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사랑처럼
- 마종기
어린 날 몰래 따 먹은 예쁜 살구는
부드럽고 얇은 살결의 촉감이었던지
나를 홀리고도 모른 척 외면하던
시고 달고 떫어서 몸을 떨게 하던 맛
그 시고 맵고 짠 세월 다 참아내고
한평생 힘들게 이겨낸 줄 알았더니
다시 만난 살구는 아직도 신맛이네.
온몸을 쥐어짜던 젊은 날의 목마름은
뛰어 노는 아이들처럼 웃고 있지만
조금 더 가까이 다가가고 싶어
눈치 없이 허둥대며 꿈에 살던 시절.
어쩌지?
그런데도 그리운 맛은 단맛보다
그 옛날에 돌아섰던 그 신맛이네.
기다려도 끝내 익지 않던 미소같이
생각도 사는 법도 익숙하지 못했던
풋 익은 인생은 모두 신맛이라는 건지.
매혹은 도대체 이유가 없구나.
내 가슴 뭉개버리던 첫사랑의 맛은
살굿빛 사연 하나 변하지 않은 채
허술하던 고백을 빛나게 돌아보네.