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샘 2003-11-07  

망중한담
잘 지내시죠?
풀꽃 선생님 서재를 돌아다니다 보면, 마치 내가 읽었던 책들을 꽂아놓은 듯한 기분입니다. 왠지 편안하구요.
요즘 책을 많이 읽으셨네요. 부럽게도... 저는 요즘 책으로 담을 쌓고 삽니다. 가끔 누구 기다린다고 서점에 앉아 있어도, 꼬마애들 동화책이 제 삭막한 시야에 꼭 맞는 산만증이 머릿속에 가득한 복잡한 가을입니다.
모아이 블루를 읽으셨길래 반가워서 들어와 끄적거리고 있습니다.
입속의 검은 잎의 기형도도 그렇고... 암튼 괜히 반갑고, 이야기를 해 보고 싶어서요.
행복한 청소부처럼 살고 싶은 가을입니다. 행복하게 말입니다.
오늘도 아이들과 먼지구덩이 교실에서 밤 늦게까지 뒹굴면서도, 아이들이 예
뻐 보이게 해 달라고 기도합니다. 야간자율학습하는 애들보면 안쓰럽기도 하지만, 얼마나 예쁜지요. 나이든 탓이겠지요.
반가워서 몇 자 남기려다가, 푸념만 늘어 놓았네요. 근데, 왠지 그러고픈 스산한 시간입니다. 따끈한 코코아라도 한 잔 드세요. 제가 제 푸념 들어주신 보답이라 생각하고 대접할게요.
 
 
글샘 2003-11-07 19:4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축하합니다. 이달의 마이리뷰에 뽑히셨네요. 안 그래도 전에 이 주에 리뷰에 뽑히셨을 때 재밌게 읽었는데... 뜨개질을 좋아하시나 봐요. 풀꽃님이 남기신 코멘트를 읽다 보니깐, 제가 다른 이들의 서재에서 느낀 것과 참 비슷하다고 생각했답니다. 끄트머리에 다 들어가지 못한 말들도 여운으로 알아들을 수 있는 오랜 친구같은 느낌이 드네요.
지금은 야간자율학습시간입니다. 어떻게 될 지 모를 내년 수능을 준비하는 고2 녀석들의 뒤통수를 쳐다보면 형광등의 파리한 불빛이 형형한 눈빛과 대조적이랍니다. 먼지냄새나는 아이들 틈바구니에서 청소 안 한다고 소리지르는 풀꽃님 모습이 떠오르는 듯도 하네요. 지금은 퇴근 후니깐 맥주라도 한 잔 하실 지 모르겠군요. 맥주는 찬 기운이 많아서 장에 나쁘답니다. 님의 글을 보고 한 동안 행복했습니다. 고맙습니다.

풀꽃선생 2003-11-07 13:0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마치...
그렇군요, 인터넷으로 따뜻한 만남이 가능하군요.
글샘님의 글이, 마치 말처럼 느껴지면서, 아는 분을 다시 만나는 것 같은 반가움... 그래요, 오늘은 정말 코코아가 어울리는군요. 물론 저는 저물녘의 술 한잔도 좋아하지만요.
다른 분들의 서재를 기웃거리다가 그런 생각을 했어요. 사람들이 공감할 수 있는 영역은 참 좁을 수도 있겠다... 여기 서재를 꾸민 이들 중에는 많은 양의 독서와 혼자만의 글쓰기와 생각들로 적당히 냉소적이고 적당히 현학적이고 좀 매트한 감수성(외국어 쓰긴 좀 그렇지만 건조하달 수만은 없는, 어딘가 포스트모던한, 도시적이고 한없이 고독한 그그그, 뭐랄까...) .... 그런 것을 지닌 젊은이들이 많더군요.
남들의 서재를 둘러보며 내 낄 자리가 아님을 확인하면서, 내가 진정 누군가와 누릴 공감의 영역은 무엇일까, 생각해 보았습니다. 누구에게나 자신의 감수성은 개인의 것일수밖에 없는 것인데.... 아, 그렇군요, 제게는 아이들이 있군요. 먼지 냄새 풀풀 풍기는 저 들풀같은 내 아이들 이야기라면 누구나와 앉아서 오래 수다 떨 수도 있을 것 같은....
제가 다른 이들의 서재에서 느꼈던 외로움을 글샘님이 다독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