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텔 선인장
에쿠니 가오리 지음, 신유희 옮김, 사사키 아츠코 그림 / (주)태일소담출판사 / 2003년 4월
평점 :
품절


'못난 놈들은 서로 얼굴만 봐도 흥겹다.' 신경림은 그의 시 '파장' 첫 행을 이렇게 시작한다.

에쿠니 가오리의 호텔 선인장을  다 읽고 나자 이 구절이 떠올랐다.

책의 전반적인 분위기는, 에쿠니 가오리라는 작가 이름, 책의 장정, 삽화, 문체등은 참 가볍다.

하지만 책을 다 읽고나면 가벼운 이 책의 분위기가 전하는  뭉근한 무언가가

가슴 속에서 모락모락 피어오름을 느낄 수 있다.  따듯하다.

'모자', '오이', '숫자 2' 라는 주인공들을 인간으로 설정하지 않았기에

인간 독자가 읽으면서 적당한 거리감을 둘 수 있다,

그 객관성은 소설의 분위기를 가볍게 끌고 간다. 마치 남의 얘기를 듣듯 부담 없이..

하나 하나의 에피소드에서  주인공들의  마음이 행동이 단순하면서 쿨하게 읽혀질 때

독자는 그 거리감 만큼 행복할 수 있다.

우리 모두는 모자 이기도 하고 오이 이기도 하며 숫자 2 이기도 하기에

읽는 순간 순간 아주 상쾌한 기분이 들었다.

못난 놈들이 모여사는 세상을 자조적이지 않게 쿨하게 보여준다고 할까..

요즘은 구질구질하고 질척질척한 게 제일 싫다. 그래서 내 구미에는 딱 맞는 소설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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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주 2005-09-23 14:2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전, 소설 별로 안 읽는데 심플하다면..? 헤헷~

플레져 2005-09-23 14:5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두 이 소설 좋아해요. 에쿠니 가오리를 좋아하게 된 소설이에요.
리뷰도 심플하시고 좋습니다.
헉. 갑자기, 이런 다짐을 하고 싶어졌어요.
심플하게 쓰도록 노력하겠습니당!!! ^^;;

반딧불,, 2005-09-23 15:3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하여간 오랜만의 리뷰도 좋구만요.

2005-09-23 16:5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진주님 전 소설만 읽는뎃..^ 플레져님 리뷰 충분히 심플 하와요..저도 에쿠니 가오리 첨 읽어요..반디님과 전 서로 왕팬이자나..요. =3=3=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