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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주 작은 것을 기다리는 시간 - 한 시골교사의 희망을 읽어내는 불편한 진실
황주환 지음 / 생각의나무 / 2011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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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
황주환 선생은 '말'에 대해 많이 생각하는 사람 같다. 교사는, 특히 국어교사는 말로써 살아가는 사람이다. 때로는 말의 성찬 앞에서 고개를 숙이고 회의를 느끼기도 한다. 가르치는 아이들 앞에서, 내가 뱉은 교육적인 발언들, 그리고 문학적인 언사들이 과연 진실인가를 고민하게 된다. 그나마 아이들 앞에서 하는 말의 진정성에 대해서는 고민하고 준비하는 만큼 거짓과 실수를 덜 수 있다. 꼭 해야 하는 말을 골라내는 노력의 과정에서 그것이 아이들의 빛나는 눈빛과 만날 때에는, 내가 '말하는 사람''이라는 사실이 감사할 때도 있다.
하지만 교무실에서 난무하는 쓸모없는 허사들과 독설들 앞에서는 자괴감에 빠질 수밖에 없는 것이 또한 교사이기도 하다. 누구나 그런 생각들을 잠깐잠깐 할 뿐이지만 황주환 선생은 그것을 깊이 고민하고, 고민을 넘어서 사유하고, 그것에서 그의 교육철학을 뽑아낸다.
교사의 경력이 쌓여가면 아이들 앞에서 거짓언사를 자기도 모르게 지껄이고도 부끄러운 줄 모르게 되기도 한다. 그것은 독설 뿐 아니다. 칭찬조차도 관용적으로 내뱉는 스스로를 발견하게 되면 그토록 비참할 수가 없다. 개그의 소재로 자주 등장하는 교장의 훈시가 우스운 것은, 그 아름답기 짝이 없는 말들이 모두 거짓임을 우리 모두 알고 있기 때문이다. 거룩한 언사 뒤에서 자기가 비웃음을 당하는지도 모르고 있는 벌거숭이들! 그러나 문제는, 그 벌거숭이들이 권력을 가지고 있다는 것. 그들이 쥐고 있는 권력의 칼날은 교육을, 아이들을, 교사들의 영혼을 죽일 수도 있다는 것. 가장 무서운 것은 교사들이 그들과 동화되지 못해 슬퍼하며 한패가 되려 애쓴다는 것이다. 교사들도 마찬가지다. 교장이 조회대에서 그럴 때, 고민하지 않고 함부로 말하는 교사는 교단에서 똑같이 아이들을 향해 권력을 휘두르게 된다.
그러나, 하지만, 그래도, 말에는 힘이 있다. 올바른 말에는 분명 힘이 있다. 그런 믿음이 없으면 아이들 앞에서 교사는 무엇으로 당당히 서겠는가. 정신 바른 교사들이 좌절하는 이 땅에서 교육에 희망은 없다. 교사들이 푸념을 하고 뒷담화를 하고 화를 낼 것이 아니다. 바른 말 뒤에 희망의 지지대를 굳건히 세울 일이다. 특히나 동료교사들을 경멸의 눈으로 보아서는 안 된다. 오십 보나 백 보나 그게 그거라도 남보고 뭐라 하지 말 일이다. 바른 말을 세워서 함께 가야 한다. 황주환 선생은 '사유'를 했고, 그의 책을 읽고 나는 그런 '다짐'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