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와의 짧은 동거 - 장모씨 이야기
장경섭 지음 / 길찾기 / 2005년 12월
절판


요새 가끔 생각하는데, 난 빨리 할아버지가 되고 싶어. 할아버지...
할아버지 중에서도 조용하고 사려깊은 손자가 있는 할아버지 말이야. 내 몸에서 늙은이 냄새가 좀 난다고해서 노골적으로 싫은티를 내는 손자는 아니면 좋겠어.-25쪽

그렇게 혼자 살다가 또 어느날, 외로움의 정도가 지나쳐버리면 어떡하지? 어느날 말이야... 방바닥에서 밟힌 치약을 보면서 끝없이 서러워지면 어떡하지? 바퀴벌레조차 없는 방에서 그때 나는 어떻게 해야하는거지? 모르겠어.
(의수) 내가 있을게.-61쪽

하안거, 여름에 벌레들이 성할 때 잘못해서 밟아 죽이까봐 돌아다니는 것을 삼가했다지? 탁발이라도 나가야하면 지팡이 끝에 방울을 달아 벌레를 조심시켰다지? 아니야! 그건 인과율의 노예가 된거야. 선업과 악업을 구별하고 악업에 대한 공포와 불안에 벌벌 떠는 그건...... 내세를 위한 종교적 집착에 불과해! 보통의 인간들에게 과시하기 위한 만용일 뿐이야.-111쪽

새벽 세시에 전화할 수 있는 곳은 없다. 설령 누군가와 통화가 된다 해도 달라질 것은 아무것도 없다.-190쪽

언제까지 이렇게 살아야 하는가-200쪽

먹어도 먹어도 줄지 않는 궁상도 있는 법이다.-204쪽

세상사는 일이 짜증스러워지고 사람들과의 관계가 막막해질때쯤 그리고 혼자서는 도저히 그러한 상황을 헤쳐나가기 힘들 때 주변 사람들이 한번 이런식으로 나서주는거지. 몸으로 하는 불꽃놀이라고나 할까. 그렇게 해서 한 사람을 이 서글픈 상식의 지욕 안에서 버텨나갈 수 있게 해주는거야. 자네 표현대로라면 비열한 타협에 동참하는 것이겠지만, 흐흐.-224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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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옥찌들이랑 옷정리와 손씻기를 마치면 막내이모가 보낸 편지를 읽어보기로 약속했다. 아침에는 그렇게 느릿하게 움직이던 녀석들이 잠시 한눈 판 사이에 옷도 잘 챙겨놓고 얼굴도 뽀드득 소리가 나도록 닦고 왔다. 이렇게 뭐가 잘 맞는 날이 참 오랜만이란 생각. 역시 옥찌들은 당근 효과가 더 잘 맞는걸까? 아니면 오늘은 뭐, 이모 기분 좀 맞춰주자고 서로 합의를 봤던가.


막내의 편지


 막내가 그림도 제법 그린다 싶었는데 그림은 같이 사는 친구가 그려줬다고 한다. 자기 그림이며 뱃살공주 카드를 보니까 기분이 좋아서 자꾸 카드를 만지작거리는 옥찌. 특히나  '선물 사갈게'란 말을 반복해서 읽고 또 읽었다. 아마도 호주에 있는 동생은 '선물, 선물' 이란 옥찌 말 때문에 잠깐 귀가 간지러웠을 것 같기도 하다. 아이들한테 카드를 맡기고 저녁 준비를 했다. 반찬을 꺼내고 계란국이 먹고 싶다고 하길래 김을 넣고 국도 끓였다. 부리나케 식탁으로 온 민은 한번 휙 보더니 왜 반찬이 네개 뿐이냐며 자기가 직접 봐야겠다며 냉장고문을 열고 뭐 더 내놓을게 없는지 살펴봤다. 요 녀석 하는짓이 웃겨서 엉덩이를 툭 쳤더니 반사적으로 똥치똥치란 말이 나왔다.

 국도 다 끓어가고, 밥도 다 됐는데 옥찌가 오질 않고 베개에 얼굴을 대고 있는게 보였다. 가보니까 이 녀석, 그 사이에 울었는지 눈에 눈물이 그렁그렁했다.

