헌법의 순간 - 대한민국을 설계한 20일의 역사
박혁 지음 / 페이퍼로드 / 2024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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탄핵 국면에 나는 소설을 한 편 쓰고 있었다. 제헌국회의 헌법 제정 과정을 담은 책이 나왔다고 했을 때 잠깐 궁금했던 이 책이 떠올랐다. 내가 쓰고 있는 소설에 헌법 이야기가 들어가야 해서. 그렇게 순식간에 읽었다. 헌법 이야기를 이보다 재미있게 전할 수 있을까 싶다. 제헌헌법 이야기지만 지금의 헌법과 비교하며 읽을 수 있고 진정한 헌법 정신을 이해할 수 있다. 솔직히 해방정국의 대한민국은 너무나 미숙한 사회였을 거라는 편견이 있었다. 제대로 된 근대를 경험하지 못 한 채 식민지 시대를 겪은 우리나라가, 정치 모리꾼이나 다름 없는 자가 정권을 잡고 독재를 한 나라가, 제대로 된 법 체계나 정치 시스템을 갖추었을 리 없다는 편견. 그러나 우연히 제헌 헌법을 읽어보았을 때 인권과 평등의 철학이 담겨 있음을 보았다. 급히 만들었다고는 하지만 다른 나라들이 수백 년 동안 갈고 닦은 법 정신의 핵심 인권, 평등, 여성 참정권 등 -을 다 담아내려 매우 애를 썼다는 걸 알 수 있었다. 그때부터 이 책을 읽고 싶었는데 이번에 제대로 읽은 것이다.

 

이 책을 읽은 느낌은

1. 위에 말한 대로 짧은 시간에 좋은 법을 만들려는 미친 듯한 노력이 거기 담겨 있다는 것. 2. 그 법에 제법 그럴 듯하더라는 것.

3. 법을 만드는 과정에 제헌 의원들의 인격과 사상과 면면의 민낯이 그대로 드러난다는 것(지금도 그러하리라).

4. 역사는 이렇게 피할 곳 없이 한 발자국 한 발자국을 그대로 기록한다는 것(전횡하는 정치인들이여, 무엇을 믿고 그리 날뛰는가, 그대들의 행보가 남김없이 다 역사에 남을 것을...),

그리고, 5. 이승만은 정말 오만한 독재라이고 나쁜 자였다는 것.

 

이승만의 악행은 4.3.4.19., 한국전쟁에 대한 대응만으로도 충분하지만 법과 정치를 자신의 권력의 도구로 쓰고 영구집권을 꿈꿨다는 점에서 지금의 현실과 데자부가 느껴진다. 영구집권을 꿈꾸는 권력자는 국민의 목숨을 초개로 여길 수밖에 없음을 현실로 보여준 이가 이승만이고 지금의 현실은 그것을 계엄해제안과 탄핵이라는 법리로 아슬아슬하게 막아낸 것뿐이다.

 

과거는 그저 흘러가 버리는 것이 아니다. 한강 작가의 말대로 과거가 우리를 살리기도 과거의 작은 오류가 커다란 패악으로 자라나기도 한다. 그래서 지금 우리가 이 시대를 어떻게 살아내는가가 미래를 좌우하기도 한다. 1948년의 피땀 혹은 미숙함 들이 지금의 헌법의 긍정적/부정적 되었듯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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