패밀리가 떴다에서 박예진. 초콜릿 네 개밖에 안 가져왔다며 몇 명의 남자에게 뇌물로 줘서 1등을 하려고 했는데 이천희가 방에 가서 세 개가 더 있었다는 것을 발견하고 말았다.

그녀 왈 : 오빤, 띨띨해가지고 그걸 어떻게 찾았대.

 

하이킥. 서로의 애인이 자신에게 넘어오는지 시험하기로한 정음과 친구.

정음은 광수에게 굴전을 주고선 어쩌고 저쩌고 하는데 이상한 낌새를 눈치챈 광수는

- 뭐야. 너 여기다 약 탔어?

 

이모부, 아프리카에 죽으러 간다고 하자. 이모, 죽으러가든 알아서 하쇼. 돈도 가져가지 말고, 나 죽었소, 나 죽으러 왔소, 미친 사람 맨키로 있으쇼. 거기 사람들이야 니네 아빤 술 먹고 이~ 하니까 이게 왠 노다지냐고 해가지.(훔쳐가지)

 

삼촌이 느닷없이 누가 암에 걸렸다는 얘기를 하자, 옆에 있던 내 동생. 평소에 엄마도 뜬금없기로 알아주니까 말하길,

-앞뒤 맥락없는건 유전인가봐.

 

- 아빠, 밤을 썩지 않게 보관할 수 있을까

- 그런게 어딨냐. 화분 파고 거기다 묻어둬라.

 

매운탕이 비려서 안 먹고 있었더니 아빠가

- 너 이거 왜 안 먹냐. 아빠가 맛있게 끓였는데.

- 그냥 아빠 많이 드시라고.

- 야, 네가 그런 말도 할줄 아냐. 세상 천지에 그런 사람만 있다고 해도 넌 아닌데 니가 무슨 일로 그런 말을 (쏼라, 쏼라.)

- 아빠, 끝났어?

 

X맨에서 박명수랑 지상렬이 당연하지로 맞붙었다.

박- 조충도라고 누가 그림인줄 알아? 아냐고?

지- 나도 내가 어디서 태어난지 몰라.

박- 신사임당 어디 사셔.

지- 우리 엄마도 지금 아프셔.

 

팔찌 잃어버린 동생. 찾은 사람에게 선물을 준다고 했더니 옥지.

- 뽀뽀 선물은 안 돼.

 

세면대에 발 담그고, 비누칠하다 눈 뜨고, 팔뚝까지 비누칠하다 거울 보면서 이리저리 표정을 지어보는 민. 귀엽다.

 

민이 장난을 치자, 동생이

- 너 강냉이 한번 털릴래.

 

엄마, 아파하다가도 전화소리에 초인적인 힘을 발휘해 통화를 한다. 오호라

 

점과 선을 그리랬더니 점끼리 맞추기를 해버리는 민.

 

수수께끼 문제로 이가 몇 개 썩었는지 내는 엽기적인 가족.

수수께끼 문제로 기린을 내라고 동생에게 속삭이는 민. 기린 안 낸다고 하자 삐져선

-엄만 안 알려줘. 누나만 알려줄거야.

한다. 수수께끼를 알려주는게 어디 있다고.

 

옥찌, 맞기 게임하다가 엄마한테 살살 때리라는 의도로 한게 분명한 말

- 엄마! 피나게는 하지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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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04-13 17:07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0-04-15 10:59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0-04-20 12:03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0-05-06 09:45   URL
비밀 댓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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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오기 2010-03-24 02:1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오호~ 이거 아치님이 읽어주는 건가요?
내가 기억하는 목소리 같기도 하고 아닌 것도 같고... 잘 모르겠어요.
하지만 이 책은 정말 감동적인 이야기죠.^^

여기에 책 담기를 해 주세요.
그래야 이 책에 관심있는 사람들이 클릭할 수 있잖아요.

hnine 2010-03-24 07:1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혼자 듣긴 아까운 목소립니다.
잘 들었어요.