-옥찌, 왜 그래. 괜찮아?

-응, 내가 이모 편지 보고 슬펐어.

-이모 보고싶어서?

-응, 막내 이모 보고싶어서.

 선물 때문에 그러는게 아니냐고 농을 치려다 옥찌의 작은 몸을 꼭 안아줬다. 벌써 그리움을 알아버리면 어떡하란 말야.

 민은 누나의 눈물쯤이야 하는 식으로 부지런히 부침개(그렇다. 추석에 만든거다.)를 먹기 시작했고, 옥찌도 내가 얼굴 테크토닉을 보여주자 웃어버리고 말았다. 그걸 놓칠리 없는 민은 웃다가 울어서 엉덩이 치푸리둥통둥 한다고 하는데 옥찌가 엉덩이에 뿔나는거라고 정정해줬다. 이쑤시개에 고기며 파를 꽂아 만든 산적을 먹던 민은 이쑤시개를 가리키며

-이모, 이거 이에 뭐가 있으면 빼내는거랑 비슷해.

 라고 말해줘서 행여나 이쑤시개 용법을 몰랐을 날 가르쳤다. 용한 녀석 같으니라고. 나온 반찬 중의 두개가 김치라며 찌개를 하라며 옥찌에게 타박을 받고, 자기들은 0등이랑 1등 했는데 이모는 왜 꼴등으로 먹었냐며 추궁을 당했다. 이러니 저러니해도 옥찌들이랑 밥 먹으면 흘릴까 딴짓할까 신경쓰이긴 해도 밥을 먹는지 뭘 먹는지 모를 정도로 정신없긴 해도 좀, 즐겁다. 이만큼이나 식사시간이 즐거워도 될까 싶을 정도로.

 밥을 먹고 옥찌는 숙제를 하고, 민은 자기들 책상 다리의 동그란 접지면을 죄다 풀어놨다. 난 나대로 초저녁 잠이 와서 드러누웠고. 이때를 안 놓치는 옥찌, 잽싸게 찐빵 놀이 하자며 몸을 부딪혀왔다. 역시나 발빠른 민도 누나 위에 드러눕고. 아이들 배며 엉덩이며 발바닥을 간지르자 깔깔대는 소리가 쏟아지는데 딱 이 소리를 아득하게 들으며 잠자고 싶어서 혼났다. 엄마가 들어오시길래 좀 살았다 싶은 생각으로 방으로 들어가 잠이 들어서 10시쯤 깼을까. 아직도 안 자고 라면 한개와 감 두개, 기타 등등을 먹어치우고 여전히 신나게 노는 옥찌들.

 방으로 불러와서 책 읽어주려고 했는데 자기들이 알아서 논댄다. 그래서 뭘 하고 노는지 봤더니


니들이 타짜냐
 

 아직 짝을 맞추진 못하지만 비슷한 그림이 있으면 모아놓고, 책을 꺼내선 그 위에 화투를 늘어트려 놓았다. 타짜와는 비교 안 되는 손놀림이지만 옥찌의 쭉 뻗은 다리는 흡사 정마담을 연상시키기도 하는데 나 이거 아동희롱이 아닌지 모르겠단 생각이 퍼득 들기도 하고.

 타짜놀이를 마친 민은 잠들고, 옥찌는 오늘따라 잠이 안 오는지 내게 와선 뭐하는지 물으며 종이를 달라고 해서 알라뷰란 말과 하트가 숑숑 들어간  편지를 쓰다 잠이 들었다. 편지의 수취인은 말 안 해도 막내란걸 알 수 있었다.

