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말에 비가 온다니 참아 보겠지만 정말 견디기 힘든 날씨다. 어제 빈 속에 커피 한 잔으로 아침을 시작하고
오후에도 호기롭게 커피를 한 잔 더 마셨더니 밤을 꼴딱 새버렸다.
어제 밤엔 가족이 싫은 게 아니라 사람이 싫어서 말 좀 안하고 안듣고 혼자 있고 싶어서 방으로 들어갔는데 자꾸만 나오라고 했다. 보통 땐 그냥 포기하고 나가는데 어젠 진짜 싫어서 고집을 피웠더니 가족이 앞으로 방에서 절대로 나오지 말라고 소리를 질렀다.
바로 전날 모임에서 우리 집 가족은 화를 낼 줄 모른다고 자랑 아닌 자랑을 했는데 바로 화를 내다니. 다음 모임에서 사실관계를 정정해야겠다. 나는 반성이나 뭐 그러느라 밤을 샌 건 아니고 혼자 가있을 곳을 궁리하느라 잠이 더 안왔던 듯 하다. 일도 못하고 책도 못읽고 밤새 끙끙대기만 했다.
무슨 핑계를 대고 일상에서 빠져나가나. 공부도 싫고 무엇보다 싫은 건 사람들이다. 정말 독하게 마음 먹고 안보려고 하는데 집에 있으니 흔들면 또 나가진다.
관계의 책임이라는 것이 정말 무섭고 빠져나올 길이 없다.
지금 딱 어디론가 날라버렸음 좋겠는데 내일 오전에 정말 만나기 힘든 지인들과 근 1년만에 약속이 잡혀있다. 담주도 그 다음 주도 못 떠날 이유가 한 가지 씩은 있네. 에잇. 이런 거 저런 거 다 무시해야 나를 수 있는데 가 있을 만한 집도 너무 멀다. 일단 잠을 좀 자야겠다.
사람 좀 그만 미워하고.
사진은 재작년과 작년 수국.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