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어머니 죽이기
니카이도 마사히로 지음 / 서울미디어코믹스(서울문화사) / 2001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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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만화책의 제목을 보고 '이런, 인륜이 바닥에 떨어졌군. 큰일이야 큰일'이라고 생각하는 사람들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너무 진진하게 보지말자. 이 만화는 작가의 후기에 나와있는 것처럼 인간이 자신이 선택하지 못한 것들 때문에 생기는 갈등과 번민을 다룬 4컷 혹은 8컷의 엽기 발랄한 블랙 코미디이다.

사랑하는 사람은 선택할 수 있지만 사랑하는 사람의 가족은 선택할 수가 없다. 그래서 시어머니, 시아버지와의 갈등이 생긴다. 작가는 이런 갈등을 서로 죽이려고 덤벼대는 사람들의 모습으로 희화화 시킨다. 며느리는 시어머니를 죽이기 위해 갖은 방법을 동원하고, 노련한 시어머니는 또한 갖은 방법으로 그 시련을 헤쳐나간다. 엎어치고 메치고, 독살에서부터 자살을 가장한 타살 시도까지 사람을 죽이는 방법도 다양하다. (그런데 아무리봐도 시어미니쪽이 한 수 위인거 같다.) 시아버지는 시어머니보다 좀 물렁하여서 개처럼 묶여서 개집에서 살기도 한다.

요즘 세상이야 성형으로 얼마든 미인이 될 수 있지만, 일단 외모도 타고나는 것. 잘 나지 못한 여인의 비애는 "호박으로 태어나지 않아서 다행이야"라는 시리즈에 표현되어 있다. 시어미니 죽이기 시리즈보다는 조금 약한 감이 있다.;;;

책의 아래쪽에는 페이지마다 변화하는 시어머니와 며느리의 격투장면이 작게 들어가 있어, 어릴적 추억을 떠올리며 애니메이션을 만들어볼 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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먼 북소리
무라카미 하루키 지음, 윤성원 옮김 / 문학사상사 / 2004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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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스, 로마 등에서 보낸 하루키의 3년. 그는 그동안 이국의 땅에서 두권의 소설을 썼고, 몇권의 책을 번역하기도 했고 또한 그의 아내와 정처없이 여행을 다니기도 했다.

하루키의 작품을 좋아하는 사람들에게는, <노르웨이의 숲>과 <댄스 댄스 댄스>가 쓰여진 시간들을 엿볼 수 있다는 것이 가장 큰 즐거움일지도 모르겠다. 그러나 나같이 하루키에 대해 별다른 감정을 가지고 있지 않은 사람이 봐도 재미있는 여행기.

우선, 그의 여행 방식이 무척 마음에 들었다. 물론 글을 써야한다는 이유도 있었겠지만, 일단 그는 한곳에 살 곳을 마련하고 그곳에서 제법 장기적으로 머문다. 그곳에서 밥도 직접 해 먹으면서 그 도시를 혹은 그 마을을 충분히 느낀다. 유명한 유적지를 애써 찾아가지도 않고 (이것은 그가 그동안 여러번 유럽여행을 했었다는 것도 이유로 작용할테지만.) 가이드북에 잘 소개되어 있지도 않은 마을로 들어가 몇주동안 지내기도 한다. 그러면서 그곳 사람들과 함께 지내며 이국의 땅에서 생활을 한다. 특별한 것을 하지는 않는다. 그가 늘 하던 것처럼 밥을 먹고, 글을 쓰고, 음악을 듣고, 영화를 보고, 마라톤을 하고 산책을 하며 저녁이면 술도 마신다. 그러나 중압감에 시달리던 일본에서의 생활과는 달리 자유로운 곳에서의 생활은 그에게 많은 도움이 되었던 듯 싶다. 나도 시간적 여유를 만들 수 있다면 이런 여행을 하고 싶다.

특히 재미있는 부분은 하루키가 이탈리아 사람에 대하여 이야기하는 부분이다. 직접 당하지 않은 사람은 믿기 어려울 정도(이 점은 또한 하루키가 누누히 지적하는 부분이기도 하다. 제발 믿으라고;;;)로 무질서하고 대책없고 개념없는 인종으로 이탈리아나 사람들은 묘사된다. 정말 이 정도로 엉망일까 직접 가서 확인해보고 싶을 정도이다. 그러나 이것이 무작정 비난하는 투는 아닌듯하다. 그렇게 문제많고 싫은 듯 이야기하지만, 여행을 떠났던 삼년중 가장 긴 시간을 로마에서 보낸 것을 보면 그런 특이하면서도 일본에서는 도무지 경험할 수 없는 분위기를 나름대로 좋아했던 것은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든다. 정말 이해되지 않는 상황이지만, 그 다름과 기막힘이 오히려 활력소가 되었던 것일까. 어쨌든 이 여행기를 읽으면서 나도 이탈리아 로마를 꼭 가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자기가 경험하는 것들을 세세히 기록하는 글 사이로 보이는 하루키의 개인적인 생각들과 견해들을 접하는 것도 좋았다. 그리고 유명한 곳을 찾아가지는 않지만 자신이 여행하는 곳에 대해 기본적인 지식이나 역사등은 공부하는 하루키의 나름대로 성실(?)한 태도도 맘에 들었고.

