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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수일기
목수 김씨 지음 / 웅진지식하우스 / 2001년 7월
평점 :
절판
솔직히 너무 '아무 것도 아닌 척'하는 작가의 글이 거슬렸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끝까지 이 책을 열심히 읽은 것은, 그의 울퉁불퉁한 나무 작품들이 나의 취향과 너무 잘 맞고, 그가 살고 있는 곳이 내 좋아하는 양수리 부근인 듯, 비슷한 물냄새가 났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그의 글이 감성적이냐 하면 절대로 그렇지 않다. 오히려 그 반대다. 그가 제목을 ~일기라고 붙여 놓은 의도도 아마 그런 것일 거다.
그가 스스로를 무슨 평론가도 아니요 예술가도 아닌 목수 김씨라고 끝까지 부르고자 함도 예술을 빙자한 무수한 사이비에 대한 에누리 없는 고집이다. 너무 고집스러워 오만해 보일 정도로 그는 자기가 만든 것은 '물건'일 뿐 절대로 '작품'이 아니라고 우겨댄다. 그래도 여전히 삶 그 자체가 예술일 수 있다고 믿는 나에게 그런 '우김'은 독선적으로 보이긴 하지만 가끔 '김씨'처럼 1인 시위를 벌이는 사람도 필요하다는 생각은 한다.
그가 아무리 우겨도 그가 만든 나무 '물건'들은 가까이 하여 자연의 냄새를 맡게 해 줄 것만 같아 가져보고 싶은 것들이다. 다리가 너무 빼쪽하여 디땅거릴 것만 같은 의자들을 보면 쓸만한 물건만 만들 것처럼 말하는 그의 말이 조금 의심나기도 하지만 말이다. 자연주의자? 이름을 붙이면 이미 그것이 아니라고 누가 말했던가. 이름 붙임을 거부하는 모습은 아름답지만 그래도 너무 우기지는 마시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