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준식의 생각
서준식 지음 / 야간비행 / 2003년 3월
평점 :
품절


읽지 않아도 손에 잡는 순간 그 무게감이 느껴지는 책. 두근거리는 마음으로 목차를 훑어보다  「'한총련'탈퇴가 의미하는 것」이란 소제목에서 눈이 멈춘다. 한동안 그 제목을 바라보다 119페이지를 펼쳐본다.

1997년 8월 6일 인권하루소식에 실린 바로 이 글. 나에게 서준식이란 이름을 강렬하게 기억하게 해준 글. 한총련에 대한 마녀사냥이 극에 달했던 그 때를 떠올리며 이 글을 가장 먼저 읽었다.

국가의 억압적 폭력에 맞서 한총련 탈퇴를 거부하는 것, 준법 서약서를 거부하는 것이야말로 그 폭력에 정면으로 대항할 수 있는 방법이었지만, 20대 젊은이에게 그것은 또한 감당하기 힘든 무게의 짐이기도 했다. 끝까지 거부하며 수배생활을 하다 결국 감옥으로 붙잡혀 들어가 몇년을 보낸 이도 있었고, 가족의 애절한 권유에 의해 혹은 개인적인 결심으로 그 폭력에 무릎꿇을 수 밖에 없었던 이들도 있었다. 그들뿐만이 아니라 공안세력에 반대하는 정치적 움직임을 보였던 이들은 누구나 국가보안법 7조에 의해 탄압의 대상이었고 언제나 구속가능성을 염두해두고 운동을 해야했다.

내가 서준식이란 이름만 들어도 정신이 서늘해짐을 느끼는 것은 그가 몇 십년을 이러한 폭력에 정면으로 맞서며 자신의 양심을 지켜왔으며, 그 권리를 위해 지금도 변함없이 싸우고 있는 사람이기 때문이다. 그가 1998년 2회 인권영화제에서 상영된 <레드헌터>의 이적성 문제로 구속되었을 때 재판부에 제출했던 글로 구성된 1부 <우리 시대 인권을 위한 변명>을 읽으며 그 투쟁의 삶을 보다 자세히 알 수 있었고, 광폭했던 사회에 대한 분노만큼이나 그에 대한 존경심도 비례해서 커지게 되었다.

이 책의 2부 <인권을 찾아서>에는 몇가지 항목에 따라 인권하루소식이나 다른 매체에 실렸던 글들이 정리되어 있고 마지막에는 <레드헌터> 사건으로 영등포구치소에 수감되었을때 서준식이 자신의 두 딸에게 썼던 편지들이 실려있다. 그 글들을 읽으며 실제 그를 만나면 따뜻한 아저씨 같을 거라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좋은 선배이자 스승 그리고 친구도 될 수 있는 사람. 특히 딸에게 쓴 편지에서는 강팍한 무쇠같은 투사의 이미지에 가려진 인간적인 면모들을 많이 엿볼 수 있었다. 그 또한 자신의 가족과 화목한 한때를 보내며 자신만의 행복한 시간을 가꾸고 싶어했던 우리와 같은 평범한 사람인 것이다.

책을 덮으며 이제 나 자신에 대해 생각해본다. 노조를 만들 규모도 안되는 작은 회사에서 아둥바둥 살아가며, 가끔 '지나가던 민주시민'의 이름(..)으로 집회에 참가해 분노를 표출하는 정도의 생활을 하고 있는 나. 지극히 개인적인 활동에 머무는 생활에 한계를 느끼고 있던 나에게 서준식의 글은 한걸음더 나아가야한다고 이야기한다. 진정 이 사회가 바뀌기를 원한다면 나 또한 하나의 물리적 근거가 될 수 있어야 하리... 그래도 당분간은 여전히 지나가던 민주시민으로 살겠지만 이제 조금은 더 씩씩하게 걸어갈 것이다. 나는 행복해지고 싶고, 이 사회 또한 조금이라도 더 행복한 사회가 되었으면 좋겠다.

서두르지 말기 바라네. 서둘러 세계나 사회를 설명하려 하지 말기 바라네.
자기에게 세계나 사회를 설명할 능력이 없음을 개탄하지 말기 바라네.
........
인간의 존엄이 일상적으로 짓밟히는 이 세계에서, 무엇이든 옳다고 주장되려면
그 옳음을 육체로써 고수하고 육체로써 외치는 물리적 근거가 있어야 하는 법이고
그런 물리적 근거를 갖지 않는 중장은 대체로 허망할 수 밖에 없는 것이라네.
두려워 말게, 몸을 던져 주게.

