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생이 영화를 보다 잠들었다. 이 녀석 코를 곤다. 얼른 네 방가서 자라고 깨우려다 가만히 있었다. 방 안에선 영화의 마지막 음악 소리와 동생이 코고는 소리, 딸각거리며 내가 자판을 누르는 소리만 들린다.
오늘 낮에 가방이 없어졌다. 도서관 갔다와서 문 옆에다 분명히 놔뒀는데 감쪽같이 없어진거다. 알고보니 동생이 자기 옷장에 가방을 숨겨놨던거다. 자기랑 안 있고, 어딜 끼대 나가는게 싫었단다. 아, 끼대나간다니.
동생은 고추장으로 밥을 잘 비벼먹는다. 무엇보다 음식을 맛있게 먹는 법을 잘 알 안다. 동생은 나에게 콜라 맛과 옷을 어떻게 입어야 남자 한둘 정도는 후릴 수 있느냐가 아니라 아줌마처럼 안 보일 수 있는지를 알려줬다.
내게서 무슨 소리가 나면 어디서 난거냐고, 위는 봐줄 수 있지만 아래는 좀 그렇다고 말하는 사람, 세상에서 가장 늘씬한 다리를 갖고 있는 사람, 외출할땐 곧 죽어도 아이라인을 해야한다는 사람, 내가 언니였다면 뭐든 다 하겠다며 호언장담하는 사람, 공부하는 재미랑 유식한체 해보는 맛을 알고 싶다는 사람, 어디서 듣도 보도 못한 말로 날 배꼽잡게 만드는 사람, 어느 날엔가는 한밤중에 엉엉 울며 속상하다고 말한 사람, 뭐가 뭔지 모르겠는데 자꾸 나이만 먹어서 큰일이라고 말하는 사람
봄 되니까 연애하고 싶다며 능청을 떨다가 오늘은 술 없이 그냥 잠든 동생.
내 동생 별명은 뚱땡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