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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물들 ㅣ 마카롱 에디션
조르주 페렉 지음, 김명숙 옮김 / 펭귄클래식코리아(웅진) / 2015년 3월
평점 :
절판
읽는 내내 이 모든 문장들을 어딘가에 고스란히 옮기거나 박제해두고 싶은 욕망에 휩싸였다. 보통 읽으며 인상깊은 문장들은 따로 찍어두거나 써두는데, 이 책에서 그런 부분들을 따오자면 141쪽 책을 모두 옮겨 적어야 한다. 아마 최근 읽은 책 중 가장 인상깊고, 가슴 속부터 너울이 치고, 공감하고, 찔려 읽은 듯하다.
1960대의 이 불안정한 젋은 부부는 시대와 세대를 초월해 나, 그리고 우리 모두에게로 이어져 있는 듯하다. 끊임없이 열망하고, 부를 추구하고, “행복”해지고 싶어하지만 그에 따르는 수고로움과 노력, 그리고 권태는 감내하려 하지 않는다. 일확천금이, 혹은 어떤 행운이 어느 날 자신들 수중에 떨어져 자신들이 늘 코를 박고 쳐다보는 그 진열장 너머의 고급스런 가구들과 정원이 딸린 좋은 취향이 어린 집을 손 쉽게 얻기를 바란다. 지나치게 빠른 발전 속에 정립되어져 버린 “풍요로움”과 “행복”을 손에 쥐기에는 자신들의 금전적 처지가 비참하지만, 사회는 지속적으로 그런 것들을 이들에게 노출시켜 그 갈망을 키운다. 하지만 그걸 얻기 위해 시간적 자유로움이나 개인적인 여유를 포기하고 싶어하지는 않는 이들에게 영원히 그들이 원하는 그 허상은 채워지지 않는다. 결국 돌고 돌아 이들은 안정적인 직업을 얻고, 시간적 자유로움을 포기하는 대신 어느정도의 부와(그들이 열망하는 정도까지는 아니나) 편안한 삶을 얻게 된다.
여기에서 이중적인 감정이 뒤섞이는 것은, 우리가 현대에서 SNS에 표출하는 표면적 행복과 그 선이 닿아있다는 것이다. 남이 누리고 있는 것처럼 보이는 것들에 대해 부러움만 느끼고, 그 뒤에 숨겨진 그들의 지루하고 반복되는 일상은 외면한 채, 그저 수반되는 노력없이 꿈만 꾸기 시작하는 것이다.
제롬과 실비는 지금의 나와 소름 돋으리라 만치 닮아 있다. 그 목적이 결국 돈에 닿아있지 않을 뿐. 그저 뭔가 대단한 것이, 나에게 딱 맞고 오롯이 나를 위해 존재하리라 믿는 그 천직이 분명 있을 것이라 생각하며 그저 이 지루한 현실을 탈피하고 싶어하는 나와 닮았다. 찾으려 노력하지도 않고서 나에게 일상의 편안함과 좋은 것들이 제공되기를 바라는, 그런 말도 안되는 어리광을 내가 지금 부리는 것이 아닌가. 결국 우리는 그 두 가지, 그러니까 시간적, 정신적 여유로움과 금전적 여유로움을 동시에는 얻을 수 없고, 그 중 어느정도는(혹은 둘다에서 어느정도씩은) 잃을 수 밖에 없는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