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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공한 리더는 유머로 말한다 - 분위기를 반전시키는 촌철살인 유머 한 마디!
민현기.박재준.이상구 지음 / 미래지식 / 2011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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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
어떻게 하면 재미있는 교사가 될까? (여기서 재미있는, 이란 웃기는, 이란 뜻이다. 수업 구성을 재미있게 하는, 이 아닌 웃기는 수업을 하는) 이것이 최근 나의 화두이다. 다양한 방식의 수업으로 아이들이 한 시간 국어 수업이 어찌 지났는지 모르게 재미있게 수업을 하려고 노력을 하지만 아무래도 유머는 약하다 보니 그 부분을 채우고 싶어서 개콘도 열심히 보고 성대모사도 해보곤 하지만 아무래도 잘 안 된다. 그래서 유머 강의법이나 유머집 같은 것들을 한 묶음 사서 열심히 읽었다.
읽는 동안 재미있긴 했다. 하지만 어른들이 모인 자리에서라면 모를까 수업에 써먹을 만한 이야기는 별로 없었다. 요즘 아이들의 유머와는 좀 거리가 있다. 유머를 일부러 준비해 두었다가 수업이 지루할 때쯤(수업 맥락과 상관 없이) 그 유머를 써 먹는 것은 좀 촌스러운 일인 것 같기도 하다. 제일 좋은 것은 수업 중 나누는 말 한 마디 한 마디가 생동하여 웃음을 유발하는 것이리라. 하지만 그게 잘 안 된다면 중간중간에 졸음을 깨게 하는 유머도 나쁘지 않을 것 같다.
언론학교에서 김연주 KBS 전 사장의 강연을 들었다. 화려한 달변도 유머로 청중을 끌어잡는 연설가도 아니었다. 오히려 약간 지루하다 싶은 방식으로 강연을 했다. 다만, 기자 출신답게 오로지 팩트만으로 자신의 주제(종편의 부당성과 문제점에 대해 설파하는 자리였다.)로 이끌고 가는 솜씨가 역시 전문가로구나, 전문가의 알짬은 겉으로만 달달한 강의의 스킬이나 말재간으론 따라잡을 수 없는 것이로구나, 느끼게 했다. 하지만 그는 자기가 그다지 재미나게 말하는 사람이 아니란 걸 알아서 그랬는지 중간에 유머를 한자락 한다. 손오공과 사오정 이야기다.
"손오공과 사오정이 KBS에 입사 면접을 보러 왔답니다. 사오정이 좀 자신이 없는지 손오공에게 답 3개만 알려달라고 했어요. 먼저 면접 보러 들어간 손오공에게 나 김연주가 물었습니다. 첫째 질문, 산업혁명이 언제 어디서 일어났죠? 대답, 18세기 영국입니다! 오, 좋아 그럼 둘째 질문, 좋아하는축구선수는 누구입니까? 대답, 전엔 박지성이었는데 요즘은 차범근이요, 오, 그래요? 셋째 질문, 요즘 여자들이 성형수술 많이 하는데 어떻게 생각합니까? 대답, 뭐 그럴 수도 있다고 생각합니다.
면접을 보고 나온 손오공과 엇갈려 지나가면서 사오정이 "빨리빨리! 답 세 개만, 세 개만~" 그래서 손오공이 "18세기 영국!, 전에는 박지성, 요즘은 차범근, 그럴 수도 있다고 생각합니다!" 하고 알려줬어요. 다시 김연주 앞에 앉은 사오정, 첫째 질문 들어갑니다. 언제 어디서 태어났습니까? 대답 18세기 영국! 뭐? 당신 이름이 뭐요? 대답, 전엔 박지성, 요즘은 차범근! 아니, 당신 이렇게 된 거 아니야?(손가락으로 머리를 빙빙 돌리며) 대답, 뭐 그럴 수도 있다고 생각합니다!
그런데 그렇게 한바탕 웃고 난 후로 강연은 반짝 깨어나 잘 마무리가 되었다. 숨겨둔 비상금 같은 유머도 나쁘지 않을 것 같다. 그래서 난 수업지도안을 쓰는 기분으로 몇 가지를 기록해 두었다. 연습도 해야지~! 유머는 타이밍이라고, 내용이 웃긴 것도 중요하지만 이야기할 때 몸짓이나 박자나 속도가 적절해야 별 거 아니라도 웃기게 들린다. 뭐 이 책이 중학생들에게 먹힐 유머로 가득차지 않은 것은 책의 잘못이 아니라 나의 선택의 문제이겠으나 어쨌든 읽으면서 웃었던 건 좋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