 잃어야 한다. 상상 속의 연습만으로도 효과가 있다.

 

그러고 보니 요즘 이런 남자들이 있다고 한다. 여자 가수가 걸스 캔 두 애니싱문구를 들엇다고, 여성의 삶을 돌아보는 소설을 읽었다고 시비를 건단다. 혹시 스스로 뭔가를 하는 것보다 여자들이 아무것도 못 하게 하는 데서 희열을 느끼는 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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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월 아니 에르노 컬렉션
아니 에르노 지음, 신유진 옮김 / 1984Books / 2022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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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월 아니 에르노 지음

 

 

1.

수업 내용 요약과 수업 준비를 위한 독서 노트가 어느 날 갑자기 아무 필요 없어졌고, 텍스트를 설명하기 위해 깨우친 박식한 언어는 더는 쓰지 않게 되면서 그녀 안에서 지워졌다.

 

<세월>의 작가 아니 에르노는 교사였단다. 교사이자 작가라는 정체성에서 동질감을 느껴서 그런 걸까, 아마도 퇴직 즈음에 쓴 듯한 그의 글을 읽으며 많은 생각에 잠긴다. 작년부터 나는 학교에 남아 있는 오랜 세월의 자료들을 하나씩 버리고 있다. 30년도 더 된 5차교육과정의 교과서들, 오래 전 제자들이 찾아와 잃어버렸다고 말하면 손에 들려보내려고 보관한 여분의 학급문집들, 교무수첩, 교육과정이 바뀌어 쓸모도 없게 되었으나 아이들이 정성껏 만들었기에 차마 버리지 못했던 신문, 시집, 소설, 수필, 시화들. 후배들에게 수업의 예시로 보여주려 고이 간직했던 그것들은 디지털 시대에 활용할 일이 없어진 손으로 쓴 것들이다. 자기 아버지 이야기, 여자 친구 이야기가 눈물처럼 아로새겨져 있는 학생들 글을 버리는 일은 왠지 가슴이 아프다. 내가 개발하고 여러 해 검토해 다져 만든 수업 지도안은, 내게는 보물이었겠지만 이제 곧 쓰레기가 될 터이다. 어차피 버려질 것들, 조금씩 미리 버려야 할 것들이다. 아니 에르노도 그랬을 것이다.

 

나는 정년퇴직을 5년 남긴 중학교 교사이다. 34년 동안 남자중학생들에게 국어와 문학을 가르쳤다. 남은 5년은 긴 세월일까 짧은 시간일까. 학생들의 반짝이는 눈빛이 온통 나의 말과 수업에 집중될 때, 깊은 생각으로 그 어린 얼굴들이 회한에 잠기는 표정을 지을 때, 친구들과의 수업에 한껏 즐거워할 때, 나는 교사가 된 나 자신을 기특해했고, 행복해었다. 그러면서도 몇몇 어린 남자들의 지저분한 수컷 본능과 잔인한 성정을 만날 때는 난감하고 절망스럽기도 했다. 저 아이들을 어떻게 잘 가르칠 수 있을까, 무엇이든 다 해줘서라도 좋은 삶으로 이끌고 싶은 마음과, 1, 일주일에 두어 시간의 만남으로 저 일그러지기 시작하는 인생에 좋은 영향을 줄 수는 있는 건지 회의를 느끼는 마음 사이에서 고민하곤 했었다.

 

최근에 학교 현장을 힘들어하는 교사들의 목소리로 세상이 시끄럽다. 사실은 해묵은 문제가 이제 터졌을 뿐인지도 모른다. 그런데 나도 덩달아 학교가 힘들다. 고통을 당한 이들의 아픔에 지나치게 공감을 하는지 몸이 아프고, 이 깊고 복잡한 문제를 풀 해법을 갖고 있지 못해서 차라리 다 놓아버리고 싶기도 하다. 지난 34년을 살얼음 밟듯이 지나왔는데 아직 5년이나 남았나 싶어 남은 시간이 두렵기도 하다. 걷잡을 수 없이 폭주하는 학생과 학부모를 만나는 것은 교사의 능력이나 정성과 무관하게 일 가능성이 높기 때문에 나도 앞으로 어떤 거친 학생을 만날지도 모른다는 두려움도 든다 

 

2.

그는 이 책을 쓰게 된 계기를 그녀라는 명칭을 빌려 이렇게 설명한다.