 얼마 전에 만난 선배가 자신이 과외했던 얘기를 해주면서 체벌이 잘못된걸 알면 절대로 해선 안 된다는 소리를 한적이 있다. 역시나 발끈해선 현실적으로 어렵고 어쩌고의 얘기를 했는데 선배는 내 말을 찬찬히 듣고선 '그래도 체벌이 아니란건 알고있지'라며 재차 물었다. 내가 '동의하지만'을 시작으로 부연설명을 하려고 하자 선배는 체벌을 안 한다는건 이상적인게 아니란 얘기를 들려줬다. 자신도 과외를 하면서 몇번이고 뛰쳐나가고 싶고, 막말을 해버리거나 체벌을 하고 싶을 때가 한두번이 아니었다고 한다. 하지만 그게 옳지 않고 그게 어떤식으로든 아이의 자율성을 믿고 기다리는 것보다 더 못하단건 분명하다고 했다. 그러니까 이상으로 치부해뒀던 것들이 실은 내가 하기 싫고 어려워서 포기한걸지도 모른 일이란 거였다.

 오늘 아침에 너무 바쁜데 민이가 떼를 쓰고 옷을 안 입었다. 내가 도와주고 좀 더 몇번 더 타이르고 잘 알아듣게 설명하면 됐는데 난 불같이 화를 내며 민이를 때렸다. 나의 이상은 먼게 아니라 이상을 이상으로만 보려는 시야가 좁았던거고 실행하려는 맘이 부족했다. 아침이면 절대로 체벌이며 소리지르는건 안돼라고 다짐하는데 이게 줄곧 다짐으로만 끝나서 옥찌들에게 너무 미안하다. 민에게 저녁이면 미안하단 말을 하는 것도 이젠 그만둬야지. 미안하단 말만큼 많이해서 진정성이 떨어지는 말이 또 있을까.

 처음엔 소소한 저녁풍경 얘기를 하려고 했는데 이건 초저녁 잠 탓에 주저리주저리 말이 늘어졌다.

 웃자고 하는 세줄 요약

1. 옥찌들은 타짜가 아니다.

2. 그럼 타짜는 누구냐.

3. 판전체를 꿰뚫지만 늘 돈을 잃는 우리 엄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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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스탕 2008-11-12 09:4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전 정성이 유치원때부터 화투 알려줬어요 ^^
엎어놓고 똑같은 그림 찾기부터 시작해서 솔,매조,사쿠라,흑싸리,난초,목단,홍싸리,공산,국화,풍,똥,비 다 알려줬죠.
그런데요.. -_- 지금은 다 잊었나봐요.
이녀석도 타짜되긴 그른것 같아요.

Arch 2008-11-12 10:35   좋아요 0 | URL
정성인 화투 말고 다른 재능이 많잖아요. 요구르트로 통신도 하는데^^ 전 제가 저렇게 거창한 이름들을 잘 몰라서 가르쳐주진 못해요. 화투칠 때 저런 이름 대면서 치면 정말 타짜같단 느낌이 많이 들어요. 역시 타짜는 아무나 되는게 아니라는.
 

 달콤한 나의 도시 이후로 정이 붙을만한 드라마가 없었다. 베바(무스탕님 고마워요^^)는 다른 사람들의 버닝 모드에 달아올라 첫회부터 봤다가 극이 진행되는게 좀 억지스럽고 여배우로 나오는 분의 오바스런 연기가 눈에 거슬려 봐지지가 않았다. 물론 강마에의 일면은 얼핏 지나치다 보긴 했는데 이게 그렇게 카리스마가 있나(아, 웬디양님 미안해요^^)싶기도 했다. 특히 중반에 철거민들 앞에서 합창 연주하기까지의 과정이 개연성을 떠나 웬지 억지스러웠고 그 과정에서 철거민의 아들에게 자존심 운운하는게 눈에 거슬리고 말았다. 자존심보다는 당장의 배고픔이 우선일 수 있고, 아이의 굶주림이란 민감한 부분이긴 하지만 웬지 저렇게 다루면 안 되겠다는 느낌이 드는거다. 미안하지만 이걸 논리적으로까지 설명할만한 능력은 안 된다.

 그 다음으로 본게 바람의 화원인데 신영복과 김홍도의 생애를 픽션으로 재구성한데다 화면에 똑 떨어지는 그림이 정말 예뻐서 첫회부터 몰입모드였는데 너무 극을 질질 끄는데다 박신양의 어깨 힘! 연기와 뻔한 결론으로 흐르는게 보여서 안 봐지게 됐다. 타짜란 드라마는 말할 것도 없는 것이 영화보다 감이 떨어지는건 물론이고 긴장감 고조하려는 음악까지 별로였으니 뭐.

