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의 기술 - 개역판
알랭 드 보통 지음, 정영목 옮김 / 청미래 / 2011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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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은 계획하는 단계가 가장 즐겁다고 하는 사람들이 있다. 위스망스의 소설의 주인공 데제상트는 실제로 여행을 하게 되면 머릿속으로 그리던 이미지와 현실간의 괴리로 인해 실망하게 되니, 머릿속에서 행복한 이미지로만 남기는 것이 더 현명하다고 주장한다. 사실 실망할 요소가 없다면 그것은 거짓말이다. 보통이 말하듯, 일상은 우리에게 단편적인 일뿐만 아니라 그에 수반되는 많은 보풀들을 함께 떠 안긴다. “그가 아침에 일어나 은행을 갔다” 라는 말은, 아침에 늦장부리며 일어나 귀찮음을 호소하며 버스에 앉아 기분 나쁜 표정을 뿜어내며 주변사람들에게 불편을 안기며 갔다 라는 것을 알려주지 않는다. 여행을 상상할 때엔 그런 보풀을 상상하지 않게 된다. 여행 전에는 우리가 미리 접할 수 있는 아름다운, 그리고 단편적인 사진들의 연속을 상상하지만, 실질적으로는 여전히 불쾌함과 괴리감을 느낄 여지는 충분하며, 또 여전히 “나”라는 존재를 데려가야 하므로 현실적인 문제들로부터 온전히 벗어날 수는 없다. 알랭 드 보통은 예술이 그런 간편성, 단순성에 대한 욕망의 표출이라고 생각한다. 그림과 소설은 행복함이든 절망감이든, 한 가지의 감정 혹은 스냅샷을 표현해 내면서 일상의 보풀들을 과감히 생략해 나간다. 그 안에서 사람들은 그 단순함이 주는 편안함을 온전히 느껴내는 것이다.
물론 여행을 가서 실망하는 점들은 분명 있다. 하지만 그 실망감을 이겨내는 그 순간의 스냅샷들, 찰나의 단순한 그 감정들과 눈에 담기는 풍경, 그게 우리가 그 실망감을 반복적으로 학습 당하면서도 여행을 계속하는 이유가 아닌가 싶다. 일상에서는 느껴보기 쉽지 않은 그 단순함을 보다 더 쉽게 느끼기 위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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