슬픔의 방문
장일호 지음 / 낮은산 / 2022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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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기자들에 대한 존경심이 있다. 세속적인 욕심이 없으면서도 책임감은 강한, 그리고 통찰적인 측면에서 진정 똑똑한 사람이 아니면 하기 힘든 일이라 생각한다. ‘기레기라는 멸칭은 그런 세상의 기대가 높은 만큼 꼭 그만큼의 실망의 표현이라 생각하며, 세상 모든 일이 그렇듯 진정한 기자정신을 가진 훌륭한 기자도 많다고 생각한다. <시사인>이나 <한겨레21> 같은 데 실린 심층 취재 기자를 보면 기자는 다 기레기라는 말 함부로 못 할 것이다. 앞에 언급한 매체 말고도 다른, 포털에 잘 노출되지 않는 언론사에도 훌륭한 기사와 기자가 많을 것이고. 그런 존경의 마음을 담아 내가 아는 기자들의 책은 꼭 사서 보는 편이다. 그런데 마침 장일호 기자의 책이 나왔단다.

 

그는 몇 년 전 내 글의 원고 담당 기자였다. <시사인>에 방문해 잠시 만났다. 그때 만난 그이에게서 다른 기자들과 딱히 다른 면모는 보지 못했다. 겸손하고, 처음 보는 사람과도 스스럼없이 대화를 나눌 만큼의 사회성을 가진 일반적인 기자의 모습과 다르지 않았다. 주로 전화 통화를 나눴지만 당시 막 시작된 남혐 여혐에 대한 원고에 대해 조심스런 의견을 주고받은 기억도 있다. 그때 받은 인상도 신중하고 진지한 사람이구나, 하는 느낌이었다.

 

이번에 나온 책에 에세이라는 말이 붙어 있어서 전문적인 취재 글이 아닌 부담 없이 읽어도 되는 책이라 여겼다. 그냥 의리로, 가볍게 읽을 생각으로 집어들었던 책.... 그만큼 나는 장일호 기자를 잘 몰랐던 것이다. 그의 글을 읽으며 나는 여태 내가 써왔던 글들이 부끄러웠다. 이 책 속 글들은 나는 진정으로 치열하게 살아왔던 걸까하는 질문을 스스로에게 던지게 만든다.

이 서평으로나마 장일호 기자, 당신의 글은 깊고 따뜻하고 아름다웠다는 말 전하며 건강은 좀 어떠신지도 묻고 싶다. 아프지 말고 좋은 글, 좋은 취재 더 많이 부탁한다는 인사도 드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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