 그리하여 달짝지근하게 볼만한 드라마는 포기하고 영화나 볼까하다 그냥 속는셈치고  그들이 사는 세상을 보게 되었다. 노희경, 표민수 콤비라 원래부터 볼까말까 망설이긴 했는데 그건 전에 '굿바이 솔로'가 그 틀과 관계의 남다름에도 불구하고 결론이 억지스러워 실망했던걸 기억해냈기 때문이다.

 그리고 첫회부터 지금까지 방영된 분량을 다 보고서야 이 드라마에 반하게 되었고, 곧 버닝 모드로 돌입하게 될 것을 예감했다. 아, 난 최근들어 버닝 모드란게 타오르다가 아니라 날아오른다, 잠수탄다란 말인줄 알았다. 버닝에서 새가 난다를 떠올린건 뮝미. 버닝이며 뮝미며 인터넷 용어들이 좀 귀엽다.

 각설하고,

 초반의 시청률 부진인지 그간 드라마와 다른틀 때문인지 이 드라마를 많이들 안 보는거 같아서 알라딘에서 팬질 좀 하려고 한다.

 앞서도 자꾸 다른틀 얘기를 했지만 이 드라마는 매회가 옴니버스식으로 제목이 달리며(설레임과 권력관계, 적, 아킬레스건 등으로) 방송가에서 일어나는 일들을 사실적으로 묘사한다. 온에어와는 차원이 다른게 극적인 긴장감을 위해서 환경을 밀어부치는게 아니라 환경 속에 사람이 녹아있고, 사람들이 그 환경을 기반으로 알아서 연기를 해나간다. 시나리오나 드라마 작법에서 누누히 나오는 작가가 만든 캐릭터들이 알아서 연기를 하는 것이다. 드라마 속에 작가나 PD가 보이는게 아니라 연기자들, 각자의 삶에 대한 시선을 볼 수 있는 것이다. 그 속에서는 우리 주변에 있는 사람들처럼 다양한 성격을 갖고 가진 인간이 등장한다. 누구에게는 멋진 PD가 동료들에게는 시청률만 잘 나온다고 잘난척하는 PD가 되고, 누군가에게는 재능있는 직장동료가 다른 사람에게는 '쉬운 여자'가 되기도 한다. 쉽다고 지칭받아 속상한 그 누군가는 자꾸 자신이 왜 그런 소리를 들어야하는지 묻고 다니다 한뼘 정도 성숙하기도 하고. 그런틀을 넘어서서 노희경은 전작 '굿바이 솔로'에서 보여준 다층적인 이야기를 시작한다. '그들이 사는 세상'엔 현빈과 송혜교가 주인공이지만 그들을 둘러싸고 있는 사람들의 이야기도 촘촘히 전개되기 때문이다.

 자기는 작가니까 뭐든 자기 맘대로 해야만 한다고 고집하지 않고 작가와 PD와의 권력관계를 반전시키는 작가가 있고, 나이가 있지만 노처녀나 주인공의 배후세력으로 밀려나지 않고 주인공을 꿰차지만 삶은 열심히 살만한건 아니라고 생각하는 연기자가 있다. 능력있고 유들유들한 성격이지만 자신의 성격으로는 도저히 받아들여질 것 같지 않은 신인 배우 때문에 골치를 앓는 PD와 그 PD에게 꼼짝없이 찍혀버린 문제 조연출. 입바른 소리를 잘하는 김군과 다른 곳에는 그토록 쿨하면서 자신이 한때 사랑했던 여자에게는 여전히 감정조절이 안 되는 국장과 국장의 가슴을 덥석 안으며 애교를 부리는 부장. 예전에 사귀었지만 서로의 연애사를 존중한다며 헤어졌다 다시 만나는 시작하는 연인이 있다. 그들은 지금껏 우리가 봐온 드라마 속 인물들과 좀 다르고, 다름에도 쉽게 공감할 수 있게 생생하다. 생생함은 우선 그들의 입장이 이해되는 애정을 바탕으로 한다는 것쯤은 기본이다.

