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와의 짧은 동거 - 장모씨 이야기
장경섭 지음 / 길찾기 / 2005년 12월
절판


요새 가끔 생각하는데, 난 빨리 할아버지가 되고 싶어. 할아버지...
할아버지 중에서도 조용하고 사려깊은 손자가 있는 할아버지 말이야. 내 몸에서 늙은이 냄새가 좀 난다고해서 노골적으로 싫은티를 내는 손자는 아니면 좋겠어.-25쪽

그렇게 혼자 살다가 또 어느날, 외로움의 정도가 지나쳐버리면 어떡하지? 어느날 말이야... 방바닥에서 밟힌 치약을 보면서 끝없이 서러워지면 어떡하지? 바퀴벌레조차 없는 방에서 그때 나는 어떻게 해야하는거지? 모르겠어.
(의수) 내가 있을게.-61쪽

하안거, 여름에 벌레들이 성할 때 잘못해서 밟아 죽이까봐 돌아다니는 것을 삼가했다지? 탁발이라도 나가야하면 지팡이 끝에 방울을 달아 벌레를 조심시켰다지? 아니야! 그건 인과율의 노예가 된거야. 선업과 악업을 구별하고 악업에 대한 공포와 불안에 벌벌 떠는 그건...... 내세를 위한 종교적 집착에 불과해! 보통의 인간들에게 과시하기 위한 만용일 뿐이야.-111쪽

새벽 세시에 전화할 수 있는 곳은 없다. 설령 누군가와 통화가 된다 해도 달라질 것은 아무것도 없다.-190쪽

언제까지 이렇게 살아야 하는가-200쪽

먹어도 먹어도 줄지 않는 궁상도 있는 법이다.-204쪽

세상사는 일이 짜증스러워지고 사람들과의 관계가 막막해질때쯤 그리고 혼자서는 도저히 그러한 상황을 헤쳐나가기 힘들 때 주변 사람들이 한번 이런식으로 나서주는거지. 몸으로 하는 불꽃놀이라고나 할까. 그렇게 해서 한 사람을 이 서글픈 상식의 지욕 안에서 버텨나갈 수 있게 해주는거야. 자네 표현대로라면 비열한 타협에 동참하는 것이겠지만, 흐흐.-224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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