쟈니 2010-03-24 09:5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감동입니다. 아치님 덕분에 오늘 아침 따뜻하게 시작할 수 있겠군요.

마노아 2010-03-24 15:4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 너무 좋아요. 좋은 이야기가 더 좋아졌어요!

Arch 2010-03-24 16:2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순오기님, 제가 목소리 신비주의가 있어서 ㅋㅋ 제가 책을 안 담아도 다들 아실거란 생각에 그냥 놔뒀어요.
hnine님, 전 님 댓글 기다렸어요. 이번엔 어떤 말을 해주실까. ^^
쟈니님 반갑습니다. 감사해요. 쟈니님의 아침을 따뜻하게 하기 위해서라면 더 열심히 할 자신도 있어요.
마노아님, 감사합니다. 늘 최고의 찬사는 마노아님거로군요.

머큐리 2010-03-24 22:5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치님 목소리에요..ㅎㅎ 발랄한 목소리와는 조금 다른 차분한 목소리...하지만 살짝 비음이 들어가 있는 멋진 목소리.. 연극때문에 발성과 감성이 더 좋아진걸까요?? 아니면 원래 이렇게 풍부한 감성의 성량을 소유했던걸까요?? 응?!

Arch 2010-03-25 14:06   좋아요 0 | URL
밤이라 그래요. 밤엔 목소리를 좀 깔게 된달까. 히~
아, 비음은 영원한 난제예요. 코맹맹이 소리 좀 내지 말라고 그렇게 말을 듣는데, 안 낼려고 노력했는데 이래요. 칭찬이 과하여 소녀, 몸둘바를 모르겠사와요.

다락방 2010-03-25 08:3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Arch님! 어제 너무 듣고 싶었는데 하루종일 회장님 계셔서 오늘 들었거든요. 와- 목소리 완전 예뻐요. 만나서 얘기할때랑은 완전 다른 목소린데요!! 뭔가 더 차분하고 발음도 더 정확하고 더 여성스럽고. 왜 나를 만났을 때는 이런 목소리로 얘기하지 않는거죠? 네?


그리고 이제부터는 [100만년 산 고양이]에 대한 이야기.
댓글로 봐도 그렇고, Arch님이 이 책을 읽은것도 그렇고, 이게..좋은가요? 전 친구가 엄청 좋다고 선물해줬는데, 몇번을 읽어도 아무것도 모르겠더라구요. 무슨 얘기를 하는지..잘 모르겠어요. 왜 이 짧은 그림책을 이해할 수 없는걸까요?
[4월이 되면 그녀는]이라는 책에 보면, 젊은 남자가 연상의 여자를 서점으로 델꾸가서 [100만년 산 고양이]를 읽으라고 하는 장면이 나오거든요. 그리고 여자는 그 남자와 사랑에 빠지게 되요. 사랑에 빠지게 하는 결정적인 역할이랄까요. 저는 그 책을 읽고 대체 이 책이 왜 사랑에 빠지게 하는건가 싶어서 다시 읽었는데, 역시 무슨 말인지 잘 모르겠어요. 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Arch 2010-03-25 14:12   좋아요 0 | URL
대면하면 말이죠. 목소리보단 얼굴이 먼저 들어오기 때문이 아닐까란 생각이 들어요. 그리고 다락방님이 쎄고 비린 애기하는데 차분하고 발음이 정확한 말이 나올 수 있겠어요? 응? ^^

아, 100만 번(이거든요! 나도 자꾸 백만년 산 고양이라고 읽었는데. 찌찌뽕!)산 고양이 애기가 <4월이 되면 그녀는>까지 확장되는군요. 신난다. ^^
전 이 책을 바람구두님 리뷰를 보고 샀는데 바람구두님 말고 다른분들 리뷰도 정말 좋았어요. 제가 좋아하는 이유는 요 고양이가 자긴 100만 번이나 살았다고 우쭐대다가 흰고양이에 반하잖아요. 한번도 다시 살아나지 못한 고양이한테요! 그 의외성과 사랑의 감정을 겪어나가는 고양이 모습이 좋았어요. 또 고양이의 옛주인들 얘기가 꼭 사랑을 하는 사람들 각각의 모습 같았어요. 사랑이라는 이름으로 저지르는 사랑이 아닌 행위들. 그래서 둘이 같이 죽는다는 어떻게 보면 뻔한 결말이 참 예쁘고 아련하게 느껴지는 것 같아요.