다만 아쉬운 것은 여행기에서 상당한 부분을 차지하고 있는 음악에 대한 글들은 대부분 제대로 느낄 수가 없었다는 것. 이것은 순전히 나한테 문제가 있는 것이다. 클래식 음악을 제대로 들어본 적이 없는 나는, 클래식 음악을 잘 알고 그 깊이감을 이야기하며 여러 연주들의 차이를 발견하고 감상하는 사람들의 글을 볼때면 항상 벌린 입을 다물지 못하는데 , 하루키 또한 그런 사람중 하나였다. 클래식 음악을 즐기고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유럽 여행에서 더 많은 재미를 찾을 수 있겠지... 유럽여행을 가보기 전에 그런 기회를 만들 수 있을려나... (하하 유럽여행 계획도 없으면서 괜한 생각은;;;)

무엇보다 이 여행기의 가장 큰 성공이라면 나같이 하루키에 대해 무감각하던 사람에게 <노르웨이의 숲>과 <댄스 댄스 댄스>를 읽어봐야겠다는 생각을 하게 했다는 것! 그래 한번 읽어보자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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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버스 키스 1
요시다 아키미 지음 / 시공사(만화) / 2003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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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자셋 여자셋이 있다. (굳이 시트콤과 연관시키지는 마시길... 별 상관없다;;) 남자와 여자, 남자와 남자, 여자와 여자. 그들의 관계에서 나올 수 있는 무수한 경우의 수 처럼, 그들중 둘은 서로 사랑을 하고, 누구는 한명을 바라보고, 그 한명은 다른 사람의 연인이고.. 서로 통하기도 하고 얽히기도 하는 마음. 그러나 얼핏 생각할 수 있는 것처럼 꼬이기만 하고 질투로 점철되지는 않는다.

이미 사랑하게 된 그 사람에게는 솔직해지고, 받아들여지지 않는 마음은 애뜻한데로 접을 줄도 안다. 그리고 자신의 마음 한쪽을 포기했던 것처럼, 자신에게 다가오는 다른 마음을 배려할 줄도 안다. 내가 참 어렵게 생각하는 일들을 그들은 어리지만(사실 이건 중요한게 아니지.) 제법 의연하게 풀어나간다. 물론 아파하고 방황하고 질투하기도 하지만 흔한 TV 드라마처럼 과장되지 넘쳐흐르지 않는다.

인물의 성격이나 심리 묘사에 있어서는 바나나 피쉬나 야차의 연장선상에 있지만, 이 두 작품보다 인물들간의 관계나 감정의 변화등에 중점을 두고 있다. 그리고 보다 현실적인 배경에 바탕을 두고 있고.

사람을 강하게 자극시키는 만월과 밤바다의 이미지도 무척 마음에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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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0일간의 세계 일주 - 쥘 베른 컬렉션 04 쥘 베른 걸작선 (쥘 베른 컬렉션) 4
쥘 베른 지음, 김석희 옮김 / 열림원 / 2003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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떠나고 싶어 온 몸이 근질근질거리던 얼마전, 지금 당장은 못 떠나니 책으로라도 떠나보자는 생각에 80일간의 세계일주를 읽기 시작했다. 어렸을 적 책으로도 읽고 만화로도 봤던거 같은데 어렴풋한 분위기만 기억에 남아있지 자세한 내용은 하나도 생각이 나질 않았다.

우선, 책은 속도감 있게 아주 잘 읽히고 필리어스 포그 일행이 떠나는 여행 또한 아주 흥미진진하게 펼쳐진다. 대리만족을 느끼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욕망을 더 부채질만 하는 듯한 기분... 그러나 이제 머리좀 굵어졌다고 그 여행이야기가 단순히 재미로만 다가오지는 않았다. 필리어스 포그가 여행을 떠나게되는 19세기는 제국주의 열강들이 세계 각국을 지배하고 있던 시절이다. 필리어스 포그 또한 영국인으로 가진자의 입장이었고, 그가 가진 국적과 그의 재력은 그가 여행의 어려움을 헤쳐나가는데 때때로 결정적인 기여를 하게 된다. 그리고 세계 여러나라를 바라보는 시각에도 자기 중심적인 면이 많이 보인다. 당시 시대에서 쥘 베른이 이런 면까지 비판적이 못했던 것은 별 개의 문제로 보더라도, 현재의 시점에서 이 글을 읽는 나까지도 그 점을 그냥 보아 넘길 수는 없는 일.

