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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학과 예술의 사회사 1 - 선사시대부터 중세까지, 개정판 ㅣ 문학과 예술의 사회사 1
아르놀트 하우저 지음, 백낙청 외 옮김 / 창비 / 1999년 3월
평점 :
구판절판
누가 이런 것은 '지적 허영심'이라고 지적했다. 나는 학문을 연구하는 사람이 아니다. 또한 비록 내가 교단에서 아이들에게 국어 또는 문학, 또는 예술을 가르치는 사람이라 할지라도 당장 이 책에 나오는 지식이 소요되는 것도 아니다. 쉽게 말하면 꼭 내가 이런 '아카데믹한' 책을 읽을 '필요'는 없다는 말이다. 이 책을(이런 비슷한 책들을) 읽는 목적도 지식을 축적해 언젠가 써 먹으리라는 실용적인 것과는 거리가 멀다. 그럼 왜? 답은 재미있어서, 이다.
정말 재미있게 이 책을 읽었다. 물론 지루한 부분이 없었던 것은 아니다. 이 책도 정확히는 '서양의 문학과 예술의 사회사'라야 제목이 맞을 듯 싶게 어린 시절 명작깨나 읽었다 하는 나도 접해 본 적 없는 작품들을 다루고 있어 특히 중세 유럽의 문학사조에 대한 부분은 재미없기도 했다. 그런 몇몇 부분을 제외하고는 늘 그렇듯이 종과 횡으로 함께 책을 읽어나가는 재미가 만만치 않았다.
바로끄나 로꼬꼬, 낭만주의니 고전주의 등 무슨 계보를 형성해야 할 것만 같은 개념들을 지나갈 때 곰브리치의 '서양미술사'를 다시 뒤지고 괴테가 나오면 파우스트를 다시 읽고, 이런 식이었다. 그렇게 여러 날을 바쳐 읽고 밑줄 친 부분이 늘어나도 잘 정리가 되지 않아 나중에 '앗 그거 읽었던 부분인데 왜 생각이 나지 않지?' 그러면 황당하기도 하지만 어쨌거나 이렇게 중얼거리며 스스로를 위안한다. '어쨌든 참 재미있는 책이었어'
백낙청 씨가 역자 서문에 해박한 지식, 높은 안목, 그리고 일관된 관점을 이 저서의 미덕으로 꼽아 놓았다. 거기에 파란 밑줄을 박박 그으며 감탄했던 이유는 그 세가지 미덕은 교사가 갖추어야 할 요소이기도 했기 때문이다. 또한 읽는 나는 지적 허영에 빠져 공부도 아니 하며 헤헤거리고 읽었을지라도 이 글을 쓴 아르놀트 하우저는 방대한 지적 소산을 쉽고도 명료한 문체로 무엇보다 대체로 편견없는 안목으로 풀어나갔다. 우리 나라의 숱한 지적 저작자들이 자기 자신도 모를 말을 어렵사리 풀어나가면서 지식 장사를 하는 것에 비하면, 이야말로 지식인이, 연구하는 학자가 갖춰야 할 자세를 보여주는 것 아닌가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