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에 산 꽃화분을 벌써 초여름엔 버려야했던 나의 화초이력은 꿋꿋이 몇년간 지속되다 급기야 아예 화분을 사지 않게 되었다. 이를 가여이 여긴 지인이 몇 개의 화분을 선물했다. 그 지인은 아파트에 버려진 화분 데려가 다시 살리기 전문가로 내게도 역시 다시 살린 그 화분, 내게 어울리는 -무관심하게 게으르게-선인장 화분을 갖다 준 것이다.(친구들이 집들이 선물로 사다 준 선인장 화분도 못 살린 내 이력을 모르고)

이 화분은 가로 세로 80/ 20 정도 되는 제법 큰 화분 2개이며 거의 관목 수준으로 자란 50센티 정도의 키를 자랑하는 꽃기린이 좌좌락 심어져 있다. 물주는 시기까지 붙어 있다. 2,4째주 화요일 이렇게. 어쨌든 그 시기를 지키진 않지만 그 화분은 우리집에서 여름을 두 번 나고 아직까지 목숨을 부지 하고 있지만, 언젠간 죽지 않을까라는 염려 때문에 눈에 띈 이책을 빌려 왔다.

이름하여 <세상에서 가장 쉬운 화초기르기>

  

 

 

 

알고 보니 정말 내가 무책임하게 생명을 관리하고, 아니 방치하고 있었다는 생각이 들고 그 동안 우리집에서 죽어나간 그 숱한 생명들에 대한 미안함이 다시금 고개를 들었다. 이제부터라도 집에 있는 화초들에게 최선을 다해보자고 결심한다. 불끈!

사랑은 자기 식대로 하는 것이 아니란 것을 화초책을 읽으면서 다시 한 번 깨닫는다. 실내 화초 대부분은 물을 너무 많이 줘서 죽는 다는 것이다. 내 경우는 꼭 이렇지는 않았지만 잘 키워 보리라 다짐하고 신경쓴 화초들이 죽어 나간 것은 이래서 였던 것 같다.

일단 상대를 알고 나를 알아야 한다.(물을 너무 많이 주는 사람은 처음부터 물을 많이 먹는 화초를 구입할 것은 권한다)

꽃기린 원산지는 사막기후지역이다.

사바나 기후 지역보다 강수량이 더 적어 일반 식물은 거의 자라지 못하고 선인장 같은 특수 식물이 자란다. 또한 일교차가 심해 햇빛이 강렬한 한낮은 무덥고 밤에는 얼음이 얼 정도로 춥다. 오스츠레일리아, 인도, 마다가스카르, 북아프리카와 남아프리카, 미국남부, 남아메리카 남단 등지의 사막 지역이 원산지인 화초에는 알로에, 꽃기린,뷰카르네아, 크라슐라, 카키포디움,리돕스, 유카 등이 있다.

이 사실은 겨울에 꽃기린을 베란다에서 들여 놓을까 말까 고민하던 -화분이 커서 무지 힘들다- 내게 구체적인 종보를 주었고 빠른 판단을 할 수 있는 밑거름이 되었다.

꽃기린

키/폭 : 30`50센티/ 20`30센티

개화기; 10월 ~이듬해 6월 ( 사철 꽃이 핀다고 들었는데 여름에 꽃이 피지 않아서-여름에 꽃이 피지 않으니까!_ 뭔가 내가 잘못하고 있다는 죄의식에 시달림, 결국 잘못 된 정보로 하지 않아도 될 걱정을 한 셈.)

키우기 적합한 장소: 여름에는 따뜻하고 햇빛이 잘 드는 장소, 겨울에는 15도 정도의 밝은 장소에 둔다. 개량된 품종 중에는 1년 내내 따뜻한 곳에 두어도 되는 것도 있다.

물주기: 습기가 많지 않게 유지해야 한다.

비료주기: (이런 것도 주나@@!) 꽃이 피는 시기에 약간만 준다

관리: 3~4년에 한 번씩 분갈이 한다.

우리집 꽃기린은 내 년 봄에 분갈이를 하면 되고 영하로 내려가기 전에는 베란에 두어도 되겠다. 요정도 정보만으로도 안심이 되는데 왜 그동안은 찾아 볼 생각은 않고 뭉근한 걱정을 깔고 살았을까. 사람 키우기도 요정도 정보를 알려주는 시스템이 있다면 훨씬 인생이 심플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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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주 2005-09-28 10:08   좋아요 0 | URL
<사람키우기 정보 하나 알려 드립죠>
배춘몽이라고도 하는 진주,
키 : 150~160 cm 인간치고는 좀 작음
개화기 : 사시사철 꽃 피움 (사랑만 듬뿍 주면)
장소 : 책과 꽃과 나무와 사람과 차 한 잔 있는 조용한 곳
물주기 : 신장이 별로 좋지 못해서 물주기에 특히 신경 써야 함. 하루에 2잔은 꼭 마시도록 권할 것
비료주기 : 아주 가끔...오리고기
관리 : 일평생 쭈욱~ 세심한 관리가 필요함. 매일 서재를 들여다 봐주고 댓글로 안부를 물어 줘야 함.그녀가 올리는 글은 샅샅이 탐독을 해주는 것이 이상적인 관리임.