 

그렇기 때문에 그녀는 바로 지금, 글로써 미래의 자신의 부재를 형태로 만들어 놓아야 하며, 20년째 자신의 분신이자 동시에 앞으로 점점 더 긴 시간을 보내게 될, 아직 미완성인 수천 개의 메모 상태에 불과한 이 책을 시작해야만 한다.

 

곧 사라질 자신의 존재를 글로 남기려는 용기는, 그가 꽤 괜찮은 작가이기 때문에 가능했을 것이다. 하지만 아르노의 <세월>은 단지 자신의 개인적이 추억담에 그치지 않는다. 유럽의 역사와 프랑스의 정치, 가로의 세월 틈틈이 엮인 씨줄의 개인사들이 다 담겨 있다. 동시대를 살았던 그 동네 사람들은 아르노의 글에 깊은 감회를 느낄 것 같다. 읽다가 픽, 웃은 대목이 있다. ‘미테랑의 재선이 우리를 안심시켰다. 우파 정권 아래에서 항상 분노하며 사는 것보다 좌파 정권 아래에서 아무것도 기대하지 않는 편이 나았다.’ 지금을 사는 이 씁쓸한 공감마저 이것도 지나가리라가 될 것이겠지만, 멀지 않은 세월 속에서......

 

삶이 지향해야 하는 것은 발전이었다. 그것은 잘사는 삶과 아이들의 건강, 빛이 잘 들어오는 집 그리고 밝은 거리, 지식, 시골의 어두운 것들과 전쟁에 반대되는 모든 것들을 의미했다.

 

우리를 휩쓸어가는 것들을 아무것도 바꿀 수 없다는 사실에 우울함을 느꼈다.

 

우리는 디지털로 현실을 고갈시켰다.

 

3.

그이의 글에는 노년의 회환과 더불어 삶의 덧없음, 그 때문에 만날 수 있는 인생에 대한 우주적 통찰이 있다.

 

부모들은 이따금씩 우리에게 대답하는 것을 잊고 초점 없는 눈빛으로 우리가 없었던, 우리는 절대 존재하지 않을 그 시간, 옛날을 응시하는 듯했다.

 

아이들은 살아본 적 없는 그 시간에 대한 끈덕진 아쉬움을 간직했다. 타인들의 기억은 그들이 간발의 차이로 놓친, 언젠가 살아 보기를 희망했던 시대를 향한 비밀스러운 향수를 안겨주었다.

 

우리가 할아버지 할머니라는 것을 실감하지 못했다. 마치 이 호칭이 자신의 조부모님에게 귀속된 것처럼, 그들이 돌아가셨어도 아무것도 바뀌는 것은 없는 본질의 어떤 것처럼.

 

이제는 그녀가 달리는 세상 속에서 부동의 자세로 있는 듯한 느낌이다.

 

아들의 배우자의 배 속에 아이가 생겼다는 소식을 듣게 됐다 - .. 이 세상에서 자신이 빠르게, 지체 없이 대체된다는 사실이 그녀를 매우 혼란스럽게 만들었다.

 

한 개인의 회고사나 푸념으로 그치지 않기 위해 그이는 글 속에서 <그녀>는 거울 속, 사진 속의 끊임없는 타인에 해당될 것이다.’ 라고 말한다. 늙음을 인정하긴 어렵다고 푸념하면서도 이렇게 자기 객관화에 노력을 다했기 때문에 그의 글은 어른스럽다. 그리고 아름답다.

 

나는 세상의 아름다움에 기대고

계절의 냄새를 손으로 잡았다.

 

최근에 아주 예쁜 색감의 잉크를 몇 병 샀다. 색깔별로 만년필을 갖지 못했기에 딥펜이 필요해 펜촉 몇 개를 사달랬더니 남편은 펜촉 수만큼의 펜대도 주문해 주었고 집에 있는 나무를 깎아 잉크병과 펜대를 놓을 수 있는 거치대를 만들어 주었다. 나는 잉크를 찍어 에니 아르노의 다음 문장을 옮겨 적어본다. 아슬아슬한 나의 부모들, 머지 않아 다가올 나와 남편의 미래, 저렇게 허무하지만 너무나 허무하기에 두려울 것도 아쉬울 것도 집착할 것도 없는 삶에 대해, 그의 글이나 나의 마음같은 문장을 한 글자씩, 바다 색의 잉크로, 녹음의 빛깔로, 누런 종이에, 펜촉으로 종이를 살며시 갉아대며, 우리 모두 언젠가 사라질 존재로서, 그렇게 태어나고 사라질 것이라 너무나 감사한 마음으로....