 그리고 송혜교와 현빈. 먼산을 바라보며 청순한 연기를 하던 송혜교보다 풀하우스의 송혜교가 더 좋았던 나는 이 드라마에서 그녀가 연기자로서 가진 매력을 백분 발휘하는걸 볼 수 있다. 정의감으로 똘똘 뭉쳤지만 그렇다고 현실에 전혀 무관한 입장을 보여주는 스타일도 아니고, 영악하지만 일반적인 감정선의 결핍이 보이기도 한다. 일에 대한 열정과 자신이 이루고 싶은 것에 대한 고집도 대단해 뭔가에 빠져든 사람에게서만 보이는 밝은 빛이 가끔 눈에 띄기도 한다. 직장의 여성을 보여준답시고 '커리어우먼복'이란 것을 걸치고 돌아다니는 것만 보여줘선 안 된다는걸 실감하는 순간이었다. 아프락사스님이 송혜교를 좋아한다면서 연예인 같지 않다는 소리를 한적이 있는데 나 역시 동감한다. 연예인처럼 예쁘긴 하지만 연예인같지는 않다. 난 이 작품에서 그녀의 욕심을 봤고, 그 욕심이 어떻게 하면 화면에 예쁘게 나오냐가 아니라 어떻게 하면 자신이 '주준영'을 제대로 살릴 수 있는가에 닿아있다는 것에 점수를 주고 싶다. 물론 송혜교, 단발머리가 썩 잘 어울린다.

 '내 이름은 김삼순'에서 줄곧 까칠해 드라마 흐름과는 상관없이 별로 느낌이 안 좋았던 현빈은 이 드라마의 초반에 전작의 느낌이 고스란히 배어있는 연기를 해서 조마조마하게 만들더니 곧 본색을 드러냈다. 현빈 아니 정지오는 까칠한게 아니라 남들보다 좀 더 예민할 뿐이란 것. 예민한 정지오는 주준영과 다시 관계를 시작하며 점점 본래의 정지오 안에 감춰진 부드럽고 자상한 면모가 드러날 것으로 보인다.

 아, 이런저런 얘기로 글이 길어졌지만 정말 이 드라마가 좋다.

 뭔가가 이렇게 좋아라고 한게 정말 오랜만인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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웽스북스 2008-11-12 01:0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뭘 저한테 미안해할것 있나요. ㅋㅋㅋ 제가 합창신 보면서 좀 많이 울긴 했지만. ㅋㅋㅋㅋ

나도 이 드라마 좋아해요. 이번주건 아직 못봤는데..
송혜교가 얼굴 내밀고 손 턱 아래로 갔다대면서 '주준영' 할 때 정말 넘 예쁘죠.

아는 언니가 이 드라마 마케팅하는데, 시청률 안나와서 걱정인가보아요.
시니에님이 알라딘 지부 맡아주세요. ㅋㅋㅋ

Arch 2008-11-12 10:30   좋아요 0 | URL
그런거라면 자신있죠. 열심히 입소문 내겠습니다.

캬악!! 나도 그 표정이며 그 말투며 정말 예뻤어요. 현빈이 어디서 여우짓이냐고 물어보는 것도 물론 귀여웠지만.

그리고 바베(진짜네 ㅋㅋ 베바 맞아요. 바베는 또 뭘까. 바베큐 이런거 같은데..)는 그럼에도 좀 미안해요. 그러고보니 거꾸로 댓글을 다는 것 같네요.

조선인 2008-11-12 08:4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음, 그러니까 이런 드라마가 있다는 거군요. 10시면 자는 사람이라...긁적긁적.

Arch 2008-11-12 10:29   좋아요 0 | URL
저도 그런 시절이 있었더랬죠. 본방 말고 재방으로 봐도 재미있으실거예요.

마늘빵 2008-11-12 09:3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혜교혜교! 혜교 얼굴을 한 번도 못보다니. 바쁜 일 끝나면 몰아서 볼테닷.

