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 우리 기차에서 내려! 비룡소의 그림동화 5
존 버닝햄 지음, 박상희 옮김 / 비룡소 / 1995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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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이 그림책을 좋아하는 이유는 그림이 너무 아름다워서이다. 그림책의 그림들이 아름다운 거야 당연하겠지만 대개는 아이들이 좋아하는 선과 색채를 가지다 보니, 말하자면 스케일이 오밀조밀하달까 하는 단점이 있는데 여기의 그림들은 그 자체를 작품이라 해도 아쉽지 않을 것들이 많다.

특히 기차를 타고 저녁해가 지는 들녘을 지나는 장면, 하얀 눈 덮인 곳으로 달려가는 기차의 얼굴, 다리 위를 지나가는 기차를 멀리서 잡은 그림들은 너무 아름다워서 아이들이 이 책을 읽어달라고 하지 않을 때에도 가끔씩 혼자 들여다 보곤 한다.

아주 작아 절대로 탈 수는 없는 장난감 기차를 탈 수 있는 아이의 상상력, 인간의 시야에는 들어올 수 없는 화면을 스케치북 안에 담아내는 화가의 눈길 - 그것은 마치 하느님이나 거인이 저 작은 아이의 세계를 바라보고 있는 것처럼 보인다 - , 도대체 이 세상 물체들의 크고 작음은 무엇이 진실인가.

나는 저 들녘을 달리는 기차 속에 타고 있어도 행복할 것 같다. 혹은 고즈넉이 수평선에 누워 연기를 뿜으며 달리는 작고 작은 기차를 바라보는 거인이어도 행복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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