이 어두운 세상에서 항상 옳은 것이 힘있게 주장되기 위한 물리적 근거로서
존재해 주게, 그런 씩씩한 활동가로서 남아 주게.

- <젊은 활동가에게>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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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럴서가 2004-06-09 08:3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책 마지막의 노란 미면지에 쓰인 편지를 읽고, 저는 마구 울었더랬어요.

nrim 2004-06-09 12:4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두요.... 책을 다 읽고는 먹먹해져는... 흠흠...
요즘 드물게 한 달음에 책을 다 읽었어요. 조선남자님께 다시한번 감사. 이 기회 아니었음 계속 피해다녔을거에요.. ^^;
 
사랑해야 하는 딸들 - 단편
요시나가 후미 지음 / 시공사(만화) / 2004년 5월
평점 :
구판절판


우리 모두는 각자 자신만의 이야기를 가지고 있다. 특별할 필요는 없다. 그저그런 이야기일지라도 자신의 경험을 바탕으로한 자신의 이야기는 소중할 수 밖에 없다. 직접 표현하지 못하고 자신 안에 담아두고 있던 이야기를 다른 이의 이야기를 통해 발견하게 될 때 더욱 많이 공감하게 되고 감동하게 된다. 나는 여자이므로 여자의 이야기에 특히나 더욱 쉽게 감동을 한다. 요시나가 후미의 사랑해야 하는 딸들은 그런 감동을 주는 책이다. (비슷한 이유로, 나는 희랍인 조르바를 읽으면서 조르바에게 열광할 수 만은 없었다.)

이 책은 서로 다른 이야기지만 이어지는 다섯편의 단편으로 이루어져 있다.

자신의 딸보다 세살이나 더 어린 청년과 재혼하는 엄마(제1화), 자신에게 험하게 대하는 사람, 자신의 몸만을 취하는 사람을 사랑하는 그녀 (제2화), 딱 한 사람만을 선택하여 사랑하는 것은 차별이라며 수녀의 길을 택하는 여인(제3화). 물론 이들이 평범하다고는 할 수 없겠지. 그러나 그들이 사랑을 하게되는 이유, 자신의 길을 선택하게 되는 이유에서는 고개를 끄덕이게 된다.

완벽한 존재라고 생각했던 나의 엄마도 결국 한명의 불완전한 인간임을 인정하게 되는 딸의 모습이나(최종화), 어릴때 함께 여자로서 제대로 살아보자며 꿈을 이야기하던 친구들의 현재 모습 그리고 그 꿈을 힘들지만 지켜나가려는 그녀의 모습(제4화)을 보면서는 내 가족과 내 친구들을 다시 한번 둘러보게 된다.

만화라는 장르는 그림과 이야기가 절묘하게 어우러져 독특한 재미를 주는 장르라고 생각한다. 그런면에서 요시나가 후미는 내러티브와 이미지를 아주 훌륭하게 결합시킬 줄 아는 재능을 가지고 있는 작가이다. 간결하게 묘사되는 인물 - 특히나 나는 그녀가 그리는 인물의 턱선을 너무나도 사랑한다.;;;, 감정의 결을 그대로 담아내는 컷 구성이나 마음이 계속 머물게 만들어버리는 정지된 한 컷의 힘.. 이 모든 것이 내가 그녀의 작품에 열광할 수 밖에 없도록 만든다.

동인지 작가에서 출발하여 계속 이야기의 폭을 넓혀가고 있는 요시나가 후미, 오후에 실린 그녀의 인터뷰를 보면 다음 작품으로 시대극을 생각하고 있단다. 그녀의 다음 작품 또한 아주많이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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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uperfrog 2004-06-06 23:3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는 개인적으로 제3화의 주인공과 다리를 저는 남자, 두 사람의 대사 없는 네 컷을 무척 좋아했어요.. 볼 때 짠해서 남편에게도 보여주고, 옆에서 막 설명해주고.. 봐라, 대사가 없음에도 서로의 감정이 이 네 컷에서 고스란히 전해지지 않느냐, 하면서 말이죠..
흠흠.. 사랑해야 하는 요시나가 후미..!!^^;;

nrim 2004-06-06 23:3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 둘이.. 같이 길 걷는 것도 참 이쁘죠...

