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샘 2003-11-07
망중한담 잘 지내시죠? 풀꽃 선생님 서재를 돌아다니다 보면, 마치 내가 읽었던 책들을 꽂아놓은 듯한 기분입니다. 왠지 편안하구요. 요즘 책을 많이 읽으셨네요. 부럽게도... 저는 요즘 책으로 담을 쌓고 삽니다. 가끔 누구 기다린다고 서점에 앉아 있어도, 꼬마애들 동화책이 제 삭막한 시야에 꼭 맞는 산만증이 머릿속에 가득한 복잡한 가을입니다. 모아이 블루를 읽으셨길래 반가워서 들어와 끄적거리고 있습니다. 입속의 검은 잎의 기형도도 그렇고... 암튼 괜히 반갑고, 이야기를 해 보고 싶어서요. 행복한 청소부처럼 살고 싶은 가을입니다. 행복하게 말입니다. 오늘도 아이들과 먼지구덩이 교실에서 밤 늦게까지 뒹굴면서도, 아이들이 예 뻐 보이게 해 달라고 기도합니다. 야간자율학습하는 애들보면 안쓰럽기도 하지만, 얼마나 예쁜지요. 나이든 탓이겠지요. 반가워서 몇 자 남기려다가, 푸념만 늘어 놓았네요. 근데, 왠지 그러고픈 스산한 시간입니다. 따끈한 코코아라도 한 잔 드세요. 제가 제 푸념 들어주신 보답이라 생각하고 대접할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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