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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화는 어떻게 지구환경을 파괴하는가
힐러리 프렌치 지음, 주요섭 옮김 / 도요새 / 2001년 6월
평점 :
절판
환경문제를 이야기할 때 자기 주변의 작은 문제들을 주제로 삼을 수도 있을 것이고, 내가 사는 지역이나 국가의 문제를 생각해 볼 수 도 있고, 또한 「세계화는 어떻게 지구 환경을 파괴시키나」의 저자 힐러리 프렌치처럼 전 세계적인 관점에서 생각해볼 수 도 있을 것이다.
그동안 나는 주로 내 주변의 환경문제나 국내에서 벌어지는 주요 환경이슈에는 관심을 가졌으나, 환경문제를 전 세계적인 문제로 연결시켜 생각해본 적은 드물었다. 언론에서 그린피스등의 초국적 환경단체의 활동을 봐도 그냥 지나쳐갈뿐 심각하게 고민해보지는 않았었다. 그런 면에서 이 책은 일단 환경문제에 대한 나의 사고의 폭을 확장시켜주는 계기가 되었다.
이 책의 지은이 힐러리 프렌치는 워싱턴 DC에 소재한 비영리 민간연구기관인 월드워치연구소의 연구담당 부책임자로 일하고 있고, 10여년을 넘게 연구소에서 연구활동을 하면서 많은 글을 남겼다. 그녀가 근무하고 있는 월드워치연구소에서는 세계적인 환경문제를 다루는 프로젝트를 수행하면서 광범위한 연구자료를 축적하였고, 프렌치는 이를 바탕으로 종합적이고 체계적이면서도, 수많은 근거자료를 제시된 글을 보여주고 있다.
지은이는 세계화속에서 환경문제를 어떻게 다루어야 할지를 크게 두 부분으로 나누어 설명하고 있다. 제1편에서는 세계화속에서의 생태학적 요소들이 어떻게 위협을 받고 있는지를 다루었고, 제2편에서는 세계화속에서 지구환경을 보호하기 위해서 어떻게 지구적 거버넌스(연합체, 통치방법)를 만들어야 하는가에 대해서 이야기하고 있다.
세부적으로 보면 지은이가 책 속에서 다루는 환경과 관련된 문제는 실로 "포괄적이고 광범위하다"라고 할 수 있다. 지은이는 제1편에서 전세계적인 환경문제는 모두 거론한 느낌이다. 우선 처음부분에서 무역, 투자, 다국적기업, 해운, 항공, 관광, 난민, 인터넷을 통해 발전 속도가 빨라지고 있는 세계화의 움직임 속에서 자연의 파괴, 지구자원의 무책임한 발굴, 바이러스나 야생동식물의 부문별한 이동 및 확산, 세계를 돌아다니는 세균에 대한 문제점들을 적나라하게 들추어내고 있다. 또한 농산물, 어류 등의 식료품의 교역이나, 유전자 조작 식품의 교역 뿐 아니라, 독성 폐기물의 교역을 통한 폐기처리문제에 대해서 심각하게 문제제기를 하고 있다.
여기서 세계화란 근래의 신자유주의적 세계화는 물론이거니와 자본주의적 경제의 성장 그 자체까지 포괄하는 것으로 보인다. 즉 끝없는 경제성장과 이를 위해 필요한 각급 교역-상품과 화폐뿐 아니라 오염과 사람, 심지어 정보까지도-의 확산 자체가 안고 있는 환경적 문제를 추적하고 있다. 특히 현재 심각한 문제를 일으키고 있는 오존층 파괴문제를 포함한 대기의 오염이 세계화적 측면에서 전세계가 공동으로 대처하고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제2편에서는 1편에서 제기한 환경문제를 어떻게 세계적 공동체를 만들어 대처해야 할 것인가에 대한 대안을 제시하고 있다. 농수산물 및 자원의 수출입시에 지구환경을 파괴하는 단체, 국가와의 무역을 금지하거나 높은 관세의 부과를 통한 제재조치를 주장하고 있다. 금융투자에 있어서는 지구환경 파괴를 촉진하는 개발에 대한 투자를 억제하는 세계적 정책의 필요성과 국가간 환경파괴 정책을 억제해야 한다는 주장을 하고 있다. 그리고 지구적 환경 거버넌스의 강화를 위해서 필요한 국제환경협정의 준수, 지구환경보호의 제도화, UN과 협력하여 지속가능한 환경보호활동을 모색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더불어 이러한 일을 가능하게 하기 위해 세계각국의 NGO들이 연합해야다는 것을 강력히 주장하고 있다.
치밀하고 광범위한 통계 자료들을 통해 자본주의 경제성장이 이러한 갈등을 야기할 수 밖에 없음을 지적하고 있지만, 이 책이 제시하는 행동계획들에서는 어딘가 모르게 미흡함이 느껴진다. 저자가 이야기하는 지구적 환경 거버넌스의 강화에 동의하지만, 여기에는 미국이라는 국가의 힘이 강하게 느껴진다. 해외 자본을 불러들이기 위해 자신의 환경을 팔아버리는 저개발국가들의 시각은 살펴볼 수가 없다. 이미 경제개발을 이룬 나라에 속한 저자가 그들의 시작으로 환경문제에 접근하고 있는 듯한 기분이 들었다. 그리고 대안기술에 대한 저자의 기대감이 지나쳐 초국적 기업의 논리를 좇는 건 아닌가 하는 의구심도 들었다.
환경문제라는 것이 자본의 논리, 경제의 논리로만 접근한다면 그 해답은 찾기 힘든 부분 인거 같다. 우리나라의 경우만 해도 여러가지 환경정책에 있어 자본의 논리가 강하게 작용하는 경향이 있다. 요즘 이슈화되고 있는 경유차 배출가스 기준 완화 문제나 서울시 외곽순환도로의 북한산 국립공원관통 문제에서도 이러한 현상이 목격된다. 단순히 밥 한 술 더 먹어 배부른 것의 몇배가 넘는 피해가 다시 돌아오는 것이 환경파괴이다. 그러나 당사자의 입장에서는 당장의 밥 한 술이 너무나 시급한 경우도 있으니 이념만으로는 해결될 수 없는 상황에 따른, 세부적인 전략이 필요한 것이 또한 환경운동이라는 생각이 든다.
이 책을 읽으면서도 기본적인 큰 맥락에 있어서는 깨우친 점도 많고 동의하지만 어딘가 미흡한 점을 느꼈던 것도 사실이다. 앞으로는 이런 부분에 좀더 관심을 가지고 고민을 해봐야겠다. 그리고 작게나마 내가 실천하고 참여할 수 있는 환경운동에 대해서도 고민을 해볼 작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