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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해야 하는 딸들 - 단편
요시나가 후미 지음 / 시공사(만화) / 2004년 5월
평점 :
구판절판
우리 모두는 각자 자신만의 이야기를 가지고 있다. 특별할 필요는 없다. 그저그런 이야기일지라도 자신의 경험을 바탕으로한 자신의 이야기는 소중할 수 밖에 없다. 직접 표현하지 못하고 자신 안에 담아두고 있던 이야기를 다른 이의 이야기를 통해 발견하게 될 때 더욱 많이 공감하게 되고 감동하게 된다. 나는 여자이므로 여자의 이야기에 특히나 더욱 쉽게 감동을 한다. 요시나가 후미의 사랑해야 하는 딸들은 그런 감동을 주는 책이다. (비슷한 이유로, 나는 희랍인 조르바를 읽으면서 조르바에게 열광할 수 만은 없었다.)
이 책은 서로 다른 이야기지만 이어지는 다섯편의 단편으로 이루어져 있다.
자신의 딸보다 세살이나 더 어린 청년과 재혼하는 엄마(제1화), 자신에게 험하게 대하는 사람, 자신의 몸만을 취하는 사람을 사랑하는 그녀 (제2화), 딱 한 사람만을 선택하여 사랑하는 것은 차별이라며 수녀의 길을 택하는 여인(제3화). 물론 이들이 평범하다고는 할 수 없겠지. 그러나 그들이 사랑을 하게되는 이유, 자신의 길을 선택하게 되는 이유에서는 고개를 끄덕이게 된다.
완벽한 존재라고 생각했던 나의 엄마도 결국 한명의 불완전한 인간임을 인정하게 되는 딸의 모습이나(최종화), 어릴때 함께 여자로서 제대로 살아보자며 꿈을 이야기하던 친구들의 현재 모습 그리고 그 꿈을 힘들지만 지켜나가려는 그녀의 모습(제4화)을 보면서는 내 가족과 내 친구들을 다시 한번 둘러보게 된다.
만화라는 장르는 그림과 이야기가 절묘하게 어우러져 독특한 재미를 주는 장르라고 생각한다. 그런면에서 요시나가 후미는 내러티브와 이미지를 아주 훌륭하게 결합시킬 줄 아는 재능을 가지고 있는 작가이다. 간결하게 묘사되는 인물 - 특히나 나는 그녀가 그리는 인물의 턱선을 너무나도 사랑한다.;;;, 감정의 결을 그대로 담아내는 컷 구성이나 마음이 계속 머물게 만들어버리는 정지된 한 컷의 힘.. 이 모든 것이 내가 그녀의 작품에 열광할 수 밖에 없도록 만든다.
동인지 작가에서 출발하여 계속 이야기의 폭을 넓혀가고 있는 요시나가 후미, 오후에 실린 그녀의 인터뷰를 보면 다음 작품으로 시대극을 생각하고 있단다. 그녀의 다음 작품 또한 아주많이 기대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