다락방 2010-03-25 16:12   좋아요 0 | URL
그러게. 백만번인데 백만년이래. 어쩜 좋아요. 나 Arch닮아가네 ㅎㅎ

뷰리풀말미잘 2010-04-03 15:1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치 이건 정말 감동이에요!

2010-04-07 11:02   URL
비밀 댓글입니다.
 

 중국에 출장 갔을 때였다. 뭣도 모르고 사람들을 따라나섰다 안마를 받게 되었다. 1시간 넘게 안마를 받는데 참 불편했다. 스트레칭 하고 평소 건강 관리를 잘 하면 될 것을 돈 내고 호사를 누린다는 생각 때문은 아니었다. 색다른 경험치고는 상대방의 수고가 몸에 진득하게 남아서 떨어지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시원하기보다는 불편한 안마였다. 이 사람이 하루종일 고생하며 일을 하면 몇만원을 벌 수 있다는게, 한국에 가는걸 소원으로 여기는게, 한국에 있는 조선족과 다른 나라의 사람들이 어떻게 사는지를 모른다는게 불편했다. 돈으로 누군가의 수고를 살 수 있고, 사는게 관광이라는 방식이 불편했다. 호텔에서 서빙을 하느라 눈코 뜰새 없이 바쁜 서버를 보면서 우리 나라 사람들은 중국 사람들이 서비스 정신이 없네, 너무 게을러터졌네, 우리 같았음 난리났네라며 찧고 까불었다. 서빙하는 사람들은 높은 굽의 구두를 신고 하루종일 서있는 듯 했다.
 
 중국에서의 불편한 경험은 내가 여행을 바라보는 방식을 바꾸게 했다. 여행을 많이 다니진 않았지만 적어도 어딘가로 떠난다면 내가 쓰는 돈이 정당한 방식으로 그 지역 사람들에게 쓰여지고, 자연이나 동식물을 해치지 않는 여행. 관광보다는 여행을 하리라 맘 먹었다. 

 그리고 고대했던 이 책을 만났다.

 책임 여행이란 단어를 이 책에서 처음 알았다. 인권, 경제, 환경, 정치, 문화, 배움의 주제별로 나눠진 이 책은 내게 많은 것을 알려주고, 깨닫게 했다. 착한 여행이 아니라 당연히 내가 해야할 여행에 대해, 점심시간 10분을 빼놓고 계속 다림질을 하는 꿈의 리조트 세탁부 직원에 대해, 자신이 살던 곳에서 쫓겨나 전통 춤을 보여주는 것으로 수입을 대신하는 부시맨에 대해, 여성을 위한 트래킹여행사 쓰리시스터즈의 멋진 희망에 대해, 지역 농산물로 운영하는 호텔에 대해, 파잔 의식(다섯 살 무렵의 코끼리를 엄마에게서 떼어놓아 작은 나무 우리에 밀어넣고 쇠고리같은 따거로 머리와 귀를 찍고 긁어내며 거부할 수 없는 공포를 학습시킴)으로 이젠 코끼리의 나라 태국에서조차 자취를 감춘 코끼리를 살리려는 운동에 대해 알게 되었다. 그리고 아직 더 해야할 말이 많은 희망과 이제는 그만둬야할 탐욕에 대해 이 책이 아니었다면 알지 못했을 것이다.

 식객12의 '진수 성찬 옥자' 편에 보면 네팔 트레킹이 나온다. 

