니르바나의 고등학교 방송반 시절,
점심시간이 되면 전교생들의 즐거운 식사를 위해
우리들은 준비된 시그널 뮤직에 맞춰 고정 방송멘트를 하는 것으로 음악방송을 시작했습니다.
그런데 음반 돌려막기도 아닌데 성악가 엄정행의 음반을 거의 날이면 날마다 틀었는데
그 이유는 방송반 라이브러리에 몇장 안되는 LP 사정 때문이기도 했지만
다음 주에 방송될 5일 분량의 방송일지를 결재하던 방송심의위원장(?) 학생과장의
색다른 검열 기준 때문이었습니다.
팝송과 대중가요는 불건전하다는 이유로 온통 빨간줄로 방송불가를 해대니
매일 틀어대던 곡이라야 가곡과 클래식 그리고 건전가요뿐.
그러니 우리학교 학생 대부분에게는 점심시간의 이 음악방송이 즐겁기는 커녕
일종의 귀고문이 아니었을까 생각되는 것은 가끔 주구장창 틀어대는 노래에 대해
불만을 직접 토로하던 몇몇 친구들의 전언 때문이었습니다.
어쨌거나, 당대의 최고 스타였던 테너 엄정행은
지금의 루치아노 파바로티가 하나도 부럽지 않은 인기성악인이었고,
더불어 하루걸러 한번씩 전교생의 귀를 어지럽히던 주인공들은
루치아노 파바로티, 주세페 디 스테파노 그리고 조안 서덜랜드였습니다.
요즘 저는 그때 전교생들의 귀를 소란케했던
조안 서덜랜드와 성악가들의 음반들을 즐겁게 듣고 있습니다.
혹시 또 모르지요.
감수성 예민했던 고등학생 시절 그 노래들이 지금껏 가슴속에 살아남아 절창이 되었을런지.
바가텔5
- 황 동 규
이 한세상
노래 배우는 새처럼 왔다 간다.
목소리에 금 가면
낙엽 지는 나무에 올라
시를 외우다 가겠다.
기다렸던 꽃이 질 때
뜻밖에 혼자 남게 될 때
다저녁에 예고 없이 가랑비 뿌릴 때
내 삶의 관절들을 온통 저릿저릿하게 했던 시들,
마음 이 구석 저 구석에서
운 떼기를 기다리고 있다.
단 내 시는 아님.
외우다 또 고치려 들면 어쩌게.

죄송합니다!(먼저 사과)
이상하지요. 내 돈내고 산 책이 아니면 마음이 잘 안가(이를테면 빌어먹을 습성이지요)
걸음으로 5백 걸음밖에 안되는 도서관에서 빌린 이 책들을 언제나처럼
대출 마감일에 맞춰 허겁지겁 읽었거나 읽고 있습니다.
이 책들은 제가 희망도서로 신청해서 도서관에서 구매해준 고마운 책입니다. 아니면 신간이고요.
헨델의 오페라 <Alcina>의 프리츠 푼덜리히와 조안 서덜랜드의 노래를 들으며 책 한권을 다 읽었습니다.
정말 오후만 있는 일요일 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