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접목 / 나무들 비탈에 서다 - 황순원전집 7
황순원 지음 / 문학과지성사 / 1999년 5월
품절


흔히 이런 수가 있는 것이다. 도랑 같은 것을 뛰어건너다가 어떻게 잘못하여 한 발을 물에 빠뜨리는 수가 있다. 이런 때의 불쾌감이란 이만저만한 것이 아니다. 도랑의 물이 더러운 흙탕물이거나 구정물인 경우에는 더하다. 게다가 신발이 새것이고보면 정말 화가 치밀어 못견딜 지경이다. 왜 좀더 멀리서 밟아가지고 무사히 뛰어건너지를 못했을까. 이렇게 되면 마침내, 에라 모르겠다, 하고 홧김에 성한 발마저 도랑물 속에 넣고 마구 절벅거리고 싶어지는 수가 있다. -253쪽

인간관계 치고 궁극적인 의미에서 어떤 형태로든 상처라는 걸 면할 수 있는 길이 있을까. 크고 작고 심하고 덜한 차이나, 외적인 것과 내적인 것, 의식적인 것과 무의식적인 것의 다름은 있을망정 서로 어떤 상처를 주고받지 않고서는 무릇 인간관계란 성립되지부터 않는 성싶다. 그것이 친구간이든 남녀간이든 심지어는 부모자식간이라 하더라도 이에서 벗어날 수 없는 것이다. 그저 우리가 이런 상처 속에서도 그냥 삶을 영위할 수 있는 것은 그것들을 망각하기에 애쓰고 또한 거기에 익숙해진 때문인 것이다.-32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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