2005-09-28 21:23   좋아요 0 | URL
에이, 화초 키우기보다 훨씨~인 어렵당 돈도 마이 들고.(비료값) 탐독 후 댓글 달기는 노력해 보좁^^
 



백합과의 메듀사이다.

요즘은 워낙 교배종이 많이 나와서 메듀사가 아니라고 하는 분도 계신데

아무튼 내게는 그냥 분홍색 백합일 뿐이다.

문화센터에 다닌지 9개월여.. 그림 두 점을 회원전에 걸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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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란여우 2005-09-26 18:47   좋아요 0 | URL
그림도 예쁘지만 액자틀도 품격이 보입니다.
밥상 차려 놓고 막간에 나왔어요^^

2005-09-26 18:51   좋아요 0 | URL
처음 해 본 액자라 그림과 좀 따로 놀죠? 다음엔 더 잘해야지.. 불끈!..차려 놓고 식산 안하셨죠? 어쩐지 주방과 서재 사이를 뛰어다니는 여우님 발자국 소리가 풀썩풀썩..이렇게 들리더라구요..헤

돌바람 2005-09-26 21:37   좋아요 0 | URL
고등어 구워 먹고 왔습니다. 멋지다!!

2005-09-26 21:40   좋아요 0 | URL
돌바람님 아까 님의 서재에서 그 몽환의 차밭 사진 보고 와쓰요..혹시 마당에 돌팍으로 화덕 맹들어 숯불에 구우신것 아니죠?
 
미소는, 어디로 가시려는가 문학과지성 시인선 304
장석남 지음 / 문학과지성사 / 2005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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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가 '시'를 받아 들일 땐 시에서 읊어지는 그 무엇들이 자기 내면에  닿아 있기 때문이다.

독자가 시인이 아니어서 내면을 표현하지 못하고 그저 시를 찾아 읽을 수 밖에 없을 때,

둥글게 둥글게 살자는 명상도 옳긴 하지만 내 시를 보고/ 너무 이른 나이에 둥그렇게 되었다는 말도 옳아서/밤새도록 이 꺽인 고궁의 돌담 아래에 앉아 있어보는 것이다 //..// 영원히 새로운 풍경이 날 자유케 할터이니.'內面으로'

 

시인이 표현한 내면과 나의 내면이 만났을 때 독자는 기쁨을 얻는다.

나의 가려운 곳을 긁어주며 내 아픔을 알아주는 시인은

나 조차도 마치 시인이 된 착각 속으로 몰고 가서

내가 가진 어지럼증의 한 귀퉁이에서 실마리 하나를 풀어 가만히 읊조리게 한다.

 

밤길을 걷는다/ 걸음은 어둠이나 다 가져라/걸음 없이 가고 싶은 데가 있으니/ 어둠 속 풀잎이나/바람결이나 다 가져라/ 걸어서 닿을 수 없는 데에 가고 싶으니...내가 밤길을 걸어서/ 새벽이 밝아오는 것은 아니지만/ 새 날이 와서 침침하게 앉아/ 밤길을 걸었던 이야기를 하게 된다면/ 나는 벙어리가 되어야 하겠지/  '밤길'

 

'밤길'은 참 시인의 주저하는 낯빛이 보이는 시이다. 

헌데, 난 왜 이 시를 읽으며 들국화의 '행진'이  떠올랐을까.

거침 없는 전진을 연상케 하는 '행진'과

다분히 허무가 연상되는 '밤길'은 동전의 양면과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내 안에 있는 이 안과 저 안처럼 밤길을 행진하고 싶은 시인의 번뇌가 가만히 전해져 온다.

 

저녁은 여럿이 오지 말고 딱 하나만 오라/ 내가 다 가지고 싶어라/그러나 이 어스름을 나는 다 가질 수  없어서/ 깨진 물동이처럼 무너져 통곡이라도 하고 싶은데/ 남는 흐느낌을 다정스레 데리고/ 이 나무처럼 다시 서고 싶은데/ '겨울 저녁에'

 

이제 겨울이 오고 있다. 그래, 바로 이런 것이었어. 그는 지극히 사적인 내 마음을 어떻게

이렇게 정확히도 표현했을까..