- 포터들은 이렇게 자동차 지붕 위에 타고 여러 시간을 견디며 달립니다. 포터를 위해서 따로 차량을 마련할 수 없기 때문입니다. 
-(한국 트레킹족의 입맛을 위해 식자재며 조리도구를 이고 지며 산을 오르는 포터를 보며 진수가) 저렇게 머리에 무게를 주면 목 디스크가 생길 텐데! 
라고 말하자, 여행사 사장은 
- 괜찮습니다. 어려서부터 저런 식으로 짐을 드니까 단련이 됐다고 합니다.

 '희망을 여행하라'를 읽기 전에는 정말 포터들 몫의 자동차까지 마련할 수 없다고, 정말 단련이 되어서 무거운 것도 잘 드는거라고 믿었다.  이 책의 인권 부분에서 네팔 트레킹의 포터에 대한 얘기가 나온다. 동상이 걸리고, 죽을 고비를 넘기지만 아무런 보호도 받지 못하는 포터들. 이것저것 떼고 나면 몇 루피 밖에 손에 못쥐는 포터들. 통계만 없을 뿐이지 트레킹 중 사망한 포터들은 부지기수일거란 얘기도 나왔다. 다음은 영국의 관광감시 NGO투어리즘 컨선의 활동가의 말이다.

"사람들은 이상한 믿음을 가지고 있는 것 같아요. 포터들은 보통 사람과 달리 무거운 짐을 가볍게 나를 수 있고, 높은 고도에서도 고산증 따윈 상관 없고, 영하의 날씨 속에서 슬리퍼에 면바지만 입어도 감기에 걸리지도 동상에 걸리지도 않는 슈퍼맨 같은 존재라는 이상한 믿음을. 하지만 히말리아를 오르는 많은 포터들은 낮은 구릉지대에서 농사를 짓다가 가난에 못 이겨 산에 오르는 평범한 사람들일 뿐이죠."

 그들을 가난하게 만든건 어처구니없는 다국적 기업과 관광 개발을 위해 그들을 살던 지역에서 쫓아낸 자기 나라의 정부다. 하지만 그들을 외롭고 쓸쓸하게 하는건 멋진 여행을 하겠다고 다른 것들은 눈감아버리는 관광객들이 아닐까란 생각을 해본다. 굳이 다른 나라까지 가서 고추장을 찾고 우리나라 음식 아니면 안 되겠다고 고집을 피우는 한국 사람들. 무서운 여행욕의 이면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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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로그인 2010-03-23 09:0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 책 참 좋았어요. 별 다섯이 아깝지 않은 책.
너무 극성스러운 것 아닌가, 하며 집어들었으나 그 `극성'이 나의 무식임을 알게 되었습지요. 읽은지 1년이 다 되어가는데, 코끼리 길들이기는 아직도 생각나요. 생후 몇개월짜리 아기 코끼리를 거의 죽음에 몰아 훈련시키는 것. 이 책으로, 생명과 윤리에 대한 개념을 좀 얻게 되어 그나마 다행입니다.(제가 그렇단 이야기)

Arch 2010-03-23 10:22   좋아요 0 | URL
저도요. 막 읽고 싶긴 했는데 이거 너무 오바하는거 아닌가 싶었거든요. 결국 쥬드님 말처럼 저도 그냥 제가 무식하고 모자란 탓에 그런 생각을 했다는걸 알았죠.
 