superfrog 2004-06-07 00:0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사실 둘이 잘되길 참, 바랐었는데.. 그렇다면 요시나가 후미의 결말이 아니겠죠..^^;;;

연우주 2004-07-22 02:5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 이 만화 읽었는데 느림님 리뷰가 좋네요. 저도 쓸까 하다가 느림님 리뷰가 좋아서 관둘까 해요.^^

추천해요.^^

nrim 2004-07-22 12:5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ㅎㅎ 감사합니다. 제가 쓴 리뷰중 최고로 많은 추천을 받았네요..~~
 
못말리는 간호사 1
노리코 사사키 지음 / 서울미디어코믹스(서울문화사) / 2000년 5월
평점 :
절판


햇병아리 간호사 유키에.
실수투성이에 환자에게 성질 부리기까지 정말 못말리는 간호사이지만, 환자에게 항상 진심으로 다가가려 노력하는 마음 따뜻한 간호사이기도 하다.

처음 간호사 생활을 시작하는 유키에를 통해 간호사가 어떤 일을 하고, 어떤 고민을 하고, 어떤 생활을 하는지 자세하게 들여다 볼 수 있다. 완벽한 자료수집을 바탕으로 그림을 그리는 사사키 노리코 답게 세세한 부분 잘 묘사되어 있고, 간호사란 직업에 대해 이해를 높이는 입문서로도 괜찮지 않을까라는 생각이 들기도... (못말리는 간호사의 경우 원안, 취재는 코바야시 미츠에가 했다.)

이렇게 쓰고보니 무척 딱딱한 책인듯한 느낌이지만, 사실 사사키 노리코 한 유머한다. 그녀의 유머.. 이미 온 동네방네 다 소문나있다. 혹 아직 사사키 노리코의 작품을 접해보지 않았다면 당장 읽어보시길. <못말리는 간호사> 외에 아주 특이한 프랑스 식당을 배경으로 한 <헤븐 Heaven? >, 수의학과를 배경으로 한 <동물의사 닥터 스크루>같은 작품들이 있다. (혹 읽어보고 이게 머가 재밌어.. 하는 사람 있을지도 모르겠다. 그렇다고 나를 욕하지는 마라.. 뭐, 그럴수도 있는거지;;;)

주연인 유키에의 캐릭터는 잘 살아 있으나, 조연들의 비중이 너무 약한 것이 흠이라면 흠. 같이 일하는 간호사나 의사들이 각각 개성이 있기는 하지만, <동물의사 닥터 스크루>에서처럼 빛을 발하지는 못한다. 닥터 스크루가 더 최근 작이니 작가가 그만큼 발전했다 볼 수 있겠지. 못말리는 간호사에 등장하는 인물과 닥터 스크루에 등장하는 인물들 간에 유사성을 찾아 캐릭터의 발전양상을 추적해보는 것도 재밌다.

절판된 책이라 구하지 못하고 있다가, 얼마전 한 폐업 대여점에서 구입할 수 있었다. 그런데 이거 6권완결인데 5권까지밖에 없었다. <동물의사 닥터 스크루>처럼 애장판이 나와준다면 얼마나 좋을까... 혹시 6권만 가지고 계신 분이 있다면 과감하게 나에게 던져주시라.. 꼭 보은하겠다;;;

덧붙임) 유키에가 좀 엉뚱하고 정말 못말리는 캐릭터이긴 하지만 그녀의 모습에서 자신과 닮은 모습을 많이 발견할 수 있을 것이다. 유키에처럼 소란(?)스럽게 생활할 수는 없지만, 한번쯤 상상해 보았던 일, 새로운 일을 시작하면서 알게모르게 했던 실수 등등 공감하게 되는 일들이 참 많았다. (나만 그렇다고?? 설마;;;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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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량 2004-05-01 00:2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유키에--> 닥터 스쿠르 '세이코' 선배--> 헤븐?의 여사장'카나코' .. 환상의 라인업이죠..정말 유쾌해요. ㅋㅋ

superfrog 2004-05-03 19:3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크.. 저도 좋아하는 캐릭터에요!! 소변기 헹구며 노래부르는 장면 어찌나 웃기는지.. 맘에 안드는 사람 주사 아프게 놓기 등등..^^ 닥터스쿠르의 세이코 선배도 좋아요..