그리고 개인적인 취향으로 보자면, 필리어스 포그보다는 그의 하인으로 여행에 동행하는 파스파르투에게 더 호감이 간다. 필르어스 포그가 나름대로 공명정대하며 정확하고 의로운 면이 있지만 그의 여행하는 태도는 맘에 안 든다. 아무리 80일안에 여행을 완수하는 것이 목적이라고 할지라도 처음보는 그 수많은 풍광과 새로운 사람들과의 만남 앞에서도 그렇게 젠틀맨인 척 하다니... 파스파르투처럼 흥분하기도 하고 열광하기도 하면서 실수도 하는 것이 여행의 묘미가 아닐까. 이렇게 상반되는 두 인물이 더욱 작품에 재미를 불어넣어주기는 하지만 말이다.

(평점은 별 세개 반을 주고 싶은데, 그렇게 못하니 그냥 세개를 주겠다. 다른 분들이 다들 점수를 높게 주신 것 같으니...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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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경림의 시인을 찾아서 - MBC 느낌표 선정도서
신경림 지음 / 우리교육 / 1998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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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고등학교 시절, 국어시간에는 왜 그렇게 시를 갈기갈기 찢어버렸을까. 가슴으로 느끼기 전에 머리로 분해하고 쪼개어 내재율이 어떻고 상징이 어떻고 은유가 어떻고. 산산조각 찢겨진 시들은 내 가슴에 아무 감동도 주지 못했었다. (정답이 있는 예술은 이미 예술이 아니다. -_-;;) 오죽하면 먼저 좋아하고 있던 시도 교과서에 등장하고난 뒤 수업시간에 전신 해부를 당하고 나면 다시 보기도 싫어졌겠는가.

그렇게 시와는 친해지지 못하고, 배우면 배울수록 더 멀어지기만 하는 기이한 현상을 체험하면서 지금까지 살아왔다. 그래도 간혹, 우연히 마주치는 시 속에서 가슴을 저릿하게 하는 문구들을 만나기도 한다. 그렇게 하나 둘 마음을 건드리는 시들을 만나다 보니, 어릴 적 배웠던 기억들은 다 버려버리고 다시 시를 제대로 만나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친절한 길잡이를 해줄 안내서로 선택한 것이 이 책이다. TV에서 크게 떠들어대는 책이나 베스트 셀러등에 거부감을 느끼는 그런 부류에 속하는 나로서는 신경림 시인이 쓴 책이 아니었다면 선택하지 않았을 책이다. '느낌표' 보다 시인의 이름에 믿음을 느꼈기에 이 책을 선택하게 되었다.

이 책을 다 읽고 난 지금(2권은 아직 못 읽어봤다), 결과부터 이야기하자면 대만족이다. 자고로 제대로 된 안내서란, 절대 하나의 길을 강요해서는 안 되는 법이다. 제시하고자 하는 나름대로의 길이 있더라도, 그걸 드러내놓고 주장하기 보다 하나의 가능한 경우로만 보여주고, 길을 나선 자가 직접 자신의 길을 선택할 수 있게 해 주어야 한다. 신경림 시인은 시인들이 살았던 땅을 직접 찾아가 그 시가 쓰여진 공간과 시간적 배경에 대한 이야기를 들려주고, 그 시인의 시를 보는 자신의 견해와 더불어 다른 이들의 의견도 들려준다.

처음에는 무작정 시인이 들려주는 이야기를 쫓아가기 바빴다. 그러나 중반 이후로는 일단 시를 읽어보고 그 풍경과 느낌을 내 속에서 그려본 후, 시인의 이야기를 읽어보며 대화를 나누듯 책을 읽어갈 수 있었다. 학교 수업도 이렇게 서로의 느낌과 생각을 주거니 받거니 하면서 이루어졌더라면 좋았으련만... 그리고 이 책을 통해 알게된 또다른 즐거움은 시를 직접 낭독하는 즐거움이다. 신경림 시인처럼 직접 그 시가 쓰여진 곳에서 그 정취를 생각하면서 멋드러지게 낭독하지는 못하지만, 가만히 내 골방에서 얕은 소리로라도 '오-매 단풍 들것네' 읊조려보면 가을 단풍이 방안을 가득채우고, 자화상의 한 구절을 읽다보면 어느덧 '우물 속에는 달이 밝고 구름이 흐르고 하늘이 펼치고 파아란 바람이 불고 가을이 있'고 그 옆에 '추억처럼' 내가 서 있는 것이다. (흠.. 좀 오바인가;;)

이제 시를 무서워하지 않기로 했다. 오히려 적극적으로 그 즐거운 만남을 찾아 나설 예정이다. 그리고 조금더 노력한다면 마음에 드는 시 몇편이나마 외워보고자 한다. 내 성격상 남들 앞에서 시를 낭독한다거나 하는 일은 없겠지만, 내 입에서 흥얼흥얼 자연스럽게 시구절들이 흘러나올 수 있게 된다면 지금은 모르는 또 다른 즐거움을 누릴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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