 

모든 것은 눈 깜짝할 사이에 지워질 것이다. 요람에서 무덤까지 쌓인 사전은 삭제될 것이다. 침묵이 흐를 것이고 어떤 단어로도 말할 수 없게 될 것이며, 입을 열어도 나는도 아무 말도 나오지 않을 것이다. 언어는 계속해서 세상에 단어를 내놓을 것이다. 축제의 테이블을 둘러싼 대화 속에서 우리는 그저 단 하나의 이름에 불과하며, 먼 세대의 이름 없는 다수 속으로 사라질 때까지 점점 얼굴을 잃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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슬픔의 방문
장일호 지음 / 낮은산 / 2022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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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기자들에 대한 존경심이 있다. 세속적인 욕심이 없으면서도 책임감은 강한, 그리고 통찰적인 측면에서 진정 똑똑한 사람이 아니면 하기 힘든 일이라 생각한다. ‘기레기라는 멸칭은 그런 세상의 기대가 높은 만큼 꼭 그만큼의 실망의 표현이라 생각하며, 세상 모든 일이 그렇듯 진정한 기자정신을 가진 훌륭한 기자도 많다고 생각한다. <시사인>이나 <한겨레21> 같은 데 실린 심층 취재 기자를 보면 기자는 다 기레기라는 말 함부로 못 할 것이다. 앞에 언급한 매체 말고도 다른, 포털에 잘 노출되지 않는 언론사에도 훌륭한 기사와 기자가 많을 것이고. 그런 존경의 마음을 담아 내가 아는 기자들의 책은 꼭 사서 보는 편이다. 그런데 마침 장일호 기자의 책이 나왔단다.

 

그는 몇 년 전 내 글의 원고 담당 기자였다. <시사인>에 방문해 잠시 만났다. 그때 만난 그이에게서 다른 기자들과 딱히 다른 면모는 보지 못했다. 겸손하고, 처음 보는 사람과도 스스럼없이 대화를 나눌 만큼의 사회성을 가진 일반적인 기자의 모습과 다르지 않았다. 주로 전화 통화를 나눴지만 당시 막 시작된 남혐 여혐에 대한 원고에 대해 조심스런 의견을 주고받은 기억도 있다. 그때 받은 인상도 신중하고 진지한 사람이구나, 하는 느낌이었다.

 

이번에 나온 책에 에세이라는 말이 붙어 있어서 전문적인 취재 글이 아닌 부담 없이 읽어도 되는 책이라 여겼다. 그냥 의리로, 가볍게 읽을 생각으로 집어들었던 책.... 그만큼 나는 장일호 기자를 잘 몰랐던 것이다. 그의 글을 읽으며 나는 여태 내가 써왔던 글들이 부끄러웠다. 이 책 속 글들은 나는 진정으로 치열하게 살아왔던 걸까하는 질문을 스스로에게 던지게 만든다.

이 서평으로나마 장일호 기자, 당신의 글은 깊고 따뜻하고 아름다웠다는 말 전하며 건강은 좀 어떠신지도 묻고 싶다. 아프지 말고 좋은 글, 좋은 취재 더 많이 부탁한다는 인사도 드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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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아한 우주 - 커다란 우주에 대한 작은 생각
엘라 프랜시스 샌더스 지음, 심채경 옮김 / 프시케의숲 / 2021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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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 이런 거 좋아한다. 과학과 문학의 만남도 좋아하는데 거기에 미적인 필터를 하나 더 씌운 글이라니! 그리고 번역자로 심채경은 정말 제격이다. 과학과 인문학과 미학의 만남이 원저에서도 역자에서도 딱 맞아 떨어진다.

책에서 다루는 과학 이야기는 각 부분마다 짧고 쉽다. 중학생 정도면 읽을 만하다. 우리나라 중학생들이 즐겨 읽을까, 라는 질문에는 뭐라 답을 못하겠다. 재미있거나 학습적으로 유용하거나 그런 건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이 아름다운 책을 끼고 다니는 중학생들을 많이 보고 싶다는 욕심은 가져본다. 그림은 감각적이고 문체는 더욱 그렇다. 다루고 있는 우주와 자연이야기는 적절히 지적이면서 또 아름답다. 그래, 원래 과학이란 게 탐구력 있는 사람이 욕심을 낼 분야라기보다 신비롭고 아름다운 세상에 대한 관심이 있는 사람들이 만지고 싶은 분야가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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