nrim 2004-05-03 23:0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에헤야 디야~~ 하면서 노래부르는데... 자기는 정작 속으로 부르는 걸로 생각하고 있고. ㅎㅎ 여하튼 넘 좋아요~~
 
세계화는 어떻게 지구환경을 파괴하는가
힐러리 프렌치 지음, 주요섭 옮김 / 도요새 / 2001년 6월
평점 :
절판


환경문제를 이야기할 때 자기 주변의 작은 문제들을 주제로 삼을 수도 있을 것이고, 내가 사는 지역이나 국가의 문제를 생각해 볼 수 도 있고, 또한 「세계화는 어떻게 지구 환경을 파괴시키나」의 저자 힐러리 프렌치처럼 전 세계적인 관점에서 생각해볼 수 도 있을 것이다.

그동안 나는 주로 내 주변의 환경문제나 국내에서 벌어지는 주요 환경이슈에는 관심을 가졌으나, 환경문제를 전 세계적인 문제로 연결시켜 생각해본 적은 드물었다. 언론에서 그린피스등의 초국적 환경단체의 활동을 봐도 그냥 지나쳐갈뿐 심각하게 고민해보지는 않았었다. 그런 면에서 이 책은 일단 환경문제에 대한 나의 사고의 폭을 확장시켜주는 계기가 되었다.

이 책의 지은이 힐러리 프렌치는 워싱턴 DC에 소재한 비영리 민간연구기관인 월드워치연구소의 연구담당 부책임자로 일하고 있고, 10여년을 넘게 연구소에서 연구활동을 하면서 많은 글을 남겼다. 그녀가 근무하고 있는 월드워치연구소에서는 세계적인 환경문제를 다루는 프로젝트를 수행하면서 광범위한 연구자료를 축적하였고, 프렌치는 이를 바탕으로 종합적이고 체계적이면서도, 수많은 근거자료를 제시된 글을 보여주고 있다.

지은이는 세계화속에서 환경문제를 어떻게 다루어야 할지를 크게 두 부분으로 나누어 설명하고 있다. 제1편에서는 세계화속에서의 생태학적 요소들이 어떻게 위협을 받고 있는지를 다루었고, 제2편에서는 세계화속에서 지구환경을 보호하기 위해서 어떻게 지구적 거버넌스(연합체, 통치방법)를 만들어야 하는가에 대해서 이야기하고 있다.

세부적으로 보면 지은이가 책 속에서 다루는 환경과 관련된 문제는 실로 "포괄적이고 광범위하다"라고 할 수 있다. 지은이는 제1편에서 전세계적인 환경문제는 모두 거론한 느낌이다. 우선 처음부분에서 무역, 투자, 다국적기업, 해운, 항공, 관광, 난민, 인터넷을 통해 발전 속도가 빨라지고 있는 세계화의 움직임 속에서 자연의 파괴, 지구자원의 무책임한 발굴, 바이러스나 야생동식물의 부문별한 이동 및 확산, 세계를 돌아다니는 세균에 대한 문제점들을 적나라하게 들추어내고 있다. 또한 농산물, 어류 등의 식료품의 교역이나, 유전자 조작 식품의 교역 뿐 아니라, 독성 폐기물의 교역을 통한 폐기처리문제에 대해서 심각하게 문제제기를 하고 있다.

여기서 세계화란 근래의 신자유주의적 세계화는 물론이거니와 자본주의적 경제의 성장 그 자체까지 포괄하는 것으로 보인다. 즉 끝없는 경제성장과 이를 위해 필요한 각급 교역-상품과 화폐뿐 아니라 오염과 사람, 심지어 정보까지도-의 확산 자체가 안고 있는 환경적 문제를 추적하고 있다. 특히 현재 심각한 문제를 일으키고 있는 오존층 파괴문제를 포함한 대기의 오염이 세계화적 측면에서 전세계가 공동으로 대처하고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제2편에서는 1편에서 제기한 환경문제를 어떻게 세계적 공동체를 만들어 대처해야 할 것인가에 대한 대안을 제시하고 있다. 농수산물 및 자원의 수출입시에 지구환경을 파괴하는 단체, 국가와의 무역을 금지하거나 높은 관세의 부과를 통한 제재조치를 주장하고 있다. 금융투자에 있어서는 지구환경 파괴를 촉진하는 개발에 대한 투자를 억제하는 세계적 정책의 필요성과 국가간 환경파괴 정책을 억제해야 한다는 주장을 하고 있다. 그리고 지구적 환경 거버넌스의 강화를 위해서 필요한 국제환경협정의 준수, 지구환경보호의 제도화, UN과 협력하여 지속가능한 환경보호활동을 모색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더불어 이러한 일을 가능하게 하기 위해 세계각국의 NGO들이 연합해야다는 것을 강력히 주장하고 있다.

