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에 등산간다는 사람이 있어 김밥을 말았다. 밥에 간도 적당히 하고 재료들 실하게 넣고, 들고 나가 먹을거라 안 넣던 단무지까지 넣었는데. 기가 막히게 맛이 없는 거다. 김밥이란 건 원래 밥과 재료들의 간만 맞으면 맛이 없을 수가 없는 건데. 이상하다 갸우뚱거리며 할 수 없이 몇줄 보내고 나도 맛없는 김밥으로 하루를 때웠다. 한 때 한국음식을 먹기 귀하던 시절엔 김밥 한 줄이면 정말 호화로운 기분이 들 때가 있었는데. 맛이 있니 없니 하는 이 상황이 간사하게 느껴지기도하고. 암튼 무료한 하루였다.
집에 사람이 없어 하루가 홀가분하였는데도 찔끔찔끔 이 책 저 책 들었다 놓았다만 하다 아까운 시간을 보내고 잠자리에 누우니 이런 생각이 든다. 기운 없는 사람이 만들어서 맛이 없던 거였어. 움직일만해서 움직이려고 일부러 움직인거였는데 아직은 기운이 돌아오지 않았나보았다.
이번 봄은 쑥국도 여러 번 봄나물들도 알차게 먹어 서러울 일이 없다고 생각했는데. 오늘은 문득 개심사 청벚을 못보러가는구나 생각하니.좀 서럽다. 허하다고해야하나 무기력한건가. 갑갑한건가. 뛰쳐나가고 싶지 말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