 지민이 어린이집 데려다주고 돌아오는 길이었다. 자전거를 타고 있었는데 가던 방향에서 뒤를 확인 하지 않고 횡단보도를 건넜다. 차소리가 안 났고, 모자를 쓰고 있어서 뒤돌아보기 귀찮았던거다. 아뿔사, 바로 뒤에서 따라오던 오토바이가 있었고, 하마터면 부딪칠뻔 했다. 미안해서 어쩔줄 모르겠어 가만히 서있는데 오토바이 운전하던 사람이 욕을 하고 지나갔다. 
-씨발년이 진짜 확
 깜짝 놀라서 그 사람을 쳐다봤다. 그 사람은 나를 지나치면서, 신호가 떨어진 교차로를 지나가면서, 그리고 좀 더 멀어질때까지 계속 나를 쳐다봤다. 나는 아무말도 하지 못하고 있었다. 차들이 경적소리만 내도 불끈거리며 욕지거리를 해대던 내가 꿀먹은 벙어리처럼 가만히 있었다. 
 내가 잘못한게 맞다. 도로를 건널 때 주의를 기울이지 않았고, 머뭇거리느라 사과할 타이밍도 놓쳤으니까. 하지만 대놓고 욕을 하는건 심했다. 그 사람은 내가 자기를 따라가서 같이 싸우지 않을걸, 같이 욕하지 않을걸, 막상 싸우더라도 얻어터지기만 할거란걸 잘 알고 있었다. 나는 아무말도 아무 소리도 내지 못했다. 잘못치고는 네 반응이 과하단 항의도, 같이 대들지도, 내가 화났다는 표시도 내지 못했다. 남자가 화난걸 내게 풀까봐 무서웠기 때문이다. 
 난 병신같고, 재수없었다. 

 만일 내가 잘못을 안 했는데 아무 이유없이 욕을 먹었더라도 나는 가만히 있었을까. 아마도. 욕을 하고, 싸우는걸 한번도 해본적이 없었기 때문에. 통제되지 않은 상황에서 누가 힘이 더 센지는 싸우기 전에도 분명히 알 수 있으니까.

 오만가지 생각이 났다. 자전거를 끌고 다닌다고 교통비도 절약되고 얼마나 좋냐고 나불댔던 입을 꼬매고 싶었고, 나 나름대로는 그래도 이만큼 용기내서 살아가는 것도 대견하네 어쩌네했던 생각도 수정하고 싶었다. 옥찌들한테만 큰소리치고 나보다 힘센 사람 앞에선 아무 말도 못하는 비겁함에 치가 떨렸고, 세상이 내 맘대로 돌아가는 것처럼 오만했던게 폭폭했다. 나는 나를 조금씩 안다고 자신했지만, 결국 내 틀에서 반발자국도 못미쳐 정체가 드러나고 만거다.
 
 정말 어처구니없게도 온갖 생각 가운데 정말 이해할 수 없는 것도 있었다. 결국 여성주의 공부를 해도 소용없다는 것, 그 사람이 내 얼굴과 자전거 모양을 보고 나중에 복수하면 어떡하지란 것, 내가 하는 모든 행동들-자전거 타기조차-이 같잖아지는 것, 내가 바뀌고, 세상이 조금씩 바뀔 수 있는 방법은 책을 읽는 것보다 차라리 쌈질을 배워서 싸움을 하고 다니는게 더 낫지 않을까라는 것 등등. 정말, 그러다 한대 맞기라도 했으면 생각은 이보다 더 터무니없이 날뛰었을거다.  

 잘 아는 언니가 있다. 남자 친구들한테 맞은 얘기를 하길래, 정말 무식하고 폭력적인 질문을 하고 말았다. 왜 맞았냐고. 그건 곧 난 안 맞게 눈치를 잘 보는데 왜 넌 맞냐는 질문이기도 했다. 언니도 안단다. 어느 지점에서 말을 멈춰야 여남 관계의 허구적인 틀을 유지하면서 매끄럽게 싸움이 종료되는지를. 하지만 자신은 멈추지 않았단다. 계속 자극했고, 이러다 맞을 수도 있겠구나, 그러다 죽을 수도 있겠구나란 생각이 들었지만 같이 싸웠단다. 지금 이 순간 나는 무엇보다 그렇게 싸운 그 언니가 부럽다. 그 언니는 끝까지 가봤다. 맞을까봐, 험한 꼴 당할까봐, 무수한 핑계를 제쳐두고 죽을때까지 같이 싸웠다.

