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럴서가 2003-11-08
기척 예전 선생님이 쓰신 리뷰에요, 공선옥 책이 있었어요. 리뷰에 쓰인 '삼척'이란 지명을 보고, 마구 심장이 뛰었던 기억이 나요. 저 중학교 다닐 즈음, 아버지가 발령받아 가신 곳이 근덕초등학교에요. 아버지 당직 날이면, 엄마가 싸주신 도시락 옆구리 끼고, 아버지 오토바이 타고 같이 일직하러 갔던 기억은 아직도 오롯해요. 얕게 흐르던 오십천에선, 종종 발 담그고 멱도 감고 했었는데요...
삼척 좀 위에 있는 동해를 아실런지... 저는 동해 토박이에요. 오토바이 탔던 제 아비는, 지금 동해에 있는 어느 초등학교에서 교감으로 근무하고 계세요. 선생님하면서 오토바이는 승용차로 바뀌었고 날렵했던 아비의 몸은 이제 퍽 둔중해졌으니, 그때로부터 꽤 많은 시간이 흘렀겠지요.
이곳에 서재가 만들어진 때부터, 선생님 서재는 로그인 할 때마다 꼭꼭 와서 리뷰 읽어가곤 했었는데요, 선생님의 리뷰가 제 맘에 떠올리게 하는 하나의 감정이 있다면, 그것은 모종의 미안함이에요. 버릇없는 자식으로서 부모에게 대해 드는 미안함이기도 하고, 생명있는 것들에 대한 숙연한 미안함이기도 하고, 온당한 이유없이 마냥 증오했던 제 학창시절 선생님들에 대한 미안함이기도 하고...
누이 하나가 서울의 어느 중학교에서 국어선생을 하고 있어요. 애들이랑 치고박고 하는 거 지겹지도 않아? 하고 묻는 제 질문에, 누이는 가끔 침묵하고 종종 행복해, 라고 답합니다. 너 같이 발랑 까진 애는 아이들과 버성기는 아름다움을 말해줘도 몰라, 하고 말하기도 해요. 누이의 그 말을, 조금은 이해할 듯도 싶어요. 제 누이도 학교에서 과연 '존중받는' 선생일까요? 몸 약한 누이가 늘 걱정스럽지만, 선생님 보내시는 행복한 시간들을 조금 엿보니 저으기 안심이 되기도 합니다.
고마운 리뷰들 기척없이 읽어가고만 있단 생각에, 선생님께 감사하단 말씀 한 마디 남긴다는 게 그만 두서없게 되었어요. 풀꽃선생님과 같이 공부하는 아이들이 갑자기 무척 부러워져요. 늘 행복하세요, 선생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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