치밀하고 광범위한 통계 자료들을 통해 자본주의 경제성장이 이러한 갈등을 야기할 수 밖에 없음을 지적하고 있지만, 이 책이 제시하는 행동계획들에서는 어딘가 모르게 미흡함이 느껴진다. 저자가 이야기하는 지구적 환경 거버넌스의 강화에 동의하지만, 여기에는 미국이라는 국가의 힘이 강하게 느껴진다. 해외 자본을 불러들이기 위해 자신의 환경을 팔아버리는 저개발국가들의 시각은 살펴볼 수가 없다. 이미 경제개발을 이룬 나라에 속한 저자가 그들의 시작으로 환경문제에 접근하고 있는 듯한 기분이 들었다. 그리고 대안기술에 대한 저자의 기대감이 지나쳐 초국적 기업의 논리를 좇는 건 아닌가 하는 의구심도 들었다.

환경문제라는 것이 자본의 논리, 경제의 논리로만 접근한다면 그 해답은 찾기 힘든 부분 인거 같다. 우리나라의 경우만 해도 여러가지 환경정책에 있어 자본의 논리가 강하게 작용하는 경향이 있다. 요즘 이슈화되고 있는 경유차 배출가스 기준 완화 문제나 서울시 외곽순환도로의 북한산 국립공원관통 문제에서도 이러한 현상이 목격된다. 단순히 밥 한 술 더 먹어 배부른 것의 몇배가 넘는 피해가 다시 돌아오는 것이 환경파괴이다. 그러나 당사자의 입장에서는 당장의 밥 한 술이 너무나 시급한 경우도 있으니 이념만으로는 해결될 수 없는 상황에 따른, 세부적인 전략이 필요한 것이 또한 환경운동이라는 생각이 든다.

이 책을 읽으면서도 기본적인 큰 맥락에 있어서는 깨우친 점도 많고 동의하지만 어딘가 미흡한 점을 느꼈던 것도 사실이다. 앞으로는 이런 부분에 좀더 관심을 가지고 고민을 해봐야겠다. 그리고 작게나마 내가 실천하고 참여할 수 있는 환경운동에 대해서도 고민을 해볼 작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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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rim 2004-04-25 01:3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몇해전 환경행정 수업에서 기말고사 대체 레포트로 제출했던 서평이다. 나는 서평을 쓰면 주로 결론이 어떠한 다짐으로 끝나곤 하는데 이 글 또한 그러하다. 시간이 꽤나 흘렀음에도 다짐 그 이상으로 발전하지 못한 나를 반성하며 이 서평을 올려본다.

책읽는나무 2004-04-25 02:3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ㅎㅎㅎ
님도 그러시군요..^^
저도 꼭 결말에선 다짐...생각...심하면 행동으로 끝맺음이 되더군요...
"나는 앞으로 바른사나이가 될것입니다~~"...내지는
"저는 이제부터 새로운 삶을 살것입니다~~"........ㅡ.ㅡ
어렸을때 독후감을 그런 식으로 썼었는데.....지금도 그버릇이 계속 가더군요....ㅠ.ㅠ
다른이들처럼....예리한 분석을 일삼는 카리스마를 좀처럼 찾기 힘들죠!!
그래도 님의 리뷰는 카리스마가 있는데요...^^

▶◀소굼 2004-04-25 09:5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 끝맺음은..옛날 학교다닐 때 강제일기에서 비롯된게 아닌가 싶어요.
'너무 놀지 말아야 겠다','공부해야겠다' 뭐 이런^^;
 
어시장 삼대째 8 - 옥돔과 에이지의 꿈
하시모토 미츠오 지음 / 대명종 / 2004년 4월
평점 :
절판


은행에서 일하다 장인의 뒤를 이어 생선가게 어진을 삼대째 운영하게 되는 아카키.
생선에 대해 잘 알지도 못하고 시장통 사정에 대해서도 어둡지만, 맛있는 것을 좋아하는 성격과 예민한 코와 입, 성실함을 무기로 어시장에 적응해나간다.

