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트] 1Q84 1~3 세트 - 전3권 1Q84
무라카미 하루키 지음, 양윤옥 옮김 / 문학동네 / 2010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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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디어 읽었다, 지금의 무라카미 하루키를 만든 작품. 감히 추측컨데 무라카미 하루키 환상 소설의 특징이랄지, 관통하는 클리셰랄지가 시작된 지점이 아닐까 싶기도 하다. 기사단장 죽이기에서 나오는 외형은 작지만 어떤 힘을 가진 존재라던가, 실제로 함께 잠자리를 하지 않았지만 어떤 매개체를 통해 수태를 한다던가. 그런 부분들이 등장할때도 재밌었고, 주인공들간의 깊은 유대관계, 여러 세계를 뛰어넘어다니는 개념, 관념에 고찰, 생과 사 사이의 갈등 같은게 흥미로웠다. 대체적으로 가볍게 읽기 좋았다. 다만 분량에 비해 개연성이 다소 아쉬웠던 부분이 있긴 하다. 갑자기 드는 확신들, 마지막에 기존이 아닌 새로운 세계로 온 듯 했을때에도 아무렴 어때 의 느낌이라던가, 마지막에 등장한 리틀피플들이 새롭게 만들던 공기번데기는 어떻게되는지, 그래서 후카에리는 마더였는지 도터였는지, 마더였다면 어떻게 매개체를 해주었는지 등에 대한 부분이 조금 의아한 부분으로 남았다. 독자에게 맡긴다 하는 느낌보다는 그냥 설명이 좀 부족했다 하는 느낌이랄까. 그래도 대체로 가볍게 재밌게 읽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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희망의 끈
히가시노 게이고 지음, 김난주 옮김 / 재인 / 2022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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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족을 이룬다는 건 대체 어떤 의미일까. 이 책을 읽는 내내 스스로에게 묻게되는 질문이었다. 히가시노 게이고의 소설이 대게 그렇듯, 플롯이 대단히 복잡한 책은 아니었지만 계속 가족이란 무엇인지 질문을 던지게 하는 책이었다. 인연의 끈을 직접 묶어 하나가 된다는 것. 누군가에겐 그게 족쇄가 되기도 하고, 두려워 끊어내기도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끈질기게 남아지는 그 끈. 태어나는 가족은 결정할 수 없지만, 결혼으로 맺어지거나 아이를 낳는, 말하자면 의지를 갖고 새로 가족을 형성하는 행위에서 우리는 과연 무엇을 얻을 수 있을까. 무엇을 얻을 수 있기에 그렇게 열망하고 염원할까. 무엇이 인간으로 하여금 자식을 낳고 싶게 할까. 왜 많은 이들이 자식에게서 크나큰 행복을 얻는다고할까. 나는 단순히 그게 유전자에 의한 종족 존속 본능에서만 기인한다고 생각하지는 않는다. 사회적인 약속과 관습에 스스로 제약을 감수하며 걸어들어가며 우리는 어떤 근본적인 안정감을 원하는 걸까.

뱃속에서 키워내면 내 자식일지, 유전적으로 일치해야 내 자식인지. 다른 수정란이 자리잡았더라고 태반으로 연결된 걸 핏줄로 봐도 되는지. 히가시노 게이고는 우리가 가족을 이루는 이유와 가족의 범주에 대해 거듭 질문을 던진다. 혼인율과 출산율이 급격히 감소하는 대한민국에서 우리는 이러한 가치를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까. 답이 없는 질문이 메아리처럼 머릿속에 맴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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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틀 라이프 1
한야 야나기하라 지음, 권진아 옮김 / 시공사 / 2016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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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 Little Life]
by Hanya Yanagihara

