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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형도 산문집 - 짧은 여행의 기록
기형도 지음 / 살림 / 1990년 3월
평점 :
품절
기형도가 놓고 간 이 세상의 시들이 갖고 있는 '완벽한 아름다움'에 비해 치졸하기 짝이 없는 산문들 - 조금 머리 큰 고등학생이 실존이니 죽음이니 헤겔이니 푸롬이니 하듯이 - 이 짜증나서 덮어두고는 너무 오래 동안 꽂아만 두었다. 어느 날, 미련하게 돌고돌아 2호선, 1호선을 타고 귀가하는 전철에서 그만 왕창 읽어 버렸다.
세상에서 그래, 꼭 그림같은 사람, 언어가 필요없는 사람, 꽃같고 바람같은 이, 산같은 사람... 들이 많지만 그야말로 그 이는 '시(詩)'인 사람이 있다. 장 꼭도가 '나는 시다' 라고 외쳤지만 기형도야말로 '시'다. 아니 그 인간은 내가 만나본 적도 없으므로 그 '인간'을 시라 하는 것은 아니다. 그의 시, 그 안에 녹아 있는 그의 모든 것, 너무나 기형도다운 그 무엇, 그게 시다.
기형도의 시를 읽으면서, 이 세상에 단 하나요 더 이상 그 아무리 갖고 싶어 몸부림쳐도 더는 나올 수 없는 그의 시가 너무 아쉬웠다, 그래서 자꾸 산문도, 그에 대한 추억담도 찾아 읽었지만 역시 기형도는 그의 시에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