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음 처음 | 이전 이전 | 11 | 12 | 13 | 14 | 15 | 16 | 17 | 18 |다음 다음 | 마지막 마지막
수상한 식모들 - 제11회 문학동네소설상 수상작
박진규 지음 / 문학동네 / 2005년 12월
장바구니담기


보복은 좀더 떨어진 자세에서 도도하게 눈을 내리깔고 상대의 무너진 가치관을 비웃는 것이다-117쪽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수상한 식모들 - 제11회 문학동네소설상 수상작
박진규 지음 / 문학동네 / 2005년 12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수상한 식모들의 주목적은 윤택한 가정에 파탄을 일으키는 것이다. 그들은 종아리가 드러나는 원색의 치마를 입고 팽이처럼 빙글빙글 돌면서 평온한 가정에 비관주의를 불러온다. 그리고 돈과 명예만 있으면 행복하리란 현대판 기복신앙에 갖가지 혼돈을 불러일으킨다. 피를 부르지는 않지만, 불행과 우울증을 가져다주는 보복이었다. - p. 113

언제부터 신화를 들먹이게 되었나. 먼나라의 그리스 로마 신화도, 우리네의 단군신화도 신화가 아니라고 부정할 수 없다. 그러나 언젠가, 머나먼 시간에서 우리의 이야기 역시 신화가 될 것이다. 일상이 곧 역사라고 누군가가 그랬다. 그리고 단군신화의 호랑아낙과 현재의 수상한 식모들도 신화와 일상의 경계선으로 갈라질 수 밖에 없다. 수상한 식모가 철학과 이념이 없다고 매도되는 까닭일 것이다.

그러나... 이념이 없다는 것이 곧 이념이 될 수 있다. 무작정 이데올로기에 매달려야 할 필요는 없지 않은가. 솔직히 호랑아낙이 수상한 식모들로 변해버릴 수 밖에 없었던 이유도 무가치, 무이념의 시대가 도래했기 때문 아닌가. 정신적 신이 아닌 물질이 신이 되어버린 까닭 아닌가.

제 11회 문학동네 소설상 수상작이라는 타이틀과 함께 광고문구에서는 단군신화에서 인간이 되지 못한 호랑이가 과연 어떻게 되었을지 아주 흥미진진한 어투로 우리를 유혹한다. 하지만 그것은 속임수다. 읽다보면 이것은 호랑아낙의 이야기도 아니고 호랑아낙의 미래에 관한 이야기도 아니다. 단지 그저 수상한 식모들에 관한 이야기일 뿐이다. 물론 수상한 식모들의 원형은 호랑아낙이지만 원류가 호랑아낙일뿐 하등 연관이 없다. 수상한 식모들은 수천년의 뿌리를 갈아엎을만큼 20세기 초입부터 백년동안의 변화에 순응한 것이다. 가진 것이 물질이 아니기에 호랑아낙의 신화에 기댄 것이고 그것은 전설의 차용일 뿐이다.

뚫어보면 우울하고 어둡고 까칠해지는 철학과 주제를 작가는 가볍게, 가볍게 넘기고 있다. 심사위원들은 하나같이 그 점을 지적하고 있지만 작가와 같은 세대인 내겐 신선하고 활기차보였다. 현실은 어쨌든 살아야하니까 우울해한다고 해서 달라지지 않는다. 우울해할 일이면 작가는 철학자가 되었을지도 모른다.

수상한 식모들은 신화가 될 수 없기에 현실에 대한 보복으로 삶을 이어나가고 있다. 뭐든 어떠하리. 사는 것은 제각각이고 전설이 될 수 없는 자의 슬픔인것을.

수상한 식모들의 한마디!!!!!     "보복은 좀더 떨어진 자세에서 도도하게 눈을 내리깔고 상대의 무너진 가치관을 비웃는 것이다". - p. 117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처음 처음 | 이전 이전 | 11 | 12 | 13 | 14 | 15 | 16 | 17 | 18 |다음 다음 | 마지막 마지막