 

밥 짓는 저녁

아궁이 앞에 앉아 있어야 할

저녁 놀이 질 시간,

주점 구석 연탄 화로 앞에서

돼지껍데기를 뒤집었다 엎었다,

마치

살들이 연탄불 위에서 구워지기라도 하는 듯이,

뜨거워서 못 견디겠는 이 마음을

젓가락으로라도 돌려 뉘어야 하겠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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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텔 선인장
에쿠니 가오리 지음, 신유희 옮김, 사사키 아츠코 그림 / (주)태일소담출판사 / 2003년 4월
평점 :
품절


'못난 놈들은 서로 얼굴만 봐도 흥겹다.' 신경림은 그의 시 '파장' 첫 행을 이렇게 시작한다.

에쿠니 가오리의 호텔 선인장을  다 읽고 나자 이 구절이 떠올랐다.

책의 전반적인 분위기는, 에쿠니 가오리라는 작가 이름, 책의 장정, 삽화, 문체등은 참 가볍다.

하지만 책을 다 읽고나면 가벼운 이 책의 분위기가 전하는  뭉근한 무언가가

가슴 속에서 모락모락 피어오름을 느낄 수 있다.  따듯하다.

'모자', '오이', '숫자 2' 라는 주인공들을 인간으로 설정하지 않았기에

인간 독자가 읽으면서 적당한 거리감을 둘 수 있다,

그 객관성은 소설의 분위기를 가볍게 끌고 간다. 마치 남의 얘기를 듣듯 부담 없이..

하나 하나의 에피소드에서  주인공들의  마음이 행동이 단순하면서 쿨하게 읽혀질 때

독자는 그 거리감 만큼 행복할 수 있다.

우리 모두는 모자 이기도 하고 오이 이기도 하며 숫자 2 이기도 하기에

읽는 순간 순간 아주 상쾌한 기분이 들었다.

못난 놈들이 모여사는 세상을 자조적이지 않게 쿨하게 보여준다고 할까..

요즘은 구질구질하고 질척질척한 게 제일 싫다. 그래서 내 구미에는 딱 맞는 소설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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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주 2005-09-23 14:2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전, 소설 별로 안 읽는데 심플하다면..? 헤헷~

플레져 2005-09-23 14:5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두 이 소설 좋아해요. 에쿠니 가오리를 좋아하게 된 소설이에요.
리뷰도 심플하시고 좋습니다.
헉. 갑자기, 이런 다짐을 하고 싶어졌어요.
심플하게 쓰도록 노력하겠습니당!!! ^^;;

반딧불,, 2005-09-23 15:3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하여간 오랜만의 리뷰도 좋구만요.

2005-09-23 16:5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진주님 전 소설만 읽는뎃..^ 플레져님 리뷰 충분히 심플 하와요..저도 에쿠니 가오리 첨 읽어요..반디님과 전 서로 왕팬이자나..요. =3=3=3
 









이 꽃..예전에 이름을 알고 있었는데 생각이 나질 않는다.

허브 종류이고 분꽃처럼 나비가 꽃가루받이를 해서 한 송이에 알록알록한 꽃이 핀다.

나비는 날개 끝에 붉은 점이 선명하지 않은 걸로 보아 산 호랑나비가 아닌 그냥 호랑나비인듯..

이전에 산호랑나비를 보았을 땐 호랑나비와 산호랑나비가 별 차이가 있을랴고..했는데

오늘 보니 정말 확연히 차이가 난다.

호랑나비가 산 호랑나비 보다 훨 소박하다.

호랑나비를 보니 산 호랑나비가 화려한 줄을 알겠다.

꽃이 화려하니 나비가 소박해도 그럭 잘 어울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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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만두 2005-09-22 16:47   좋아요 0 | URL
나비가 꽃보다 더 예쁘군요^^

2005-09-22 16:50   좋아요 0 | URL

 

 

 

 

 

 

 

 

 

 

 

 

작년 여름 백일홍에 앉은 산호랑나비 사진을 찾았어요..만두님 역쉬 일떵!~^^


미설 2005-09-22 16:58   좋아요 0 | URL
호랑나비하면 노오란색이 연상이 되는데 그렇지만도 않은가봐요..
그런데 렌즈의 뒷배경 죽임이 정말 확실하군요^^

2005-09-22 17:12   좋아요 0 | URL
님 예리하시군요..생각보다 흰색이죠? 혹시 기온 탓인지도 모르겠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