Arch 2008-11-12 10:29   좋아요 0 | URL
알아요. 알아. 아프님 혜교 사랑은!

무스탕 2008-11-12 09:5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속닥속닥.. 시니에님. 바베가 아니고 베바 아닌가요? +_+ 본문에도 댓글에도 다 바베에요)
울 신랑한테 리모컨 넘기고 전 딴짓 하느라 티비 안봐요. 근데요, 뭐 하는지는 다 알아요..
어제도 신랑은 '에덴의 동쪽' 이랑 '타짜' 랑 '그들이 사는 세상'을 번갈아 가며 보더군요.
김갑수가 그들세상에도 나오고 타짜에도 나온다고 같은시간에 나오면 어쩌냐고 투덜거리며 보더군요 --;;

Arch 2008-11-12 10:32   좋아요 0 | URL
그렇군요. 모름지기 드라마는 몰입인데.. 대단한 옆지기님이시네. 바베 부분은 다 고쳤어요. 아닌가? 다시 한번 봐야겠다. 김갑수는 해신에서 좀 어색했는데 자꾸 보면 이 사람이 연기의 동선과 표정까지 다 연구한다는 말이 맞는 것 같단 생각이 들어요. 두군데 드라마에서 분위기가 다 다를 것 같은데...
 

1. 민이가 요새 맘과 행동의 분리를 겪고 있다. 밥을 그냥 삼키길래 그럼 되냐고 꼭꼭 씹어야지 하면 '어, 내가 씹으려고 하는데 입이 그냥 삼켜버려.' 이러고, 오늘 산에 가서 내리막길에서 너무 빨리 간다 싶어 천천히 가라고 했더니 '어, 내가 천천히 갈라하는데 다리가 막 앞으로 갔어.' 한다.

 2. 뭔가를 꿀꺽하던 민,

지민이 뭐 먹었어? 하자

'침 먹었는데' 이러며 입맛을 다시는 녀석.

 3. 사과를 깎고 있는 내게 찰싹 붙어선 참견하느라 바쁜 민.

-이모, 사과 천천히 깎아야지이~ 그치?

-왜?

-사과 이렇게 하다가 윽 칼 있으면 아프잖아. 그럼 병원 가야해.

-그래? 민이가 이모도 걱정하고, 멋진데.

 민인 뭐 그런걸 가지고 그러냐는 식으로 어깨를 한번 으쓱하고선 민이 눈엔 반짝이고 있을게 분명한 사과를 얼른 먹으려고 껍질을 만지작거렸다.

4. 아이들이 서로 아프게 하거나 맘 상하면 미안해? 괜찮아? 라고 물어보라고 하곤 했는데 얼마 전엔 자길 때렸다며 민에게 미안해 괜찮아를 무한반복시키는 옥찌를 보고선 이게 그게 아닌가란 회의가 들어버렸다.

5. 민이가 화장실에 있는줄 모르고 화장실 문을 열었더니 울 옥지민 하는 말,

-이모, 고추에 똑똑하는거야.

미안, 그런데 고추에 똑똑은 좀 그렇네.

6. 한창 고구마를 맛있게 먹던 옥찌들. 결국 누가 더 많이 먹냐, 더 예쁘게 먹느냐로 한바탕 싸우다 내가 두손 두발 다 들고 물러앉아 있으니까 금세 저희들끼리 서로 얘기가 잘 돼서 누나 동생 예쁘네 어쩌네한다. 매번 그러는건 아니지만 아이들 나름의 룰이 순기능을 발휘할때면 맘이 좀 놓인다.

7. 귀 파는데 괄목할만한 집착을 보이는 동생, 그러니까 옥찌들 엄마. 옥찌는 어떻게 굴려서 귀를 팠는데 민인 요리저리 피하기만 하고 쉽게 귀를 내줄 것 같지 않은거다. 보다못한 동생 사정하며 하는 말이

-민아, 귀 파면 고구마 하나줄게.