읽는 내내 책을 몇 번이나 들었다 놓았다. 힘들어서 몇 주간 쉬기도 하고, 놓지 못해 하루 종일 읽기도 했다. 울기도 많이 울고, 계속 피식피식 웃어대는 통에 옆에서 뭐가 그리 재밌냐 묻는 남편에게 소설 안의 context를 다 설명하기 어려워 그냥 대충 둘러댔다. 근 몇 년간 읽은 책 중에서 가장 힘들었고, 가장 좋았으며, 가장 아름다웠다.
우리는 살아가며 사랑과 믿음을 쉽게 말하곤 한다. 당연히 여기고, 때때로는 우습게 여기기도 하지만 알고보면 사람을 믿는다는 것, 사랑하는 것, 나를 온전히 드러내고 내맡기는 것은 사실 얼마나 두려운 일인가. 누군가를 사랑하게 되면 그 즉시 우리는 마치 작용과 반작용처럼, 그 사랑을, 이 행복을 혹은 그 사람을 잃게 될까 불안에 휩싸인다. 어떤 관계가 시작되면 그 끝을 상상하며 준비할 때가 있고, 가장 행복한 그 순간에 그 행복의 부재가 불러 올 슬픔에 몸서리치게 될 때가 있다. 그리고 정말 끝을 마주하게 되면, 사랑의 깊이만큼 절망을 맛본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늘 믿어보게 된다. 늘 시도한다. 그 전 관계에서 배반을 당해 상처를 입고 마음의 문을 닫았더라도, 우리는 늘 어쩔 수 없이 희망을 품고 다시 일어나 누군가를 믿어본다. 어릴 적 어른에 대한 신뢰가 늘 배반으로 돌아오는 학습을 당해야 했던 주드도, 사랑하는 아이를 희귀병으로 잃었던 헤롤드도 본인의 의지와 상관 없이 늘 새로운 관계에 희망과 믿음을 부여한다. 우리는 근본적으로 혼자서는 얼마나 연약하고 불안한 존재인지, 끝없이 시도하고, 절망하고, 사랑한다.
결국 예견된 미래에 오차는 없었다. 아무것도 바뀌지 못했다. 주드는 끝내 스스로 생을 마감했고, 그를 사랑한 사람들은 본인이 더 놓친 부분은 없었는지, 더 잘할 수 있었던 것이 있지 않았을지 고민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주드가 주변 친구들로부터, 새로운 가족으로부터 사랑을 받았던 것은 변치 않고, 그 사랑으로부터 조금은 더 행복한 기억을 품고, 조금은 더 트라우마로부터 멀어진 채로 삶을 마무리 했다고 난 믿는다. 그러니 우리는 계속, 꾸준히, 무서워도 서로를 사랑하고 나아가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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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 실격 문지 스펙트럼
다자이 오사무 지음, 유숙자 옮김 / 문학과지성사 / 2022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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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조를 바라보는 내 시선은 약간 혼란스럽다. 나약하다 못해 스스로를 애써 정당화하는 비겁함이 자주 느껴져 치졸하고 역겹다가도, 그저 안쓰럽고 불쌍하게 여겨지기도 한다. 그가 그 자신의 비겁함을, 나약함을, 두려움을, 연약함을 모두 알고, 품고, 한없이 괴로워 한다는 점에서 더더욱. 다자이 오사무는 자전적이면서도 허구적인 이 소설에서 스스로를 예민하게 해부하며 인간이 군중 내에서 느끼는 소속감에 대한 열망, 그리고 그에 따른 개인의 두려움과 절망을 적나라하게 표현해낸다.

혹자들은 이 책이 자살과 죽음에 대한 책이라고 하는데, 나는 이 책의 주요한 질문은 “과연 인간은 서로를 온전히 이해할 수 있는가” 라고 생각한다. 다자이 오사무와 그가 스스로를 투영한 인물, 요조의 자살은 답을 얻지 못한 질문에 비롯된 결과일 뿐, 자살만이 이 책이 말하고자 하는 내용은 아니다. 상대방은 나를 어떻게 생각할까, 온전히 내편은 있는걸까. 사회적인 동물에게 가장 무서운 그것, 추방에 대한 두려움이 우리 모두에게는 어렴풋이 서려 있어서, 그 두려움을 탈피하기 위해 애써 웃어보이기도 하며 어느 정도는 서로의 비위를 맞추려 한다. 다자이 오사무는 순수함, 진실성에 집착하면서도 사회에 소속되고자 펼치는 스스로의 가식과 위선에 몸서리치며 그 모순을, 그 잔인한 대조를 보여준다.

감수성이 몹시 예민한, 하지만 다소 비겁한 사람이 인간에 대한 깊은 성찰을 한 듯해 아직까지도 우리에게 큰 공감과 반향을 일으키는 것이 아닐까 싶다. 마치 우리네들을 보여주는 것 같아서. 물론 타인에게 더욱 더 노출된 사회에 살고 있기도 하지만, 살고 있는 환경이나 시대를 떠나 우리는 알고 보면 어울리기 위해 자주, 어쩌면 늘, 주변의 눈치를 봐야하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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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얼빈
김훈 지음 / 문학동네 / 2022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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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결하고 무겁다. 김훈 작가의 글은 항상 문장 하나 하나가 무거운 발걸음을 힘겹게 떼듯, 심장을 쿵쿵 내려놓는다. 사건을 길게 늘여내 상세하게 묘사하는 것보다 짧게, 단순하게 끊어내며 오히려 심적으로는 더 강렬한 인상을 남긴다. 그러므로 안중근에 대한 묘사는 다른 작가보다 특히 더 김훈의 어체가 잘 어울리는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든다.

이 책을 계기로 안중근과 그의 시대적 배경을 중간중간 찾아보고 대조해가며, 휘몰아치던 역사 속 얽히고 섥혀있던 인물들을 생각했다. 안중근. 그의 형제들. 그의 가족. 그 시기의 대한제국 황실. 그리고 이토. 그 무엇도 단순하지 않던 그 시기, 이들은 어떤 마음으로 살아갔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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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이케이 2022-11-17 11:2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간결하고 무겁다. 김훈 작가의 글은 항상 문장 하나 하나가 무거운 발걸음을 힘겹게 떼듯, 심장을 쿵쿵 내려놓는다. 사건을 길게 늘여내 상세하게 묘사하는 것보다 짧게, 단순하게 끊어내며 오히려 심적으로는 더 강렬한 인상을 남긴다. 그러므로 안중근에 대한 묘사는 다른 작가보다 특히 더 김훈의 어체가 잘 어울리는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든다.

이 책을 계기로 안중근과 그의 시대적 배경을 중간중간 찾아보고 대조해가며, 휘몰아치던 역사 속 얽히고 섥혀있던 인물들을 생각했다. 안중근. 그의 형제들. 그의 가족. 그 시기의 대한제국 황실. 그리고 이토. 그 무엇도 단순하지 않던 그 시기, 이들은 어떤 마음으로 살아갔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