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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텔 선인장
에쿠니 가오리 지음, 신유희 옮김, 사사키 아츠코 그림 / (주)태일소담출판사 / 2003년 4월
평점 :
품절
'못난 놈들은 서로 얼굴만 봐도 흥겹다.' 신경림은 그의 시 '파장' 첫 행을 이렇게 시작한다.
에쿠니 가오리의 호텔 선인장을 다 읽고 나자 이 구절이 떠올랐다.
책의 전반적인 분위기는, 에쿠니 가오리라는 작가 이름, 책의 장정, 삽화, 문체등은 참 가볍다.
하지만 책을 다 읽고나면 가벼운 이 책의 분위기가 전하는 뭉근한 무언가가
가슴 속에서 모락모락 피어오름을 느낄 수 있다. 따듯하다.
'모자', '오이', '숫자 2' 라는 주인공들을 인간으로 설정하지 않았기에
인간 독자가 읽으면서 적당한 거리감을 둘 수 있다,
그 객관성은 소설의 분위기를 가볍게 끌고 간다. 마치 남의 얘기를 듣듯 부담 없이..
하나 하나의 에피소드에서 주인공들의 마음이 행동이 단순하면서 쿨하게 읽혀질 때
독자는 그 거리감 만큼 행복할 수 있다.
우리 모두는 모자 이기도 하고 오이 이기도 하며 숫자 2 이기도 하기에
읽는 순간 순간 아주 상쾌한 기분이 들었다.
못난 놈들이 모여사는 세상을 자조적이지 않게 쿨하게 보여준다고 할까..
요즘은 구질구질하고 질척질척한 게 제일 싫다. 그래서 내 구미에는 딱 맞는 소설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