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책의 날을 맞아 이벤트 모임을 가질 뻔 했지만, 집에 있게 된 날. 다행인지 불행인지 헷갈려하면서 일단은 허전한 마음으로 아침을 맞았다. 알라딘에 뭔가 늘 끄적거리고는 있지만, 리뷰라기 보다, 이런 걸 읽으려고 한다, 읽고 있다 정도이지 뭔가 읽어내고 정리하고 하는 근면한 일과는 담을 쌓고 사는지라, 늘 자문하게 된다. 내가 책을 읽어 온 것이긴 한가? 읽고는 있는가? 그래서 이런 질문들이 나에게 해당사항이 있음인가?
북플에 주르르 올라온 10가지 질문에 대한 답들을 보며, 나도 대화 삼아 한 번 작성해본다. 역시 읽었거나 읽고 있는 책이 없어 대답에 어려움을 느꼈다. 오늘 내일은 미세먼지 농도 아주 나쁨이라고 한다. 모두 집안에서 책만 읽는 하루 되시길. 축! 세계 책의 날!
Q1. 언제, 어디서 책 읽는 걸 좋아하십니까?
새벽 4시~6시 침대에서 스탠드 켜놓고 읽을 때 가장 행복하다고 느낍니다.전철역 환승하면서나 버스 기다리는 정류장에서 읽을 때는 시간을 버는 것 같아 뿌듯하고, 카페에서 책을 읽는 것도 좋아합니다.
Q2. 독서 습관이 궁금합니다. 종이책을 읽으시나요? 전자책을 읽으시나요? 읽으면서 메모를 하거나 책을 접거나 하시나요?
종이책만 읽습니다. 집에서 읽을 때는 노트북 켜놓고 메모하면서 읽고 외부에서 읽을 때는 포스트 잇을 사용하는 편이고 책을 접지는 않습니다. 비교적 최근에 색연필이나 형광펜으로 밑줄 긋기를 하게 되었습니다.
Q3. 지금 침대 머리 맡에는 어떤 책이 놓여 있나요?
저는 머리 맡에 아주 많은 책을 두는 편입니다. 이 말은 주로 누워서 읽는다는 얘기도 될 수 있겠네요. 읽어야 한다거나, 읽고 있거나, 읽은 책들을 다 쌓아 두어야 마음이 편합니다. 훨씬 많은 책들이 쌓여 있지만 이정도만 올립니다.
<잃어버린 시간을 찾아서>, <감정교육>,<면도날>,<커피집을 하시겠습니까>
<사양>,<파리의 우울>,<내일부터는 행복한 사람이 되겠습니다>,<닥터 글라스>
Q4. 개인 서재의 책들은 어떤 방식으로 배열해두시나요? 모든 책을 다 갖고 계시는 편인가요, 간소하게 줄이려고 애쓰는 편인가요?
식물, 음식, 건축 이런 식으로 칸 구분을 하긴 하지만 결국은 무의미해집니다. 성향은 모든 책을 다 가지려 하는 편인데, 노력해서 줄일려고 애만 쓰는 편입니다. 줄여야한다라는 강박 속에서 살고 있습니다. 요즘은 신간들은 읽고 바로바로 나누기하고 있습니다. 헌책이 되기 전에 읽고 싶은 사람들에게 나누어 주자. 이런 마음으로요.
Q5. 어렸을 때 가장 좋아했던 책은 무엇입니까?
초등학교 때 여러 번 읽은 책은 <비밀의 화원> <기암성> <813의 비밀>금성사판 <자연과학학습만화>시리즈는 마르고 닳도록 읽었습니다. 중학교 때는 여러 번 읽은 책이 생각나지 않네요. 그 시절은 많이 읽는 것에 집착했던 것 같습니다.
Q6. 당신 책장에 있는 책들 가운데 우리가 보면 놀랄 만한 책은 무엇일까요?
굳이 찾아 보기 까지 했는데, 판에 박힌 있을만한 책들만 있네요.
생각의 나무, 이 시리즈가 있는데 이런 책들이 놀랄만 한 책들은 아니겠지요?

Q7. 고인이 되거나 살아 있는 작가들 중 누구라도 만날 수 있다면 누구를 만나고 싶습니까? 만나면 무엇을 알고 싶습니까?
류근시인이랑 막걸리 한 잔 하고 싶습니다. 무엇을 알고 싶다기 보다 그냥 태생적 지인의 느낌 때문입니다.

Q8. 늘 읽어야겠다고 생각했지만 아직 읽지 못한 책이 있습니까?
가장 어려운 질문입니다. 너무 많아서 어떤 기준으로 추려서 올려야 하나, 단수 대답이 가능한 질문이가. 이런 고민을 하게 합니다. 토지를 다섯 번 이상 읽는 게 제 목표입니다. 목표 따위 원래 없이 사는 인간이지만, 토지는 한 번이 아니라 여러 번을 읽고 싶다는 욕심이 늘 있었습니다. 그 욕심 때문에 아직 한 번도 못 읽었구요. 레미제라블, 잃어버린 시간을 찾아서. 돈키호테. 그 뒤로 줄줄 떠오르는 제목들입니다.
Q9. 최근에 끝내지 못하고 내려놓은 책이 있다면요?
읽기 시작했는데, 취향이 아니어서 못 읽은 책을 말하는 것 같은데, 취향적 독서만 하는 편이라 못 읽은 책은 없습니다. 좀 힘들어도 기어이 읽어 버리는 편입니다. 읽다가 내려 놓는 책이 있다 해도 읽는 중이라고 생각하지 내려놓았다고 생각하지 않습니다.
라고 쓰고 나니 <그리스인 조르바>가 생각나네요. 한 세 번쯤 계속 같은 자리에서 머물다 내려놓은 책입니다. 조조 모예스의 책 한 권도 읽다가 말았네요. <그리스인 조르바>는 언젠가 다시 읽을 책이지만 <미 비포 유>는 읽지 않을 것 같습니다.


Q10. 무인도에 세 권의 책만 가져갈 수 있다면 무엇을 가져가시겠습니까?
저는 무인도에서는 책을 읽을 것 같지 않습니다. 낚시를 하거나, 물에서 종일 놀거나. 그래도 질문이 의도하는 바는 인생의 책 세 권 정도일텐데, 저에겐 넘 어려운 질문이라서. 좀 현실적으로 글이 좀 많은 도감 종류를 가져 갈 것 같습니다. 봐도 봐도 지겹지 않거든요.
식물도감, 곤충도감, 새도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