어시장과 생선이라는 소재를 전문적으로 다루는 만화이니만큼 가장 큰 즐거움은 다양한 생선과 생선요리의 구경이다. 활기있는 어시장을 배경으로 펼쳐지는 다양한 생선의 세계는 그 자체로 팔팔한 생동감을 준다.

더불어 내가 이 만화를 좋아하는 다른 한가지의 이유는 주인공인 아카키의 반듯함에 있다. 안소니보다 테리우스를 좋아하고, 치아키님(노다메 칸타빌레)을 숭배하는 나이기에 냉미남이 아니면 쳐다보지도 않지만,  어시장 삼대째 아카키의 경우는 반대로 너무나도 반듯해서 매력이 있다. 8권에서 자신이 데리고 있는 중간도매상 에이지를 위해 고급생선 취급 코너를 새로 만들게 되는 에피소드에서 이런 아카키의 반듯함은 정말이지 빛을 발한다. 반짝 반짝;;;;

꾀 부릴 줄 모르고 돌아갈 줄 모르지만 그렇다고 미련해보이지 않는다. 성실하게 소신껏 자신의 가게를 운영해 나가는 이 남자의 생선가게가 앞으로도 쭈욱 쭈욱 번성해서 더욱 다양한 이야기들을 들려주길 바란다.

덧붙임) 책의 마지막에는 항상 앞에서 다루어진 여러 생선들의 특징과 요리법에 대한 설명이 나오는데 언젠가 한번 그 요리법대로 생선요리에 도전해 보고 싶다. 물좋은 생선을 구해서말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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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uperfrog 2004-04-20 19:0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치아키님 만세!! 근래 짬짬이 노다메를 다시 봤는데 치아키님의 매력이 더 잘 느껴지더군요..^^;;
nrim님 땜에 봐야 할 만화책이 자꾸 늘어나요.. 해원에 이어.. 어시장 삼대째.. 게다가 제가 좋아하는 생선을 다룬다니!! 마음이 획획 동합니다..^^

nrim 2004-04-20 20:3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치아키님은 무얼 믿고 그렇게 멋있는 것인지.. ㅜㅜ
치아키님이 우리집에 한번 왕림해주신다면 영광일텐데... 청소도 해주고.. 밥도 해주고.. 치아키님이 해주는 밥을 먹어보고 싶어요;;;;;
참, 어시장 삼대째 8권에 대게가 나오거든요.. 그걸보니 부산가서 금붕어님이 드셨던 대게가 생각이 나더군요... 얼마나 먹고싶어지던지;;; 8권부터는 고급어종까지 다루게 되어서 점점 더 저를 현혹시키고 있습니다. 살아생전 한번 저런걸 먹어볼 수 있으려나;;;;

superfrog 2004-04-20 21:1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치아키님, 해도 해도 너무하죠..ㅠ.ㅜ 정말 무얼 믿고 그리도.. 어서 8권이 나와 노다메의 최면에 걸리는 걸 봐야 할 텐데..^^
생선요리는 어느 거나 너무 좋아요.. 갈치조림, 구이, 고등어무조림, 영덕대게, 간장 게장, 삼치구이, 시샤모, 굴비구이, 아구찜, 생대구탕.. 크아.. 기절이당..@@

연우주 2004-04-20 21:3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만 보는 줄 알았더니 다들 보고 계셨군요~~~^^

nrim 2004-04-20 23:5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은근히 인기있는 만화인거 같아요. ^^

바람구두 2004-04-21 12:3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갑자기 이 만화가 보고 싶어지네요.
흐흐..

panda78 2004-06-22 22:2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 만화 정말 은근히 인기 있어요. 1권 나왔을 때부터 다음 권을 조바심내며 기다렸는데, 얼마 전에 10권 나왔죠? 집 사서 이사가면(언제...? ) 사야지. 절판되지 않기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