 나는 끝까지 가지 못했으니까 아무말도 해선 안 된다는 말은 아니었지만, 왠지 아무 말도 할 수 없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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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락방 2010-03-22 11:5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겨울이었어요. 밥을 먹으러 식당에 갔는데 신발을 벗어두어야 하는 곳이었죠. 저는 부츠를 벗어두고 밥을 먹고 있었는데, 한 아저씨가 들어오더니 저 신발을 누가 벗어두었냐고 소리를 지르는거에요. 저는 잘못한게 없었고, 당연히 제 신발이니까, 제껀데요, 하고 손을 들고 당당하게 말했어요. 그러자 아저씨는 버럭버럭 소리를 지르셨어요. 생각이 있는거냐 없는거냐, 신발장이 있는데 왜 저기다 벗어두는거냐, 저는 무슨 말인지 몰라서 다시 신발 벗는 곳으로 가보았더니, 제가 신발을 둔 곳은 사람들이 신발을 벗은채로 발을 디디는 곳이었던 거에요. 저는 거기에 신발을 올려두었던 거구요. 그래서 아뿔싸 싶어서 신발을 다시 옮겨두고 죄송합니다, 라고 했어요. 잘못했으니까요, 사람들이 신발벗은채로 발을 디디는 곳에 제가 신발을 두었으니 불쾌했을거 아녜요. 죄송합니다, 라고 전 말했어요.

그런데도 아저씨는 화를 풀지 않으셨어요. 또다시 처음부터 끝까지 계속 소리를 지르셨어요. 무슨 내용인지 알아먹지도 못할 말들을 자꾸만 자꾸만, 그 식당안에서 제게 퍼부으셨어요. 저는 그 뒤로도 죄송합니다라는 말을 두번쯤 아니면 세번쯤 더 한 것 같아요. 그런데도 아저씨는 밥이 나오기 전까지 계속, 계속 뭐라고 하셨어요. 저는 너무나 무안했고 민망했고 속이 상했어요. 같이 밥을 먹는 친구는 아무말도 해주지 않았죠. 묵묵히 밥만 먹었어요. 전 당연히 아무말도 할 수 없을거란걸 알았지만, 그래도 그렇게 밥만 먹는 친구가 속상했어요. 남자였다면, 남자가 같이 있어줬다면, 이렇게 밥이 안 넘어가는 상황까지는 되지 않았을텐데, 하는 어쩔 수 없는 그런 생각을 했어요.

아주 비싼 뮤지컬을 예매해두었고, 그 공연을 보기 전이었어요. 십몇만원따위, 개나 줘버리라지, 하면서 집으로 돌아가고 싶었어요. 집으로 돌아가서 엉엉 울고 싶었어요. 왜 내가 낯선동네에서 누군가에게 그렇게 욕을 먹어야하지? 왜 죄송하다고 사과했는데, 나는 타이밍을 놓친것도 아니고, 공손하게 말하기까지 했는데, 거기서 그렇게 사람들 많은데서 얼굴이 빨개질 정도로 욕을 먹어야하지?


그때도 그랬고, 지금도 그렇고, 시간이 흘렀지만 저는 여전히 그때 제가 맞서 싸우지 않은 것을 잘한거라고 생각했어요. 맞으면 어떡해, 한대 맞겠다, 싶었거든요. 아주 순간적으로 한대 맞고 경찰에 신고해버릴까 하는 생각도 했었어요. 그러나 그 모든 일련의 과정들은 비참하고 초라하고 귀찮을 것 같았어요. 그때...싸웠어야 했을까요? 한대 맞아야 했을까요? 아니, 어쩌면 한대가 아니라 여러대쯤, 맞아야 했던걸까요?

그때만큼 제가 여자란걸 실감한때가 드물었던것 같아요. 그때만큼은 제가 여성성있는, 여성적 매력이 있는 그런 여자가 아니라, '아무것도 할 수 없는 약한' 여자라는걸 실감했던 때가 정말이지 거의 없었던 것 같아요.