한다. 그렇게 파고 싶었어? 사실 귀를 파면 안 좋다고 하지만 아이들 귀를 파는 것 만큼 모험심을 자극하는게 없다. 낚시할 때의 손맛과는 비교가 안 된다. 어른들 귀야 이어폰 때문에 구멍이 너무 커서 황량하거나 본인 관리로 깔금해서 흥미유발이 안 되지만 아이들 귀는 태고적 미개척지를 탐험하는 것처럼 설레고 짜릿하다. 변태 맞다니까.

8. 얼마 전에 자전거를 타고 아파트 단지를 전력질주 하는걸 보곤 옥찌들에게 시달리다 페이스를 잃어버린 친구 왈,

-말괄량이 같애.

-응, 그런데 배나온 말괄량이야.

-배나온게 귀여워.

칫, 귀여운걸 보는 안목이 상당한걸. 이건 순전히 옥찌들과 몸으로 하는 놀이를 30분가량 한 후의 후유증이라고 볼 수 있다.

9. 오늘 산에 간 민인 자꾸 나무가 떨어져선 자길 자꾸 따라온다고 했다.

낙엽이 정말 예쁜 가을, 산이었거든요.

10. 옥찌가 집에 오는 길에 고기집에 있는 소캐릭터 그림을 보고선.

-이모, 소다.

-응, 그렇네. 귀엽다.

-이모, 소 먹고 싶다. 소 뜯어먹고 싶어.

-어(그런데 이 섬짓함은, 옥찌들은 가끔씩 나도 냠냠 먹고 싶다고 하는데 예사롭게 들리지만은 않는다.)

11. 할머니랑 이건 누구별, 저건 누구별 놀이 하다가 가족들 이름을 하나씩 불러가며 할머니별, 이모별 하다가 민선생 말씀하길,

-할머니, 여기 다니는 할아버지는 무슨 별이야?

아빠, 일도 좋지만 집에 자주 들어오시죠. 집이 직장도 아니고.

12. 요새들어 이마트 타령을 해대는 민, 이마트에 가면 뭔가 정말 재미있는 일이 생길 것만 같나보다. 이마트 가서 사장님하고 뭐사고 뭐사고 이러길래(사장님도 요새 나오는 가상 캐릭터 중 하나다)

-민, 민은 이마트가 좋아 이모가 좋아

라고 물어봤다.

-내가.

역시 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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웽스북스 2008-11-08 23:4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민아 누나는 날씬하고 싶은데 살이 막 지맘대로 와서 붙어
라고 전해주세요

(이해 못하겠지)

순오기 2008-11-09 06:3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크~ 나는 잘 자고 일찍 일어났는데 다시 자야겠당!ㅎㅎㅎ

Arch 2008-11-10 00:0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웬디양님과 순오기님의 활용법이라^^ 섹시한다 이후로 실생활에서도 써먹을 수 있는 활용구문이군요.
그런데 웬디양님, 라면 먹으니까 그런다고 민이가 전해주라는데요.

웽스북스 2008-11-12 01:0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헉 민이 무서운 아이야. 민이야. 너는 라면 안먹어? 그 맛있는 걸? 정말?

Arch 2008-11-12 01:29   좋아요 0 | URL
민이도 먹긴 하는데 가끔 이모가 기분 좋을때만 먹는단 소리가 있던데요. 게다가 민인 하도 많이 뛰어다녀서 살이 잘 안 붙는단 소리도. 으으. 화르르 소리가 여기까지 들리는 듯^^
 

 체육대회를 끝나고 교장이 준 반비가 있었다. 이 돈을 회식에 쓸 것이냐 곧 있을 시험을 보러가는데 교통비로 쓸 것이냔 것으로 의견이 분분했다. 애초에는 교통비로 쓰고 나머지는 반비로 하자는데 의견이 모였지만 갑자기 회식을 하자는둥, 교통비를 쓴 후 남은 돈을 시험 안 보러가는 사람들에게 나눠주라는둥, 잡음이 끊이질 않았다. 게다가 걔중에는 시험 안 보러가는 사람에게 주는 돈이 교통비 대비 사람수에게 지급되는 돈액수와 맞지 않다는걸 문제제기한 사람도 있었다. 논란의 중심에 있는 반장이 시험을 안 보러가는 자신과 소수의 입장에 맞는 형평성을 맞춘다며 독단적으로 결정을 내려버리자 서로 목소리가 높아지고야 말았다.

