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메리골드 마음 세탁소
윤정은 지음 / 북로망스 / 2023년 3월
평점 :
품절
플롯에 신선함도 없고 예상 외의 사건도 없다. 주인공 지은은 읽는 내내 드라마 <도깨비>의 저승사자의 연인이자 도깨비의 누이였던 배우 유인나가 떠오르는 캐릭터였다. 특히 맨 앞, 지은이 이생에서 마음세탁소를 열게 되기까지의 과정을 ‘요약’해놓은 장면은 차라리 없었으면 싶다. 중학생 독서용 도서로 이 책을 검토하려 읽어본 바로는, 중1이 읽는다면 나쁘지 않으리라, 싶은 정도지만 이야기 자체는 어린 학생들보다 30대 젊은이들(아마도 작가 또래일 듯한)과 그 부모 세대 이야기에 가깝다. 내용물에 비해 큰 명성을 걸치면 부담스러울 수 있으리라는 걱정이 앞선다. 책 속 에피소드 중 하나인 인플루언서 이야기처럼...
다만, 개인적으로 한없이 마음이 약하고 우울한 시기에 이 책을 읽다 보니 본의 아니게 마음의 위로를 받은 점은 고맙게 여긴다. 나는 그놈의 ‘마음’이란 게 객관적 상황을 받아들이는 데 엄청난 영향을 끼친다는 걸 ‘머리’로 잘 아는 사람이다. 그걸 안다고 해서 내 상황이나 마음이 잘 다스려지느냐, 그렇지는 않다. 마음을 다스리는 방법들을 여럿 알고는 있지만 힘이 드는 건 힘이 드는 것이다. 그 와중에 이 뻔한 이야기는 울고 있는 엄마나 할머니를 토닥이는 어린 아기의 손길처럼 어설프고 귀여웠다. 그래, 누군가에게는 치밀한 구성과 뛰어난 대사로서가 아니라도 이렇게 위안이 되는 이야기가 필요할 수도 있겠지. 그리고 적어도 작가는, 이 이야기를 쓰면서 행복했을 것 같다. 그리고, 드라마로 다시 태어난다면 멋진 장면들과 사랑스러운 캐릭터들로 12회만큼 정도의 행복을 시청자들에게도 선사할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