무식한 남자 앞에서 오히려 한없이 초라해지는게 슬퍼요.


Arch 2010-03-23 00:09   좋아요 0 | URL
무력감이 가장 컸던 것 같아요. 아무것도 하지 못하는 것. 난, 말 말고, 내가 뭔가를 좀 했으면 좋겠어요.
다락방님 많이 놀랐겠다... 그 아저씬 혹시, 미친 XXX?

마노아 2010-03-22 13:5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두 분의 글 모두 싸아하게 아파요. 내가 힘없는 상대라는 게 저릿하게 느껴질 때가 종종 있잖아요. 어휴, 이럴 땐 어떤 위로가 필요한지 모르겠어요. 그냥 슬퍼요...ㅜㅜ

Arch 2010-03-23 00:09   좋아요 0 | URL
ㅜㅜ 슬퍼 말아요. 마노아님!

머큐리 2010-03-22 17:0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치님...

Arch 2010-03-23 00:10   좋아요 0 | URL
머큐리님... 이젠 괜찮아요. 아, 미안하게시리... 정말 괜찮아요.
 

 동생이 영화를 보다 잠들었다. 이 녀석 코를 곤다. 얼른 네 방가서 자라고 깨우려다 가만히 있었다. 방 안에선 영화의 마지막 음악 소리와 동생이 코고는 소리, 딸각거리며 내가 자판을 누르는 소리만 들린다. 
 오늘 낮에 가방이 없어졌다. 도서관 갔다와서 문 옆에다 분명히 놔뒀는데 감쪽같이 없어진거다. 알고보니 동생이 자기 옷장에 가방을 숨겨놨던거다. 자기랑 안 있고, 어딜 끼대 나가는게 싫었단다. 아, 끼대나간다니. 
 동생은 고추장으로 밥을 잘 비벼먹는다. 무엇보다 음식을 맛있게 먹는 법을 잘 알 안다. 동생은 나에게 콜라 맛과 옷을 어떻게 입어야 남자 한둘 정도는 후릴 수 있느냐가 아니라 아줌마처럼 안 보일 수 있는지를 알려줬다.  
 내게서 무슨 소리가 나면 어디서 난거냐고, 위는 봐줄 수 있지만 아래는 좀 그렇다고 말하는 사람, 세상에서 가장 늘씬한 다리를 갖고 있는 사람, 외출할땐 곧 죽어도 아이라인을 해야한다는 사람, 내가 언니였다면 뭐든 다 하겠다며 호언장담하는 사람, 공부하는 재미랑 유식한체 해보는 맛을 알고 싶다는 사람, 어디서 듣도 보도 못한 말로 날 배꼽잡게 만드는 사람, 어느 날엔가는 한밤중에 엉엉 울며 속상하다고 말한 사람, 뭐가 뭔지 모르겠는데 자꾸 나이만 먹어서 큰일이라고 말하는 사람

 봄 되니까 연애하고 싶다며 능청을 떨다가 오늘은 술 없이 그냥 잠든 동생. 

 내 동생 별명은 뚱땡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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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orgettable. 2010-03-13 12:4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 이쁜 글이다. ㅎㅎ 아부할일 있냐능ㅋㅋ
나도 요즘 코를 너무 골아서 문제에요. 심각 ㅡㅡ
며칠 전에는 같이 자던 동생이 안방으로 피신한 정도 ㅠㅠ

전 요즘 고민이 많아요. 시간은 없어요. 놀멍쉬멍하려던 알바에 너무 시달리는 기분..

Arch 2010-03-13 20:21   좋아요 0 | URL
영화는 끝나고, 영화 감상을 남길까 하다 코고는 소리가 커서 ^^
뽀, 코 고는거, 피곤해서 그런거 아니에요? 그러게 좀 쉬어야하는데... 다음주에 가서 응원해줄게요! 막 클레임 걸고 ㅋ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