 언성이 높아지다 곧 모두가 동의하는 쪽으로 결론이 났다. 어차피 시험을 모두 보기로 했는데 개인 사정으로 빠진 사람이 있는거니까 회식을 할 때처럼 교통비로 쓰고 나머지는 반비로 하자는 쪽으로 얘기가 정리가 된거다. 그 과정에서 난 사람들이 무슨 문제가 생길 때 어떤식으로 해결하는지에 대한 단면을 봤다. 어떤분은 이런저런 이야기 필요없이 그 돈은 기부하고 그냥 돈 걷어서 교통비를 하자고 했고(이건 전혀 문제에 근접한 해결방법이 아니었다.) 다른 분은 회식할 때 빠진 사람에게 돈을 따로 나눠주지 않는단 말을 뱉어내며 의기양양해 했고, 또 다른분은 이렇게 싸우지말고 잘 지내자며 좀 뻔한 얘기만 늘어놨다. 나로 말하자면 이건 싸우는게 아니라, 공금을 어떻게 사용해야할지 의견을 모으는거라고 말은 했지만 나 역시 그 돈으로 교통비를 하고 나머진 통닭이나 같이 먹자란 의견이 있었다. 나 역시 입장표명이 불분명했다. 내 경우는 분위기 봐가며였고, 대부분의 사람도 그런식이었다. 그 과정에서 반장은 질려버렸다며 집에 가버렸고, 개인사정으로 시험 안 보는 친구들은 소외당하는게 아닌가란 의견이 불거지기도 했고, 자기돈 안 들이고 반비로 교통비를 충당한 다수의 사람들은 뒤끝이 찜찜해지고 말았다.

 어디서든 사람 사이에선 논쟁이 생기고 분열이 일어난다지만 돈과 관련해선 무척 예민하고 신경질적으로 보여지기 쉽상이다. 자신의 대범함을 강조하려고 선을 넘는 한턱을 쏘기도 하고, 쪼잔한 면모를 들키지 않으려고 무리한 제안을 해버린다든지 아니면 작은 소비에는 너그럽다가 자기가 정해놓은 선을 넘어서면 경직되는 면이 있다던가. 얼마 전 읽은 최순덕 성령충만기(이기호 작)의 한 단편에선 어떤 연출자에 대해 설명하면서 '작은 소비에는 집착하지만 큰 액수에는 자신이 돈에 구애받지 않는다는걸 보여주려고 부러 대범하게 처리해 실속이 없는' 얘기가 나왔다. 난 이 부분을 보면서 큰 돈을 쓸일도 없고 앞으로도 없을 것 같은데 부러 통 큰 척을 하다가 빈곳에선 푼돈에 연연하는 내 입장이 느껴져서 뜨끔했다.

 요는 속내를 누가 얼마나 세련되고 상식적으로 감추느냐의 문제인데 웬일인지 나이 들수록, 잃을게 없다고 자인할수록 바닥을 드러내는건 시간문제가 되고마니 잃을게 어느 정도 있는 삶이 인간답다고나 해야할까? 사실 이건 터무니없는 궤변이다. 어쩌면 합리적인 소비를 할만한 토대가 안 된 상태에서 계속 선택을 해야한다는 문제이거나 이도저도 아닌 그저 한 사람만 상처받아 떠나버린 후의 얘기인지도 모르겠다. 그나저나 반장은 집에 가서 자신의 의견과 반대된 사람들을 욕하고 있을까. 나는 지금 어떻게든 되겠지라며 막무가내로 떠들던 입을 자책하는 대신 이렇게 두리뭉실하게 얘기를 끝내버리려고 하는걸까?

 모두가 상처받지 않았으면 좋겠단 주문은 사실 나는 좀 덜 상처받고 싶다는 말의 다른 표현이란 생각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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