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상하게 살아도 안 이상해지던데? - 인간 네온사인 이명석의 개성 촉구 에세이
이명석 지음 / 궁리 / 2022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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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녀들의 취업 준비 기간이 길어지면서 지친 와중에 만나는 온갖 끔찍한 뉴스들, 정치적인 불안, 개인적으로 아픈 몸, 그리고 퇴직을 고민하게 하는 학교의 금쪽이, 교권 추락 뉴스... 이런 것들을 안고 신경안정제 처방이라도 받아야 하나, 힘들어하면서 여름방학을 보내고 있었다. 동시에 읽는 7, 8권의 책들 중에는 1년 가까운 시간에 걸쳐 천천히 읽는 철학책도, 과학책도 있지만 이렇게 마음이 힘든 날에는 문학작품들도 잠들기 직전의 독서를 마무리했다. 조금 슬플지라도 아름다운 마음으로 잠들려고. 그리고 그마저도 힘든 날에 그나마 날 행복하게 했던 책 두 권 중 하나가 바로 이 <이상하게 살아도 안 이상해지던데?>였다. 한겨레 신문에서 빠트리지 않고 읽던 이명석의 글, 일단 읽을 때마다 느끼는 거지만 참 재미있다. 그냥 허접한 일상의 이야기들을 늘어놓는 것 같지만 그 안에 고갱이가 있다. 그렇다고 엄청 어깨에 힘을 준 거대 담론도 아니다. 삶의 지혜랄지 성찰이랄지, 그런 게 있다. 나는 이런 글쓰기를 좋아한다. 적절한 유머감각, 힘빼고 말하기, 잘난 척하지 않기.

 

특히 이명석의 글은, 흔히 글 좀 쓴다는 이들이 다 하는 남의 말 인용하기가 없다. 이 사람은 남에게 보여주려고 이상하게 사는 사람이 아니다. 머리를 기르고 재미있는 일을 좇고, 장난감을 들고 다니지만 그는 이상하게 사는 사람이 아니라 재미나게 사는 사람이다. 그리고 이렇게 겁내지 않고 욕심부리지 않는 사람이 세상에서 제일 무서운 사람이라고 누가 그랬다. 카잔차키스였던가, 무서운 것도 갖고 싶은 것도 없는 사람, 중세에도 없었고 에리히 프롬이 고민했던 근대인의 소명이었으나 갖기 어려웠던 그 자유. 나도 그렇게 살고 싶다, 진짜. 욕심도 없고 두려움도 없고 부러움도 없고 그렇다고 거침없이 용감하고 싶지도 않은, 그런 삶은, 불가능하겠지. 그런 꿈조차 애써 꾸지 않는 이명석의 글은 한없이 울적한 내 마음을 조금이나마 편하게 해준다. 마지막 한 챕터를 남기고 아쉬웠다. 그리고 한 가지 더, 이렇게 좋은 글인데 이 사람 책은 왜 이리 잘 안 팔리는 걸까. 하긴 책이 좋은 것과 잘 팔리는 것은 아무 상관관계가 없는 일이긴 하더라. .

그의 생각과 마음을 알 수 있는 몇 구절을 소개해 본다.

 

명심하자, 내 안의 어떤 자아가 저지른 일은, 나의 다른 자아들이 함께 책임져야 한다. 그러니 더러운 자아를 역겨워하고 부끄러운 자아를 교정할 수 있는 자아를 키워야 한다.

 

우리는 가끔 집을 뛰쳐나가고 길을 잃어야 한다. 상상 속의 연습만으로도 효과가 있다.

 

그러고 보니 요즘 이런 남자들이 있다고 한다. 여자 가수가 걸스 캔 두 애니싱문구를 들엇다고, 여성의 삶을 돌아보는 소설을 읽었다고 시비를 건단다. 혹시 스스로 뭔가를 하는 것보다 여자들이 아무것도 못 하게 하는 데서 희열을 느끼는 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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