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민이가 요새 맘과 행동의 분리를 겪고 있다. 밥을 그냥 삼키길래 그럼 되냐고 꼭꼭 씹어야지 하면 '어, 내가 씹으려고 하는데 입이 그냥 삼켜버려.' 이러고, 오늘 산에 가서 내리막길에서 너무 빨리 간다 싶어 천천히 가라고 했더니 '어, 내가 천천히 갈라하는데 다리가 막 앞으로 갔어.' 한다.

 2. 뭔가를 꿀꺽하던 민,

지민이 뭐 먹었어? 하자

'침 먹었는데' 이러며 입맛을 다시는 녀석.

 3. 사과를 깎고 있는 내게 찰싹 붙어선 참견하느라 바쁜 민.

-이모, 사과 천천히 깎아야지이~ 그치?

-왜?

-사과 이렇게 하다가 윽 칼 있으면 아프잖아. 그럼 병원 가야해.

-그래? 민이가 이모도 걱정하고, 멋진데.

 민인 뭐 그런걸 가지고 그러냐는 식으로 어깨를 한번 으쓱하고선 민이 눈엔 반짝이고 있을게 분명한 사과를 얼른 먹으려고 껍질을 만지작거렸다.

4. 아이들이 서로 아프게 하거나 맘 상하면 미안해? 괜찮아? 라고 물어보라고 하곤 했는데 얼마 전엔 자길 때렸다며 민에게 미안해 괜찮아를 무한반복시키는 옥찌를 보고선 이게 그게 아닌가란 회의가 들어버렸다.

5. 민이가 화장실에 있는줄 모르고 화장실 문을 열었더니 울 옥지민 하는 말,

-이모, 고추에 똑똑하는거야.

미안, 그런데 고추에 똑똑은 좀 그렇네.

6. 한창 고구마를 맛있게 먹던 옥찌들. 결국 누가 더 많이 먹냐, 더 예쁘게 먹느냐로 한바탕 싸우다 내가 두손 두발 다 들고 물러앉아 있으니까 금세 저희들끼리 서로 얘기가 잘 돼서 누나 동생 예쁘네 어쩌네한다. 매번 그러는건 아니지만 아이들 나름의 룰이 순기능을 발휘할때면 맘이 좀 놓인다.

7. 귀 파는데 괄목할만한 집착을 보이는 동생, 그러니까 옥찌들 엄마. 옥찌는 어떻게 굴려서 귀를 팠는데 민인 요리저리 피하기만 하고 쉽게 귀를 내줄 것 같지 않은거다. 보다못한 동생 사정하며 하는 말이

-민아, 귀 파면 고구마 하나줄게.

한다. 그렇게 파고 싶었어? 사실 귀를 파면 안 좋다고 하지만 아이들 귀를 파는 것 만큼 모험심을 자극하는게 없다. 낚시할 때의 손맛과는 비교가 안 된다. 어른들 귀야 이어폰 때문에 구멍이 너무 커서 황량하거나 본인 관리로 깔금해서 흥미유발이 안 되지만 아이들 귀는 태고적 미개척지를 탐험하는 것처럼 설레고 짜릿하다. 변태 맞다니까.

8. 얼마 전에 자전거를 타고 아파트 단지를 전력질주 하는걸 보곤 옥찌들에게 시달리다 페이스를 잃어버린 친구 왈,

-말괄량이 같애.

-응, 그런데 배나온 말괄량이야.

-배나온게 귀여워.

칫, 귀여운걸 보는 안목이 상당한걸. 이건 순전히 옥찌들과 몸으로 하는 놀이를 30분가량 한 후의 후유증이라고 볼 수 있다.

9. 오늘 산에 간 민인 자꾸 나무가 떨어져선 자길 자꾸 따라온다고 했다.

낙엽이 정말 예쁜 가을, 산이었거든요.

10. 옥찌가 집에 오는 길에 고기집에 있는 소캐릭터 그림을 보고선.

-이모, 소다.

-응, 그렇네. 귀엽다.

-이모, 소 먹고 싶다. 소 뜯어먹고 싶어.

-어(그런데 이 섬짓함은, 옥찌들은 가끔씩 나도 냠냠 먹고 싶다고 하는데 예사롭게 들리지만은 않는다.)

11. 할머니랑 이건 누구별, 저건 누구별 놀이 하다가 가족들 이름을 하나씩 불러가며 할머니별, 이모별 하다가 민선생 말씀하길,

-할머니, 여기 다니는 할아버지는 무슨 별이야?

아빠, 일도 좋지만 집에 자주 들어오시죠. 집이 직장도 아니고.

12. 요새들어 이마트 타령을 해대는 민, 이마트에 가면 뭔가 정말 재미있는 일이 생길 것만 같나보다. 이마트 가서 사장님하고 뭐사고 뭐사고 이러길래(사장님도 요새 나오는 가상 캐릭터 중 하나다)

-민, 민은 이마트가 좋아 이모가 좋아

라고 물어봤다.

-내가.

역시 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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웽스북스 2008-11-08 23:4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민아 누나는 날씬하고 싶은데 살이 막 지맘대로 와서 붙어
라고 전해주세요

(이해 못하겠지)

순오기 2008-11-09 06:3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크~ 나는 잘 자고 일찍 일어났는데 다시 자야겠당!ㅎㅎㅎ

Arch 2008-11-10 00:0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웬디양님과 순오기님의 활용법이라^^ 섹시한다 이후로 실생활에서도 써먹을 수 있는 활용구문이군요.
그런데 웬디양님, 라면 먹으니까 그런다고 민이가 전해주라는데요.

웽스북스 2008-11-12 01:0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헉 민이 무서운 아이야. 민이야. 너는 라면 안먹어? 그 맛있는 걸? 정말?

Arch 2008-11-12 01:29   좋아요 0 | URL
민이도 먹긴 하는데 가끔 이모가 기분 좋을때만 먹는단 소리가 있던데요. 게다가 민인 하도 많이 뛰어다녀서 살이 잘 안 붙는단 소리도. 으으. 화르르 소리가 여기까지 들리는 듯^^